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담판만 믿다 깨진 하노이 언급하며 '先실무 後정상회담' 촉구
트럼프 방한 앞두고 北이 원하는 '톱다운 방식'과 거리두는 모양새
문재인 대통령은 15일(현지 시각) 한·스웨덴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미 간의 구체적인 협상 진전을 위해서는 (미·북 정상회담) 사전에 실무협상이 먼저 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선(先) 실무협상, 후(後) 정상회담' 입장을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 비핵화의 세부 사항을 협의하는 실무협상보다 미·북 및 남북 정상이 직접 만나 담판하는 '톱다운 방식'을 주장해 왔다.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문 대통령이 대북(對北) 접근 방식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보조를 맞추려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실무협상을 토대로 (미·북) 정상 간 회담이 이뤄져야 하노이 2차 정상회담처럼 합의하지 못한 채 헤어지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 결렬 원인으로 실질적 실무협상이 없었다는 점을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한·미의 북핵 전문가들은 구체적 실무협상과 합의 없이 미·북,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해 왔다. 반면 문 대통령은 시간이 걸리고 갈등이 노출될 수 있는 실무협상보다는 미·북 정상 간 담판을 선호하는 북한 입장에 더 무게를 둬 왔다.
문 대통령이 이번 순방 기간 중 북한의 대화 복귀를 촉구하면서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 의지를 보이라"고 강조한 것도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14일 스웨덴 의회 연설에서는 "북한은 완전한 핵 폐기와 평화 체제 구축 의지를 국제사회에 실질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북한의 평화를 지켜주는 건 핵무기가 아닌 대화"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한·노르웨이 정상회담에서도 "대북 제재가 해제되려면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작년 유럽 방문 때 대북(對北) 제재 완화 필요성을 주장한 것과는 차이가 난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의 대화 복귀가 시급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북한이 우선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선 실무협상, 후 정상회담' 방침을 밝히고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의지를 촉구한 것은 이달 말로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3차 미·북 정상회담을 촉구하기 위해선 먼저 미국 정부의 입장을 대폭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김정은에게 친서를 받은 사실을 공개했지만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혔다. 북한에 대해서도 태도 변화를 요구했다.
미 국무부는 문 대통령의 스웨덴 연설에 대한 RFA(자유아시아방송)의 논평 요청에 "우리는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이루기 위해 동맹국과 긴밀한 조율을 계속 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문 대통령의 스웨덴 연설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대북 제재 완화보다 선행돼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에 한국이 더 가까워졌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미·중 갈등 구도 속에서 미국이 우리 정부에 '반(反)화웨이' 전선 동참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모습을 먼저 보임으로써 '반화웨이' 압박이 더 높아지는 것을 차단하려 한다는 것이다. 다만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대북 정책의 근본적 변화라기보다는 미국을 의식한 일시적 후퇴일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문정인 대통령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17/201906170011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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