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가전

"AI 모르면 21세기 문맹"…日 내년부터 초등생 AI 의무교육

Shawn Chase 2019. 7. 2. 02:32
최초입력 2019.06.23 19:11:30
최종수정 2019.06.24 09:4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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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AI 중심 교육개혁 확정
초등과정서 평생교육까지
실무 25만명·천재 2천명
피라미드식 AI인재 육성

한국, 있는 인프라도 미활용
2년제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작년 발표후 감감무소식

◆ AI '1000명의 천재' 키우자 / ③ AI 교육 기는 韓 나는 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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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일본 정부가 11일 확정한 미래 혁신 정책 'AI 전략 2019'에 따르면, 일본은 최상위 인재부터 초등학생까지 단계별로 인공지능(AI) 능력을 기를 수 있는 맞춤 실무교육을 도입한다. 매년 초·중·고생 100만명-대학생 50만명-전문 실무인재 25만명-2000명의 전문가-100명의 톱티어 인재를 키운다는 계획으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피라미드형 교육 구조를 만들었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2020년부터 모든 초등학교와 중학교 과정에 프로그래밍 교육을 의무화해 연간 100만명에게 기초 정보 활용법을 가르친다. 이들 100만명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수리와 데이터 관련 과목을 배운다. 

이를 위해 2022년부터 고등학교에 정보1을 필수로 채택하고, 이 과목을 대입에 반영하는 대학을 과감하게 확대하기로 했다.

초·중·고를 졸업할 때쯤이면 누구나 '디지털 혁신' 도구로서의 AI에 대한 기본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중 절반인 50만명은 대학에서 문·이과를 불문하고 AI와 수리, 데이터사이언스 전문 교육을 받는다. 

어느 분야로 진출하든 데이터를 다룰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일본 정부는 이들 중 25만명에게 전문 실무교육과 응용력을 습득시키고, 해외 대학·연구기관과 연계해 상위 2000명에 해당하는 AI 천재와 톱티어 100인까지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학점이 인정되는 교육 프로그램을 정부가 인증하는 등 누구나 인공지능을 복수전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평생교육과 전문교육도 대폭 강화한다. 각 대학에 AI 직업훈련·기술 습득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기업에서 실무를 맡고 있는 인재들이 AI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릿쿄대는 당장 내년 학기부터 인공지능과학연구과란 이름으로 AI 대학원을 개설하기로 하고 17일 모집 공고를 냈다. AI 사이언티스트, AI 엔지니어, AI 플래너, AI 프로듀서 등을 육성하겠다는 목표로 사회과학과 AI 연계, 산·관·학을 연계한 교육을 제공한다. 석사 과정 63명 정원으로 직장인들을 배려해 평일 저녁 및 주말 강연을 중심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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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SW) 인재 양성에 힘써 온 김진형 인공지능연구원 전 원장(KAIST 명예교수)은 "나더러 만들라고 해도 이렇게 잘 만들 수는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완벽한 짜임새를 갖고 있다"면서 "초등부터 고등 교육과 대학 교육, 평생교육까지 일생 동안 AI를 배울 수 있는 커리큘럼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한 업계 관계자도 "(입시 과열로 이어질 수 있는) 정보1을 대입 필수로 지정한 것만 빼면 당장 한국 교육 개혁에 적용하고 싶을 정도로 꼭 필요한 제도가 망라돼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관련 기술을 배우는 것보다 본인이 속한 현장의 문제를 파악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고 교육 개혁 방안을 마련했다. 코딩과 프로그래밍 교육도 중요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솔루션을 만들어내는 인재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조언에 따른 것이다. 일본이 문·이과를 불문하고 모든 학생에게 데이터 사이언스를 가르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 원장도 비슷한 맥락으로 학부에서 전문 분야를 전공하고 석사 과정으로 데이터 사이언스를 공부한 '양손잡이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표현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이 전략에 '인간 존중, 다양성, 지속가능성'이라는 3대 기본 이념을 명시했다. 이는 유엔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2030 어젠다'에 기여하기 위한 것으로, 일본은 AI 경제와 관련한 글로벌 담론을 주도하기 위해 아베 총리가 직접 나서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 전 원장은 "AI라고 표현하니까 새로워 보이지만, SW 교육으로 넓게 보면 우리도 수많은 인재를 키워냈고, 초·중·고 SW 교육 의무화·SW 중심대학 등 일본 못지않은 탄탄한 교육 기반을 갖추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런 인프라스트럭처를 AI 인재 양성과 어떻게 접목시킬지 고민하는 사람은 없다. 일본처럼 큰 그림을 보면서 부처 간 갈등을 조율하고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하고, 정보기술(IT) 부처를 뛰어넘는 국가 미래 설계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전 원장은 또 "미·중·일이 치열하게 경합하는 세계 시장에서 우리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어느 분야에 어떻게 투자할지 선택과 집중에 대한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찬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