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06.10 03:13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나경원(56) 의원이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맡은 지 여섯 달 됐다. 당(黨) 체질이 얼마나 개선됐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의 이미지가 '공주'에서 '투사(鬪士)'로 바뀐 것만은 확실하다.
"지금은 독립운동을 하는 심정이다. 문재인 정권은 모든 실정(失政)을 세금으로 덮으려 하고 있다. 세금 징수와 배급사회로 가는 걸 막아야 한다. 나라가 불가역(不可逆·돌이킬 수 없는)의 사회주의 국가로 되지 않게 하는 것을 내 책무로 생각한다."
"지금은 독립운동을 하는 심정이다. 문재인 정권은 모든 실정(失政)을 세금으로 덮으려 하고 있다. 세금 징수와 배급사회로 가는 걸 막아야 한다. 나라가 불가역(不可逆·돌이킬 수 없는)의 사회주의 국가로 되지 않게 하는 것을 내 책무로 생각한다."
―이런 투쟁성은 자신도 몰랐던 숨은 재능의 발견인가, 아니면 상황 속에 주어진 역할 때문인가?
"지금 절박한 상황이 그렇게 만든 면이 크지만, 내게 원래 그런 본성이 있다. 나에 대해 '공주'니 어떠니 하는 말은 여성을 화초처럼 보는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는 신념이 강한 정치인이다. 이리저리 휩쓸리지 않았고, 힘든 상황에서 물러선 적이 없다. 선거에서도 나는 불리한 지역에 나가 싸웠다. 내 얼굴이 그렇게 안 보인다고 해서 내가 힘들지 않은 게 아니다. 사실 죽어라고 해온 것이다."
―지금은 무엇이 당신을 가장 힘들게 하는가?
"청와대다. 여당은 청와대의 입김 속에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와 협상이 어려운 것은 청와대가 너무 개입하기 때문이다. 경색 국면을 풀기 위해 만나봐도 그에게는 재량권이 없는 것 같다."
―이인영 원내대표에게 '예쁜 누나'가 밥을 덜 사준 게 아닌가?
"한 번 더 살까(웃음)? 처음에는 잘 맞을 것으로 봤는데, 그는 너무 이념적이고 원리주의적이다. 협상은 주고받는 것인데 그와는 쉽지 않다."
―자유한국당에서 패스트트랙 철회와 사과를 요구하니, 민주당이 어떻게 받아줄 수 있겠나?
"철회가 안 된다면 유감만 표명하고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해 '합의 처리'를 약속해달라고 했다. 이렇게 한발 양보했지만 반응이 없다. 국회 정상화를 위해서는 패스트트랙 충돌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 고소·고발을 서로 취하하고 정치적으로 풀어가야 하지 않나. 검찰에 정치를 맡길 수 없지 않나. 이 대목에서도 여당은 원리주의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당은 "패스트트랙에 올린 것은 단지 법안에 대한 논의의 시작"이라고 했다. 논의란 '합의 처리' 하겠다는 뜻인데 무슨 약속까지 받아야 하나?
"말은 그렇지, 논의하는 흉내만 내고 패스트트랙 일정에 따라 자기들끼리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그걸 고집하고 있는데, 어떻게 우리가 들어갈 수 있나."
―문 대통령이 "올 들어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는 단 사흘 열렸고 4월 이후 민생 법안은 단 한 건도 처리되지 못했다"며 국회를 비판했다. 실상 자유한국당을 겨냥한 것인데.
"지난 1·2월에는 신재민·김태우의 내부 폭로와 손혜원 의원의 부동산 투기와 관련된 국정 비리 사건이 터져 여당에서 방탄(防彈)으로 국회를 안 열었다. 3월에는 법안 몇 개 통과시킨 뒤 곧바로 '패스트트랙 정국'을 만들었다. 그 배후에 청와대가 있었다. 문 대통령이 대형 사고를 내서 정국 정체(停滯)를 만들고는 국회 탓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 파행이 계속되면 어느 쪽이 국민에게 더 비판받을 것으로 보나?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우리가 한 번 투쟁을 보인 걸로 자족하고 등원하는 게 옳은가, 지금 국회를 무조건 정상화하는 게 맞느냐…. 국회를 열어서 더 나빠지는 것보다 안 열어서 더 나을 수 있다."
―국회를 여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당연한 의무 아닌가?
