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2019.07.09 05:00 수정 2019.07.09 11:07
“최악 불경기” 유통현장 가보니
의류상가 “여긴 젊은이 안 오는 곳”
취재진에게 길 잃었나 되묻기도
대형마트 반값에 팔아도 손님 안 와
1분기 이어 2분기 실적도 부진 예상
“1인가구·밀레니얼 잡을 전략 필요”
닭강정으로 메뉴를 바꾼 이유는 점심 장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60여㎡ 매장도 둘도 쪼갰다. 3분의 2는 닭강정을 하고, 나머지 공간은 관광객 대상 찻집을 열었다. 권씨는 "경복궁역은 목이 좋은 곳이다. 하지만 저녁 치맥 장사만으로는 팔아도 남는 게 없다"며 "결국 영업시간을 늘리고 메뉴를 다양화하는 방법을 택했다"고 말했다.
권씨는 이곳에서 13년간 장사를 해왔다. "앉아서 망하는 자영업자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뭐라도 해보고 망하자는 생각에서 투자를 결정했다"고 했다. 여윳돈이 있어서는 아니다. "가게 리뉴얼에 1억원 정도 들었다. 7000만원은 새로 대출받았다"고 덧붙였다.
동대문 "장사 안돼 임대료도 멈췄다"
1층 남성복 매장을 운영하는 김모(68)씨는 "매출이 작년의 절반이다. 임대료도 계속 오르다가 작년에 150만원에 멈췄다"며 "상인 반발이 어마어마해 (상가 측에서도) 올리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소상공인 정책 내놓는다고 하는데, 우리 같은 사람은 해당하는 게 없다"며 "손님들이 아예 지갑을 닫고 소비를 안 하다 보니 정부 정책도 먹히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잡화 매장을 하는 박모(44)씨는 "중국 사람이 큰 손님인데 눈에 띄게 줄었다"며 "원래 여기는 24시간 문 열었는데 지금은 자정에 문 닫는다. 최저임금 오르면서 직원을 줄여 밤새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반값"에도 발길 끊긴 대형마트
1층 화장지를 판매하는 한 협력업체 직원은 "작년까지만 해도 주말 오후 시간엔 사람들로 가득했다. 점점 방문객이 줄어드는 게 보인다"며 "3년간 일하면서 이렇게 사람 없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1위 대형마트 체인 이마트는 2분기 영업실적이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나금융투자 박종대 연구원은 최근 이마트의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감소한 160억원으로 전망했다. 또 "영업적자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매출 부진과 함께 온라인에서의 가격 할인 전쟁을 벌이며 남는 게 더 없다. 여기에 142개 점포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높아지며 비용이 증가했다. 전문가는 이마트뿐만 아니라 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도 1분기에 이어 2분기 실적이 악화할 것으로 내다본다.
"새로운 것을 발굴해내야 산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제 주체의 심리적 위축으로 돈을 쓸 수 있는 사람도 안 쓰는 상황"이라며 "잠재 수요를 끄집어낼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마중물을 부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일본에서 시행한 '방문객 경제' 등 처방전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방문객 경제란 '고향 한 번 더 가기'처럼 특정 지역을 방문한 이들에게 상품권 등 혜택으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정책이다.
서 교수는 "자영업이 너무 빨리 몰락하게 된 건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의 책임도 있기 때문에 이런 모멘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 "돈을 막 쓰면 안 되고 스마트하게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대형마트에 위기에 대해선 "1~2인 가구, 밀레니얼 세대를 잡을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최근 문을 연 블루보틀엔 새벽부터 젊은 소비자들이 새벽부터 줄을 선다. 고루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새로운 것을 발굴해내는 것이 살길"이라고 말했다.
김영주·곽재민·최연수 기자 humanest@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냉장고, 4만원에 가져가요" 최악 불경기 서촌의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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