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2019.08.29 19:04 수정 2019.08.29 20:49
28일 창원국가산업단지 내 성진엔테크㈜ 강호연 대표이사가 국산화에 성공한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 가공용 다이아몬드 헬릭스 마이크로 초정밀 드릴'(가운데)을 최첨단 측정장비로 400배 확대(오른쪽)해 보여주고 있다. [뉴시스]
경남 창원의 한 강소기업이 일본에서 전량 수입해 온 반도체 핵심부품 개발에 성공해 화제다. 창원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성진엔테크'다.
성진엔테크는 28일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 가공용 '다이아몬드 헬릭스 마이크로 초정밀 드릴'을 세계 5번째로 독자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28일 창원국가산업단지 내 성진엔테크㈜ 강호연 대표이사가 국산화에 성공한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 가공용 다이아몬드 헬릭스 마이크로 초정밀 드릴'들을 가리키고 있다.[뉴시스]
성진엔테크는 일본 업체로부터 개발 의뢰를 받아 4년 동안 30억원을 투자해 드릴 개발을 완료했다.
이는 일본·스위스·독일·미국에 이어 개발한 것으로, 기존 4개국 제품은 드릴의 엔드밀 길이가 보통 5㎜이지만 성진엔테크 제품은 13㎜까지 길게 제작 할 수 있다.
또 1파이(π) 이하 둘레를 '마이크로 드릴'이라고 하는데, 일본 등은 1파이까지 개발했으나, 성진엔테크는 0.5파이, 0.6파이. 0.7파이까지 더 작게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업체는 앞으로 0.3파이까지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강호연 대표는 "이번에 개발한 드릴은 일본에서도 제작하지 못해 4년 전 우리 회사에 올해 연말까지 시한으로 개발을 의뢰한 것"이라며 "일본 업체는 개발 의뢰 당시 대량 주문을 약속해놓은 상태로, 올해 연말께 비싼 가격에 양산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대량 수출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허성무 경남 창원시장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시행 첫날인 28일 오전 반도체 핵심 부품인 다이아몬드 초정밀 마이크로 드릴을 독자 개발한 성산구 남산동 성진엔테크㈜를 방문해 강호연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창원시청 제공]
일본에 수출한 이 드릴은 일본 업체의 상표를 달고 다시 한국 대기업에 공급된다. 강 대표는 국내 대기업과의 직거래 가능성을 묻자 "그동안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어렵게 개발해 놓으면 품질 검증 기회도 주지 않고 만나기도 어려웠다. 계약하더라도 일본 제품의 30%도 안 쳐줬다"면서 "언제라도 제대로 된 단가를 책정해주면 거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허성무 창원 시장은 이날 성진엔테크를 방문해 "창원의 혁신기업인 성진엔테크가 국산화에 성공한 다이아몬드 초정밀 마이크로 드릴은 국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전량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렵게 개발에 성공한 제품을 국내 반도체 업체에서 실증을 통해 채택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허 시장은 또 "끊임 없는 기술 개발로 기술 독립을 이룩하는 것이 일본과의 무역 분쟁에서 승리하는 길"이라며 "다양한 지원 방안을 마련해 기업들이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강 대표는 국가 차원의 소재 개발을 추진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그는 "첨단 절삭공구(커팅 툴) 개발을 위해 PCD, PCBN 등 광물질 소재 개발을 연구기관 등에 의뢰했으나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커팅 툴이 없으면 4차산업에 필요한 부품을 가공할 수 없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소재 개발을 추진해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성진엔테크는 지난 1993년 성진초경공구를 설립해 3단 복합 엔드밀, 디지털 TV 금형 가공용 툴 등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지난 2001년 법인으로 전환해 초정밀·초경공구 국내 초정밀 공구 전문 생산 대표 업체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日 의뢰 받고 반도체 핵심부품 국산화 성공한 창원 강소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