"우리가 왜 그렇게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해 강력 저지하려고 했을까. 연동형비례제나 공수처법을 그대로 통과시켜도 될까. 이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와 직결된 문제다. 국회를 열어 법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했을 때 우리가 막을 수 있을까. 어렵다고 본다. 여는 게 능사가 아니라 국회를 잘 열어야 한다는 뜻이다."
―가령 연동형선거제 개편의 경우 정당 지지도만큼 당 의석수를 갖고 가야 한다는 민주주의 명분이 있지 않은가?
"지역구 선거는 당 지지도뿐만 아니라 개인 후보에 대한 평가다. 2002년 헌법재판소는 '비례대표를 따로 투표하지 않고 지역구에서 받은 득표율로 비례대표 의석을 나눠 갖는 것'에 대해 위헌 결정을 했다. 이번에는 거꾸로 정당 득표율로 지역구를 갖겠다는 것인데, 이 또한 위헌일 수밖에 없다. 또 대통령제 국가에서 연동형비례제를 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의원내각제인 독일과 뉴질랜드에서만 채택하고 있다."
―날치기 성격이 있었지만 연동형비례제는 패스트트랙에 올라탔을 정도로 논의가 진행됐다. 이제 와서 되돌릴 수 있겠나?
"연동형비례제를 하면 의석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우리 당은 기본적으로 의원 정수를 줄이자는 쪽이다. 선거제는 게임의 룰인데 여야 합의가 돼야 한다.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마음이었으면 왜 패스트트랙을 강행했겠나. 시간이 갈수록 자유한국당은 국회 파행 책임으로 코너에 몰릴 것 같다.
"여당이 국회 정상화를 원하는 것은 추경(追更) 예산과 이념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것이다. 추경을 하려면 3조6000억원 국채(國債)를 발행해야 한다. '재해재난 추경'이라고 했지만 재난 피해 주민들에게 주는 지원금보다 소방헬기 구매 등 설비 투자가 더 많다. 또 전국적으로 벌이는 SOC(사회간접자본)의 추경 예산인데 대부분 총선용 사업이다. 나머지는 대부분 현금 살포성 복지 예산인데 역시 총선용이다."
"지금 절박한 상황이 그렇게 만든 면이 크지만, 내게 원래 그런 본성이 있다. 나에 대해 '공주'니 어떠니 하는 말은 여성을 화초처럼 보는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는 신념이 강한 정치인이다. 이리저리 휩쓸리지 않았고, 힘든 상황에서 물러선 적이 없다. 선거에서도 나는 불리한 지역에 나가 싸웠다. 내 얼굴이 그렇게 안 보인다고 해서 내가 힘들지 않은 게 아니다. 사실 죽어라고 해온 것이다."
―지금은 무엇이 당신을 가장 힘들게 하는가?
"청와대다. 여당은 청와대의 입김 속에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와 협상이 어려운 것은 청와대가 너무 개입하기 때문이다. 경색 국면을 풀기 위해 만나봐도 그에게는 재량권이 없는 것 같다."
―이인영 원내대표에게 '예쁜 누나'가 밥을 덜 사준 게 아닌가?
"한 번 더 살까(웃음)? 처음에는 잘 맞을 것으로 봤는데, 그는 너무 이념적이고 원리주의적이다. 협상은 주고받는 것인데 그와는 쉽지 않다."
―자유한국당에서 패스트트랙 철회와 사과를 요구하니, 민주당이 어떻게 받아줄 수 있겠나?
"철회가 안 된다면 유감만 표명하고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해 '합의 처리'를 약속해달라고 했다. 이렇게 한발 양보했지만 반응이 없다. 국회 정상화를 위해서는 패스트트랙 충돌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 고소·고발을 서로 취하하고 정치적으로 풀어가야 하지 않나. 검찰에 정치를 맡길 수 없지 않나. 이 대목에서도 여당은 원리주의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당은 "패스트트랙에 올린 것은 단지 법안에 대한 논의의 시작"이라고 했다. 논의란 '합의 처리' 하겠다는 뜻인데 무슨 약속까지 받아야 하나?
"말은 그렇지, 논의하는 흉내만 내고 패스트트랙 일정에 따라 자기들끼리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그걸 고집하고 있는데, 어떻게 우리가 들어갈 수 있나."
