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양상훈 칼럼] "문재인 임기 절반 동안 해놓은 일 있으면 하나만 알려달라"

Shawn Chase 2019. 10. 17. 23:41


조선일보 
  • 양상훈 주필



입력 2019.10.17 03:17

대통령 2년 반 동안 경제 어렵게 하고 김정은 감싸고
국민 갈등 불 지른 것 말고 한 일이 뭐가 있나
역대 대통령들 욕먹지만 이런 경우는 없었다

양상훈 주필
양상훈 주필

우리나라 대통령은 가장 많은 욕을 먹는 자리지만 욕먹는 것 못지않게 일도 많이 해왔다. 나라를 세운 이승만과 나라를 키운 박정희는 말할 필요도 없다. 민주화 이후만 해도 노태우 대통령은 소련, 중국과의 수교로 나라의 지평을 전 세계로 확장하는 커다란 업적을 남겼다. 우리 공항의 비행 목적지에 모스크바나 베이징이 뜬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로 북한 집단을 눌렀다면 노 대통령은 외교로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정통이자 대표임을 분명히 했다. 지금 국가의 기간 시설인 인천국제공항과 고속철도도 노 대통령이 여러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한 것이다. 군사정부를 끝내고 문민정부로 정권을 넘긴 것도 노 대통령의 결단 없이는 어려운 일이었다.

김영삼은 천신만고 끝에 문민정부를 이뤄낸 대통령이다. 하나회라는 군부 파벌을 전광석화처럼 해체했다. 임기 말에 닥친 외환 위기로 오점을 찍었지만 금융실명제로 우리 경제의 기초를 건실하게 만들기도 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외환 위기를 극복했고 IT 산업의 진흥을 도왔다. 임기 초 탕평형 조각(組閣)으로 국민 통합에 기여하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 FTA를 체결하고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했다. 지지 세력의 반대에도 이라크 파병 결단을 내렸다.

이명박은 인기 없는 대통령이지만 한 일만 놓고 보면 그의 일하는 능력 하나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취임하자마자 날벼락처럼 세계 금융 위기가 터졌지만 1년 만에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했다. OECD 중 그런 나라는 3국뿐이었다. 그다음 해 성장률은 6%로 주요국 최고 수준이었다. 2011년엔 무역액 1조달러를 달성했고 피치는 한국 신용등급을 일본 위로 올려놓았다. 그의 임기 후반기 3년 동안 매년 30만~40만명씩 일자리가 증가했다.

필자는 이 대통령 업적 중 최고는 대한민국의 G20 가입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언제나 국제적 의사결정의 객체였다. G20에 들어가 역사상 처음으로 주체가 됐다. 이 대통령은 다른 한국 대통령과 달리 G20 회의장에서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아닌 활발한 활동가였다. G20 가입은 저절로 된 것이 아니었다. 동북아시아의 한·중·일 세 나라 전부가 G20에 들어갈 수는 없었다. 한국의 가입은 미국의 국제 전략에 따른 것이지만 부시와 이 대통령의 각별한 친분이 큰 작용을 했다. 일본의 로비로 미국 지명위가 독도 표기에서 일본어를 앞세우자 이 대통령이 부시에게 전화해 일주일 만에 바로잡았다.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서울에서 G20 정상회의,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렸다. 모두 선진국의 전유물이던 국제회의다. 선진국만 열던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 2차 대전 후 독립한 나라 중 처음으로 원조를 받던 나라가 원조를 주는 나라로 바뀌었고 세계개발원조총회를 개최했다. UAE에 원전을 수출해 선진국들을 경악하게 했고 녹색기후기금도 한국으로 유치했다. 필자는 이 대통령의 4대강 사업도 찌든 한국 지도를 바꾸고 홍수 가뭄을 해결한 업적으로 생각한다.

탄핵당한 박근혜 대통령도 아무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지 않으려고 하는 공무원연금 개혁과 노동 개혁을 시작했다. 국가 위협 세력인 통진당 해산, 사상 처음으로 북한이 굽히고 나오도록 만든 목함지뢰 사건 대응,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F-35 스텔스전투기 도입 등을 이뤘다. 우리나라 신용등급이 최고로 오른 때가 박 대통령 때다. 한국 대통령은 많은 비판을 받으면서도 그래도 나라를 위해 일했고 많은 것을 이뤄왔다. 우리가 지금 이 정도 위치에 있는 것도 그런 노력이 모인 결과일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한국 대통령 역사와는 전혀 딴판인 경우가 등장했다. 다음 달 초에 임기 반환점을 도는데 생각나는 일은 다음과 같다. 적폐 청산 한다며 4명 자살하고 1명 사망한 일, 합계 100년이 넘는다는 징역형, 온갖 사람 사냥, 3·1운동 100년 기념사에 난데없는 빨갱이 타령, 21세기에 죽창가, 엉뚱한 인사, 희대의 파렴치 위선자 법무부 장관,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는 내로남불, 김정은 대변인, 겁먹은 개, 한·미훈련 폐지, 북한 굿모닝 미사일, 북핵 SLBM 완성, 재앙이 된 탈원전과 소득 주도 성장, 1%대로 추락하는 경제성장, 몇 십조원도 우스운 세금 선심, 공공 개혁 역주행, 폭력 민노총 100만명 축제, 급증하는 나랏빚, 착실히 쌓아온 각종 기금 고갈, 30·40대는 줄고 노인 알바만 늘어나는 일자리, 54조 일자리 예산 증발…. 9일 서울 광화문 시위에서 연사도 아닌 한 시민이 "문재인이 2년 동안 한 일 있으면 하나만 알려달라"고 고함을 쳤다. 지금 많은 국민이 같은 심정일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16/201910160276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