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벙어리 냉가슴 수입차 업계

Shawn Chase 2015. 10. 20. 22:55

경향신문 | 류형열 선임기자 | 입력 2015.10.20 08:56

 

 

요즘 수입차 업계는 사면초가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스트레이트(법인 업무용 차량 논란)에 훅(자동차세 과세기준 논란), 어퍼컷(수입차 보험료 인상)을 연이어 맞고 그로기 상태에 몰렸는데,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까지 터졌다. 피니시블로(결정타)까지 얻어맞은 꼴이다.

“입이 있어도 벙어리나 마찬가지입니다. 굉장히 조심스러워서….”

수입차 업계가 악재가 잇따르면서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뿌연 먼지속에 들어간 차가 수입차 업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듯하다.경향신문 자료사진

수입차 업계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배출가스 조작 사태의 당사자인 폭스바겐이나 아우디는 말할 것도 없고, BMW나 벤츠 모두 몸을 사리는 기색이 역력하다.

올들어 수입차는 승승장구했다. 지난 6월에는 2만4274대로 역대 월간 최다 등록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올들어 9월까지 수입차 신규등록대수는 17만912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2.8% 증가했다.

하지만 4대 악재 이슈가 연이어 터지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업무용 차량 비용처리 한도에 상한선을 두는 법안이나 자동차세를 현행 배기량 기준에서 가격 기준으로 바꾸자는 논의, 수입차 보험료를 인상하는 계획 등은 수입차 업계 입장에선 반가울 게 없는 내용들이다. 아니 반갑지 않은 정도를 넘어 수입차에 족쇄가 될 수도 있다. 1억원이 넘는 업무용 차량의 90%는 수입차다. 자동차세를 가격 기준으로 바꾸면 동급의 국산차보다 거의 2배 가까이 비싼 수입차의 세금 비용이 높아진다. 보험료도 마찬가지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일련의 이슈들이 실제로 시행되면 수입차 시장이 반토막 날 수도 있다”면서 “그 정도로 파괴력 높은 이슈들이 한꺼번에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입차 업계에선 뾰족한 대응 방안을 찾기도 힘들다. 업무용 차량의 비용처리 제한이나 수입차 보험료 인상 같은 경우 반대할 명분이 없다. 자동차세를 가격 기준으로 하자는 주장에 대해선 ‘해도 너무한다’는 정서가 읽히기도 한다. 합리적이지 않은 내용까지 최근의 반 수입차 정서를 타고 힘으로 몰아붙이려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느껴진다.

한 수입차 관계자는 “정부에서 정책을 정하면 무조건 따른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면서도 “자동차세의 경우 가격기준으로 부과하자는 게 과연 합리적인지는 더 검토해볼 필요는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필수 교수는 “배기량 기준을 바꿔야 하는 것은 맞지만 가격 기준으로 가는 것도 문제가 많다”면서 “환경도 감안해 가격과 이산화탄소 배출량, 출력을 두루 감안하는 융합 모델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현대기아차를 경계하는 시각도 나온다. 수입차가 위축될 경우 현대기아차의 시장 지배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수입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이슈들의 최대 수혜자는 현대기아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교수는 “수입차가 국내 메이커와 밀고 당겨야 소비자한테 득이 더 많을 수 있다”면서 “한쪽으로 지나치게 쏠리는 것은 소비자에게도, 자동차 업체들에게도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더욱 키울 수 있는 적정선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