―문 대통령이 "올 들어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는 단 사흘 열렸고 4월 이후 민생 법안은 단 한 건도 처리되지 못했다"며 국회를 비판했다. 실상 자유한국당을 겨냥한 것인데.
"지난 1·2월에는 신재민·김태우의 내부 폭로와 손혜원 의원의 부동산 투기와 관련된 국정 비리 사건이 터져 여당에서 방탄(防彈)으로 국회를 안 열었다. 3월에는 법안 몇 개 통과시킨 뒤 곧바로 '패스트트랙 정국'을 만들었다. 그 배후에 청와대가 있었다. 문 대통령이 대형 사고를 내서 정국 정체(停滯)를 만들고는 국회 탓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 파행이 계속되면 어느 쪽이 국민에게 더 비판받을 것으로 보나?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우리가 한 번 투쟁을 보인 걸로 자족하고 등원하는 게 옳은가, 지금 국회를 무조건 정상화하는 게 맞느냐…. 국회를 열어서 더 나빠지는 것보다 안 열어서 더 나을 수 있다."
―국회를 여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당연한 의무 아닌가?
"우리가 왜 그렇게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해 강력 저지하려고 했을까. 연동형비례제나 공수처법을 그대로 통과시켜도 될까. 이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와 직결된 문제다. 국회를 열어 법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했을 때 우리가 막을 수 있을까. 어렵다고 본다. 여는 게 능사가 아니라 국회를 잘 열어야 한다는 뜻이다."
―가령 연동형선거제 개편의 경우 정당 지지도만큼 당 의석수를 갖고 가야 한다는 민주주의 명분이 있지 않은가?
"지역구 선거는 당 지지도뿐만 아니라 개인 후보에 대한 평가다. 2002년 헌법재판소는 '비례대표를 따로 투표하지 않고 지역구에서 받은 득표율로 비례대표 의석을 나눠 갖는 것'에 대해 위헌 결정을 했다. 이번에는 거꾸로 정당 득표율로 지역구를 갖겠다는 것인데, 이 또한 위헌일 수밖에 없다. 또 대통령제 국가에서 연동형비례제를 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의원내각제인 독일과 뉴질랜드에서만 채택하고 있다."
―날치기 성격이 있었지만 연동형비례제는 패스트트랙에 올라탔을 정도로 논의가 진행됐다. 이제 와서 되돌릴 수 있겠나?
"연동형비례제를 하면 의석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우리 당은 기본적으로 의원 정수를 줄이자는 쪽이다. 선거제는 게임의 룰인데 여야 합의가 돼야 한다.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마음이었으면 왜 패스트트랙을 강행했겠나. 시간이 갈수록 자유한국당은 국회 파행 책임으로 코너에 몰릴 것 같다.
"여당이 국회 정상화를 원하는 것은 추경(追更) 예산과 이념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것이다. 추경을 하려면 3조6000억원 국채(國債)를 발행해야 한다. '재해재난 추경'이라고 했지만 재난 피해 주민들에게 주는 지원금보다 소방헬기 구매 등 설비 투자가 더 많다. 또 전국적으로 벌이는 SOC(사회간접자본)의 추경 예산인데 대부분 총선용 사업이다. 나머지는 대부분 현금 살포성 복지 예산인데 역시 총선용이다."
―정부와 여당은 경기 부양과 민생을 위한 추경이 한시가 급하다고 한다. 가뜩이나 경제가 나쁜데 더 나빠지면 자유한국당이 국회를 보이콧했기 때문이라고 하지 않겠나?
"현 정권은 우리 경제를 완전히 파탄 내고 있는 소득 주도 성장, 탈원전 정책 등 그 어느 것도 포기하지도 바꾸지도 않고 있다. 지금 추경이 시급하다고 하지만 의도를 보면 '기승전·총선'이다. 국회를 열면 세금을 퍼주는 것밖에 없다. 세금으로 경제 실정을 덮겠다는 것이다. 돈 줘서 국민의 불만을 일단 막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여당이 시급하게 통과시키려는 법안들도 모두 이념 법안들이다. 이런 게 통과되면 나라가 정말 결딴난다."
―총선까지 국회가 안 열릴 수도 있다는 뜻인가?
