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가전

"日 AI인재 25만명 육성 계획 한국은 삼성 외엔 안보인다"

Shawn Chase 2019. 7. 2. 02:33
최초입력 2019.06.23 18:19:17
최종수정 2019.06.24 09:27:37

AI교육개혁 설계자 안자이 日 AI전략회의 좌장 인터뷰

"日, 사회 전체 시스템 `디지털 혁신`
고령화 등 문제해결에도 AI 활용"

◆ AI '1000명의 천재' 키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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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의 인공지능(AI) 전략 핵심은 인재 육성입니다. 소수의 AI 천재 육성도 중요하지만 초등학생부터 대학생, 일반 직장인은 물론 모든 국민이 AI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국민 전체의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디지털 소양)를 높이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관방장관 등 주요 9개 부처 장관이 머리를 맞대 마련한 일본 통합이노베이션전략 'AI전략 2019'를 지난 9일 확정했다. 여기엔 '사람·산업·지역·정부 모든 분야에 AI'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AI를 향후 일본 사회를 바꿔나갈 핵심 기술로 규정하고 이를 위한 정부 차원의 로드맵을 제시한 것이다.

이를 기초한 AI전략실행회의의 좌장인 안자이 유이치로 일본 게이오대학 명예교수는 21일 도쿄 정부합동청사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AI전략 2019에 따라 일본에선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초·중·고에서 프로그래밍 등 관련 교육을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2025년 이후에는 매년 초·중·고 100만명, 대학·대학원 50만명에게 AI 교육이 실시된다. 이를 통해 매년 전문인력 25만명과 글로벌 톱 클래스급 인재 100명을 포함한 최고전문가(엑스퍼트) 2000명을 키워낸다는 목표다. 안자이 좌장은 한국의 AI 전략에 대해 "미안한 얘기지만 국제학회 등에서도 삼성전자 등 몇몇 대기업 이름밖에는 들리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기업 등이 주도하는 이런 전략은 오래가기 힘들다"고 말했다. 

"일본 경영자들을 만나면 다들 '인공지능(AI) 도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왜 도입해야 하느냐'고 물으면 답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시류에 휩쓸리듯 AI를 말하지만 현장에서 어떤 문제 해결을 위해 AI가 필요한지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없으니 전략이 갈팡질팡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디지털 리터러시(소양)를 높여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안자이 유이치로 일본 정부 AI전략실행회의 좌장(게이오대 명예교수)은 근본적인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면서 AI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본 정부의 미래혁신 정책인 'AI 전략 2019'의 밑그림을 그린 안자이 좌장은 "아직은 AI 기술이 태동 단계여서 단기간에 자원을 집중하면 원하는 인재를 키우는 것은 쉽다"면서 "당장 필요한 AI 기술 개발과 인재 육성은 필요한 기업에서 직접 투자해 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초·중·고·대학생 교육보다는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알고 있는 사회인에 대한 재교육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민간이 할 수 없는 AI 저변 확대를 위한 '보텀업 전략'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안자이 좌장은 국가별 실정에 따라 맞춤형 AI 전략을 짜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원천기술, 중국은 응용기술에서 앞서 있는 상황에서 (일본이든 한국이든) 이들을 따라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AI 전략 2019에서 사회실증 5개 분야를 지정한 것은 일본이 강점을 지닌 하드웨어와 연계한 로봇, 사물인터넷(IoT)이나 일본이 직면한 고령화 문제, 지방 소멸 등의 분야라면 세계적으로 통용될 만한 기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부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와 마찬가지로 일본 역시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며 최근에서야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새로운 인재와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이들을 모으기 위해 일본식 연공서열이 파괴되는 등 고용·노동시장의 구조 개혁도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11일 확정한 AI 전략 2019와 관련해서도 모든 초·중·고 교육을 위한 교원과 예산 마련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안자이 좌장은 "필요한 지식을 확보한 교원을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렵다 보니 기업 내 AI 관련 인력들이 교육을 담당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AI 전략 2019에서는 초·중학교는 2022년까지 4개 학교당 1명, 고등학교는 2024년까지 1개 학교당 1명의 전문 교원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도쿄 = 정욱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