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입력 2019-10-25 03:00수정 2019-10-25 03:00
박근혜 정부서 쏟아졌던 하소연 요즘 다시 나와… “희망 없다”
조국 사태, 국민을 얕잡아 본 것
‘대통령의 사람들’ 이젠 바꾸고 국민행복 위한 정권으로 거듭나야
나는 지금도 많은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나눈다. 강연을 위해 지방에도 가고 독자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박근혜 정부 말기에 듣던 국민들의 하소연이 되살아나고 있다. “어쩌다가 이런 세상에 살게 되었는지 모르겠다”는 걱정이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가졌던 기대와 희망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실망감이다. 조국 장관 임명과 사퇴 과정을 겪으면서 그 실망감이 더 증폭되는 상황이다. 그 책임은 정치계와 집권세력에 있다. 문 대통령이 이끄는 청와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무총리와 장관들로 구성된 정부는 제구실을 못할 정도로 청와대가 주권 행사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취임사를 기억하는 국민들은 우리가 계승해 온 민주주의 정책을 통해 나라다운 나라를 되찾아 줄 것을 믿고 지지했다. 그런데 2년여가 지난 지금은 대통령의 약속과 정치방향을 그대로 믿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통령은 국민이 선출했기 때문에 청와대는 주어진 권한을 차지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권리는 국민을 위한 의무이지 국민을 정권에 예속시키는 권한은 아니다. 지금의 청와대는 친문세력을 중심 삼는 이념정권으로 구성됐다. 민주주의는 국민을 위한 정부이지 국민을 통치하기 위한 정권이 아니다. 세계사 위치에서 보았을 때 국민을 위한 민주정치는 역사를 건설했으나 국민을 통치한 정권은 유지되지도 못했고 역사를 역행한 결과를 초래했다. 독재정권이 그러했고 이념정권인 공산주의도 예외는 아니다. 민주주의 뿌리에서 자란 자유민주주의와 사회민주주의가 세계 역사를 이끌어 가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를 포함한 유럽의 민주주의가 그 모범이다.
조국 사태는 어떠했는가. 박 정부는 최모라는 개인적 영향력이 외부 측근으로 작용했으나 조국의 경우는 청와대 내부로부터의 의도적인 계획이었다. 조국 사태는 현 정권이 국민을 얼마나 얕보았는지 엿볼 수 있다. 국민이 청와대로부터 버림받고 있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었다. 국민은 정의에 대한 관심도 없고 정치적 윤리성이나 질서가 없는 듯한 자세로 대했다. 조국 사태가 수습되어 가고 있으나 어느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청와대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이 그런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국민은 믿고 따라오면 된다는 자세다. 왜 국민들이 청와대나 여당 인사의 정권을 위한 지시를 따라야 하는가. 국민은 어리석은 군중이 아니다. 우리 국민의 애국심은 정치인들의 정권욕보다 몇 배나 소중하다고 믿는다. 국민들은 정권욕이나 정치적 이득은 생각지 않는다. 내가 만난 국민들은 어느 정치인보다 나라 걱정을 많이 하는 애국자들이다. 우리는 국민의 세금으로 공무를 위임 맡은 공직자들이 정권의 심부름꾼이 되거나 정치적 혜택을 바라는 과오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국민을 섬기려는 사명의식을 갖춘 공무원은 책임 맡은 국사를 이념정치의 수단으로 삼아서도 안 된다. 민주정치의 목표는 국민들이 원하고 선택하는 선한 가치 구현을 위한 윤리질서에 있다. 우리가 386세대 일부 운동권 출신을 걱정한 것은 19세기 후반기의 뒤처진 정치 경제이념을 극복할 수 있을까 함이었다.
경제 문제도 그렇다. 그들 중에는 재벌 해체를 주장하는가 하면 자본주의에 대한 적개심 때문에 기업인들을 적대시했다. 그 대신 우군으로 삼은 세력이 노동조합이다. 투쟁해서 승리하면 그것이 정의가 된다는 가치관을 견지해 온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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