"지금은 '강대강(强對强)'으로 맞붙는 상황이다. 불리한 의석수의 우리가 악법(惡法)을 막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재정 확대를 위한 예산과 이념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것을 총선까지 어떻게 막아내느냐가 우리 당의 과제다. 이미 선거 국면에 들어갔다. 현충일에 '김원봉'을 언급한 문 대통령의 추념사를 봐도 계속 싸움을 걸어 지지 세력을 집결하겠다는 것이다. 분위기 좋게 협치할 때가 아니다."
―여당에서는 참을 만큼 참았다며 단독 국회를 열겠다고 하는데?
"그쪽 마음대로 안 될 것이다. 현재 예결위가 지난달 29일로 임기가 끝나 해산된 상태다. 국회를 열어본들 우리가 합의해줘야 예결위 구성을 할 수 있다."
―이런 투쟁에서 황교안 대표와는 뜻이 잘 맞나?
"가치에 대한 생각은 거의 같다. 같은 법조인 출신이라 꼼꼼하게 일하는 스타일도 비슷하다."
―광화문 집회에서 황 대표가 연설하는 모습을 보니 정치를 처음 하는 사람 같지 않았다. 당 대표가 현안마다 전면에 나서 싸우는 게 바람직한지는 모르겠지만.
"정치 학습도가 빠른 만큼 신선도가 빨리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되는 면이 있다. 원내대표는 어차피 협상하면서 싸우는 게 일이다. 하지만 당 대표는 폼 나는 일을 더 많이 해야 한다. 정치인의 언어를 좀 덜 써도 되지 않나. 어쨌든 그를 중심으로 보수 대통합을 해야 하는데…."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올라가다가 최근에 하락세로 바뀌었다. 왜 그렇다고 보나?
"문재인 정부를 욕해도 우리한테 아직 마음을 주지 않는 국민이 많은 것이다. 최근에 국가 기밀 누출, 막말 등으로 청와대와 여당의 집중 공격을 받고 그 프레임에 갇히면서 우리 지지율이 빠진 부분이 있다. 지금 언론 환경이 너무 나쁘다. 민주당이 막말과 실언을 했을 때는 그런 비중으로 보도되지 않는다."
―열흘 전 한선교 사무총장이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듣기 위해 복도 바닥에 앉아 있는 기자들을 향해 "아주 걸레질을 하는구먼"이라고 말했다. 후배 기자들이 브리핑하는 당직자의 발 아래에서 받아 적고 있을 줄은 몰랐다. 연차가 낮아도 스스로 직업적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이런 취재 일상을 만들어온 자유한국당도 정말 문제가 많다. 함께 생활하는 출입 기자들을 저렇게 대하는데 일반 국민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겠나?
"과거에는 대변인이 기자실에서 브리핑했다. 이제 문화가 바뀌어 당 대표의 말을 직접 듣고 싶어 한다. 회의가 끝나면 기자들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우리 당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당도 마찬가지다. 개선하겠다."
―여당 의원 수준이 더 높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정권을 되찾겠다면 여당보다는 능력과 품격에서 좀 더 나아야 하지 않는가. 막말과 과오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사과하거나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게 옳다. 자신은 그걸 회피하면서 청와대에 대해 공격하고 사과하라면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보겠나?
"뼈아픈 지적이다. 받아들이겠다."
―내년 총선 전망은?
"현 정권은 모든 걸 동원할 것이다. 문 대통령과 '이심전심'이라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하는 걸 봐라. 서훈 국정원장을 만났고, 박원순·이재명·오거돈·김경수 등 광역단체장을 만나고 다닌다. 관권선 거를 하겠다는 것이다. 선거가 임박하면 남북, 미·북 정상회담 등 '북풍(北風)'도 할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무엇으로 싸울 것인가?
"우리가 갖고 있는 무기는 별로 없다. 국민에게 현 정권의 실체를 제대로 보여주는 것뿐이다. 그리고 보수 통합을 반드시 해야 하고, 새로운 인물이 많이 들어와야 한다. 당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은 사람으로 보여줄 수밖에 없다."
"현 정권은 우리 경제를 완전히 파탄 내고 있는 소득 주도 성장, 탈원전 정책 등 그 어느 것도 포기하지도 바꾸지도 않고 있다. 지금 추경이 시급하다고 하지만 의도를 보면 '기승전·총선'이다. 국회를 열면 세금을 퍼주는 것밖에 없다. 세금으로 경제 실정을 덮겠다는 것이다. 돈 줘서 국민의 불만을 일단 막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여당이 시급하게 통과시키려는 법안들도 모두 이념 법안들이다. 이런 게 통과되면 나라가 정말 결딴난다."
