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가전

"AI인재 연봉만으론 안와…비전·가치 보여주는 기업에 쏠려"

Shawn Chase 2019. 7. 2. 02:31
최초입력 2019.07.01 17:46:03
최종수정 2019.07.01 18:22:53

AI개발자에게 듣는 현실 / 애플 `시리` 만든 그루버

창작의 자유·권한 주고
`인류에 도움` 믿음 주면
최고의 성과 이뤄낼것

나도 시리 개발할 당시
`몸 불편한 사람도 사용`
휴머니즘 최우선 생각

◆ AI '1000명의 천재' 키우자 ④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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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 SK텔레콤 AI센터장(왼쪽)과 톰 그루버 '시리' 공동 개발자가 지난달 25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만나 인간 중심 인공지능(AI)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이선희 기자]
"인공지능(AI)이든 어떤 분야든 유능한 사람은 어디서나 일을 잘합니다. 그들이 (직장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은 '내가 맡은 임무가 얼마나 의미 있는가'입니다. AI 인재들은 그들이 완수하려는 과업이 인류에 도움이 되고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의미가 있을 때 능력을 더 발휘합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애플 제품에 탑재된 AI 음성인식 서비스 명칭은 '시리'다.

그리고 '시리'는 애플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서비스가 아니다. 대화형 음성 응용프로그램을 고안한 톰 그루버 박사가 2007년 동료들과 공동 설립한 음성인식 기술 스타트업 '시리'에서 따왔다. 스타트업 시리는 2010년 애플에 인수돼 이듬해 아이폰4S부터 음성인식 서비스로 대중에 공개됐다. 

애플 시리 탄생의 주역인 그루버 박사는 지난달 25일 서울 강남 소재 호텔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애플에서 '내가 하는 일이 의미 있다' '사람들 삶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생각에 일을 더 열심히 했다"면서 "연봉도 중요하지만 AI 인재 유치를 고민하는 기업에 소셜 임팩트는 차별화된 요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애플에 합류해 약 8년간 시리 개발을 총괄한 그루버 박사는 지난해 애플에서 퇴사한 후 AI 음악 기술 회사 라이프스코어를 설립해 AI 음악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그루버 박사는 "뮤지션 친구와 함께 음악에 AI를 접목하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작은 팀이지만 엄청난 것을 만들어내는 자유에 흥분된다"고 밝혔다. 요즘 '인간 중심 AI(휴머니스틱 AI)'에 꽂혀 있다는 그는 "개발자들은 적은 인력으로도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모험하기를 즐긴다"면서 "(기업은) AI 인재들이 창의력을 발휘하고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루버 박사는 "시리 경험을 AI 전반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애플을 퇴사해 스타트업 경영과 함께 세계 여행, 강연을 병행하고 있으며 최근 애플 시리팀에서 일했던 동료 김윤 SK텔레콤 AI센터장 초청으로 지난달 25일 SK텔레콤이 주최한 콘퍼런스 'ai.x 2019'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김윤 센터장은 2013년 애플에 합류해 5년간 시리 음성 개발을 맡았으며 지난해 SK텔레콤 AI센터장으로 스카우트됐다. 이날 인터뷰에 배석한 김 센터장은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SK텔레콤 메시지에 공감해 SK텔레콤에 합류했다"면서 "또한 SK텔레콤은 방대한 데이터가 있어서 AI 개발에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다는 생각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그루버 박사는 좋은 서비스는 세상의 문제를 기술이 해결해주는 과정이기 때문에 개발자는 휴머니즘을 항상 사고의 중심에 놔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술을 먼저 생각한 다음 어디에 쓰일지를 생각하면 안 된다"면서 "기본적인 인간의 문제를 깊게 고민하고, 거기에 맞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세상을 바꾸는 기술이나 솔루션의 근본에는 인간의 심오한 니즈(필요성)가 깔려 있다는 얘기다.

그루버 박사는 "건강, 행복, 지적인 삶을 즐기는 기회, 정보, 편리함 등이 AI 개발자가 추구해야 할 가치"라면서 "좋은 기술은 '무엇을 해결할까' 하는 고민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그루버 박사와 김 센터장은 "시리 또한 AI 개발 중심에 '휴머니즘'을 두었기 때문에 생겨난 성과"라고 강조했다. 2011년 시리를 처음 선보였을 때 높은 음성 인식률도 화제였지만 '내일 날씨는 어때' '내일 우산 필요할까'처럼 일상적인 대화를 알아들어 관심을 모았다. 

그루버 박사는 "소수 사람만 누릴 수 있는 개인 비서가 모두에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시리를 만들었다. 개인 비서가 있으면 영화 예매, 일정 정리 같은 일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 시리 출시 이후 시각장애인이 아이폰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몸이 불편한 사람이 음성인식으로 전화 걸기·문자 보내기 등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루버 박사는 "나이 드신 분들은 작은 휴대폰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그러나 시리를 도입한 후 이런 불편함이 사라졌다. 모든 사람에게 유익함을 주게 됐다"면서 "(스마트폰 사용이) 불편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된 데서 큰 기쁨을 느꼈고 개발 의욕을 고취시켰다"고 했다. 

김 센터장은 애플워치에 손을 사용하지 않고 기능을 제어하는 '핸즈프리'가 적용된 사례를 언급하며 "애플스토어에서 팔이 불편했던 이용자가 핸즈프리가 적용된 애플워치를 자유롭게 사용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뭉클했다"고 했다. 

AI 시대가 도래했다. 그루버 박사는 "한국에서 5G가 개시됐다고 들었다. 5G에서는 속도가 개선되고 네트워크 성능이 향상돼 정보기술(IT) 서비스가 끊기는 일이 줄어들고 서비스 안정성과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기술 파워가 더욱 드러날 것"이라면서 "아무리 파워풀한 기술이 있더라도 왜라는 질문이 없으면 소용없다. AI 서비스를 개발할 때 이 기술이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어디에 도움이 될지 '왜'를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루버 박사는 개발자에게 자유를 최대한 허용하는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좋은 서비스는 여러 시도에서 나온다. 아이디어가 잘 자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기술로 연결 짓는 시도가 끊이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센터장은 "IT 교육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풀려는 문제의 중요성을 개발자가 인식하고 일을 할 때 개발자가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이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