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1인당 소득 1위에서 디폴트 국가로 추락...
그리스 어쩌다 이 지경
입력 : 2015.07.06 09:56
그리스는 한때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였다. 1980년대 1인당 국내총생산(GDP) 1위를 기록했을 정도다. 선조가 물려준 위대한 문화유산과 해운업이 비결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국가 부도를 목전에 두고 있다. 그리스는 포풀리즘(대중영합주의)이 한 국가를 얼마나 추락시킬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리스의 비극은 공교롭게도 국가가 최전성기를 구가하던 1980년대 시작됐다. 강한 경제를 기반으로 국민연금 지급액 확대, 공무원 고용 증대, 법인세 감면 등 포퓰리즘 정책을 줄줄이 실시한 것이다. 30년 간 누적된 이런 정책의 결과는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 177%란 비극으로 이어졌다. 우리나라는 GDP대비 국가부채가 36%다. 빚더미에 올라 앉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리스 국가와 국민이 동시에 도덕덕 해이에 빠졌다. 그리스 정부는 2001~2010년간 총 70~80억 유로의 연금이 그리스 내에서 허위로 지급됐다고 발표했다. 그리스 GDP의 3%를 넘는 규모다. 수급자가 사망했는데 이를 신고하지 않고 가족들이 계속 연금을 받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2011년 말 정부 조사에서 100세 이상 연금 수급자가 9000명을 넘었는데, 인구 조사에선 100세 이상 인구가 1716명에 불과한 일도 있었다.
그리스의 섣부른 유로존 가입도 경제위기의 원인 중 하나다. 그리스는 1999년 유로존에 가입해 이때부터 유로화를 사용했다. 당시 그리스 경제는 무척 취약했던 상황이라 화폐가치가 낮았다. 그런데 유로존 17개국 통화가치를 평균한 수준에서 유로화 가치가 결정됐다. 이는 결과적으로 그리스 입장에서 인위적으로 화폐가치가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졌고, 이후 그리스는 지속적인 경상수지 적자에 시달리게 됐다. 포퓰리즘에 따른 재정적자 외에 경상수지도 적자를 기록하는 ‘쌍둥이 적자’에 직면한 것이다.
이런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게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다. 이때 경기 불황을 막기 위해 추가로 찍어댄 국채가 안그래도 심했던 재정 문제를 더욱 심화시켰다.
그리스 정권은 위기 초기 나름 구조조정 정책을 구사했다. 국민들에게 보유 부동산에 대해 평방 미터 당 4∼10유로의 세금을 매긴 게 대표적이다. 또 공무원 임금 삭감, 연금지급 개시 연령 상향조정, 저소득자 소득세 부과 등 정책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이는 결국 총파업 등 극심한 국민 반발만 유발했다. 그리스전력(DEI) 노동조합이 보건부 청사에 대해 4시간 동안 단전 조치를 하는 투쟁을 벌인 일까지 있었다. 그리스 정부 사정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스 정부가 1억4100만유로에 달하는 전기요금을 체납하고 있었는데 이를 이유로 정부 전기 공급을 끊어버린 것이다.
디폴트가 발생해 심각한 경제위기가 오면 대량 해고 사태 등을 통해 서민들부터 큰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오랜 기간 포퓰리즘에 젖었던 국민들은 당장 손해에 눈이 어두워 이를 똑바로 인식하지 못하고 투쟁만 벌였다. 그러면서 그리스의 복지병은 불치병이란 지적까지 나왔다.
특히 그리스는 위기 해결 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언사를 내놓기도 했다. 그리스의 한 정치인이 “그리스에서 문명이 발생돼 결과적으로 다른 유럽국가들이 문명의 혜택을 입게 됐으니, 이제는 다른 유럽 국가들이 그리스를 도와 은혜를 갚아야 할 때”라는 얘기를 해서 주변국의 반발을 산 게 대표적이다.
이후 그리스 국민들은 급진좌파 정권까지 탄생시켜가며 구조조정을 강하게 거부했고, 결국 그리스는 국민투표 부결을 통한 전면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에 놓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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