―총선까지 국회가 안 열릴 수도 있다는 뜻인가?
"지금은 '강대강(强對强)'으로 맞붙는 상황이다. 불리한 의석수의 우리가 악법(惡法)을 막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재정 확대를 위한 예산과 이념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것을 총선까지 어떻게 막아내느냐가 우리 당의 과제다. 이미 선거 국면에 들어갔다. 현충일에 '김원봉'을 언급한 문 대통령의 추념사를 봐도 계속 싸움을 걸어 지지 세력을 집결하겠다는 것이다. 분위기 좋게 협치할 때가 아니다."
―여당에서는 참을 만큼 참았다며 단독 국회를 열겠다고 하는데?
"그쪽 마음대로 안 될 것이다. 현재 예결위가 지난달 29일로 임기가 끝나 해산된 상태다. 국회를 열어본들 우리가 합의해줘야 예결위 구성을 할 수 있다."
―이런 투쟁에서 황교안 대표와는 뜻이 잘 맞나?
"가치에 대한 생각은 거의 같다. 같은 법조인 출신이라 꼼꼼하게 일하는 스타일도 비슷하다."
―광화문 집회에서 황 대표가 연설하는 모습을 보니 정치를 처음 하는 사람 같지 않았다. 당 대표가 현안마다 전면에 나서 싸우는 게 바람직한지는 모르겠지만.
"정치 학습도가 빠른 만큼 신선도가 빨리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되는 면이 있다. 원내대표는 어차피 협상하면서 싸우는 게 일이다. 하지만 당 대표는 폼 나는 일을 더 많이 해야 한다. 정치인의 언어를 좀 덜 써도 되지 않나. 어쨌든 그를 중심으로 보수 대통합을 해야 하는데…."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올라가다가 최근에 하락세로 바뀌었다. 왜 그렇다고 보나?
"문재인 정부를 욕해도 우리한테 아직 마음을 주지 않는 국민이 많은 것이다. 최근에 국가 기밀 누출, 막말 등으로 청와대와 여당의 집중 공격을 받고 그 프레임에 갇히면서 우리 지지율이 빠진 부분이 있다. 지금 언론 환경이 너무 나쁘다. 민주당이 막말과 실언을 했을 때는 그런 비중으로 보도되지 않는다."
―열흘 전 한선교 사무총장이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듣기 위해 복도 바닥에 앉아 있는 기자들을 향해 "아주 걸레질을 하는구먼"이라고 말했다. 후배 기자들이 브리핑하는 당직자의 발 아래에서 받아 적고 있을 줄은 몰랐다. 연차가 낮아도 스스로 직업적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이런 취재 일상을 만들어온 자유한국당도 정말 문제가 많다. 함께 생활하는 출입 기자들을 저렇게 대하는데 일반 국민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겠나?
"과거에는 대변인이 기자실에서 브리핑했다. 이제 문화가 바뀌어 당 대표의 말을 직접 듣고 싶어 한다. 회의가 끝나면 기자들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우리 당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당도 마찬가지다. 개선하겠다."
―여당 의원 수준이 더 높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정권을 되찾겠다면 여당보다는 능력과 품격에서 좀 더 나아야 하지 않는가. 막말과 과오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사과하거나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게 옳다. 자신은 그걸 회피하면서 청와대에 대해 공격하고 사과하라면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보겠나?
"뼈아픈 지적이다. 받아들이겠다."
―내년 총선 전망은?
"현 정권은 모든 걸 동원할 것이다. 문 대통령과 '이심전심'이라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하는 걸 봐라. 서훈 국정원장을 만났고, 박원순·이재명·오거돈·김경수 등 광역단체장을 만나고 다닌다. 관권선 거를 하겠다는 것이다. 선거가 임박하면 남북, 미·북 정상회담 등 '북풍(北風)'도 할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무엇으로 싸울 것인가?
"우리가 갖고 있는 무기는 별로 없다. 국민에게 현 정권의 실체를 제대로 보여주는 것뿐이다. 그리고 보수 통합을 반드시 해야 하고, 새로운 인물이 많이 들어와야 한다. 당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은 사람으로 보여줄 수밖에 없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09/201906090196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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