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말 정유재란 때 일본에 끌려와 사쓰마(薩摩)도기를 연 심당길의 14대 손으로 한·일 문화교류 등에 노력한 도예가 14대 심수관(沈壽官)씨가 16일 폐렴으로 별세했다고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이 17일 전했다. 향년 92세.
14대 심수관씨는 1926년 태어났다. 본명은 오사코 게이키치(大迫惠吉).
고인은 가고시마현 히오키시 미야마(美山)에 있는 사쓰마도기를 대표하는 심수관요의 도예가로 창작 활동을 이어왔다.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주도로 일본이 조선을 재차 침략한 1598년 정유재란 때 전북 남원에서 사쓰마번(현재의 가고시마)에 끌려와 사쓰마도기를 탄생시킨 조선 도공 심당길을 시조로 한다.
1964년 아버지인 13대 심수관씨가 세상을 뜨면서 14대 심수관을 습명(襲名·선대의 이름을 계승함)했다.
대대로 이어온 긴란데(도자기에 금색을 입히는 기법)와 투조(透彫) 기법을 살린 사쓰마도기 작품 등을 폭넓게 다뤘고, 가고시마현 전통의 유리세공도 배워 투명감을 낳는 새로운 기법도 탄생시켰다고 요미우리신문은 평가했다.
16세기말 한반도로부터 건너온 도공의 자손을
그린 작가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郞)의 <고향을 어찌 잊으리>(1965년)의 주인공 모델로도 알려져 있다.
한국과 일본의 문화 교류 등에 노력해 1989년 대한민국 총영사에 임명됐고, 1999년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2008년에는 남원 명예시민이 되기도 했다. 2004년에는 한·일 정상회담을 끝낸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심수관요를 방문, 14대 심수관씨가 사쓰마도기의 유래나 특징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장남인 15대 심수관씨에 따르면 고인은 수 일 전 쓰러져 가고시마현 내 병원에 입원했지만, 16일 폐렴 때문에 별세했다고 NHK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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