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05.27 03:13 | 수정 2019.05.27 07:24
주세 개편 목놓아 부르짖는 '그는 미쳤다'… 조태권 화요 회장
술을 일찍 배웠고 지금까지 마시고 있지만 주세법까지 알아야 될 줄은 몰랐다. 증류식 소주 제조 업체인 '화요'의 조태권(71) 회장에게 "술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나라의 미래를 위한 일에 왜 관심을 갖지 않으냐"며 보름 넘게 시달렸다.
"현행 주세법으로는 질 좋은 원료를 쓰거나 병 디자인을 세련되게 바꿔도 출고가가 올라 세금이 더 붙는다. 이러니 어느 누가 세계시장에 진출할 가치 있는 술을 만들려고 하겠나. 국산 술이 '싸구려 술'로 전락한 게 이 때문이다. 우리처럼 술 제조원가 등에 비례해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從價稅)'를 하는 나라는 전 세계 네 나라뿐이다."
"현행 주세법으로는 질 좋은 원료를 쓰거나 병 디자인을 세련되게 바꿔도 출고가가 올라 세금이 더 붙는다. 이러니 어느 누가 세계시장에 진출할 가치 있는 술을 만들려고 하겠나. 국산 술이 '싸구려 술'로 전락한 게 이 때문이다. 우리처럼 술 제조원가 등에 비례해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從價稅)'를 하는 나라는 전 세계 네 나라뿐이다."
주세 개편이 이슈가 된 것은 편의점에서 수입 맥주를 '4캔 1만원'으로 팔기 시작하면서다. 국산 맥주의 주세는 '제조원가+판매관리비+이윤'을 합친 과세표준액의 72%다. 여기에 교육세와 부가세를 합쳐 출고가는 1690원대다. 반면 수입 맥주는 임의로 정한 신고가에 주세 등이 붙어 출고가는 850원대다. 애초에 경쟁이 안 되는 것이다. 2012년 시장 점유율 3.9%였던 수입 맥주는 작년에는 22.6%까지 올라갔다.
국산 맥주 회사들이 "현행 주세법 때문에 다 망하게 됐다"며 들고일어나자, 정부는 "주세 개편안을 (언제까지)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시점이 다가오면 발표를 미루곤 했다. 이달로 예정됐던 발표도 또 연기되자 조태권 회장이 참지 못한 것이다. '4캔 1만원' 수입 맥주의 충격이 있기 훨씬 전인 2013년부터, 그는 알코올 도수와 용량을 기준으로 한 '종량세(從量稅)'로의 개편을 '목놓아 부르짖어온' 인물이다.
"증류식 소주 '화요'는 희석식 소주보다 원료와 생산 단가가 훨씬 높다. 이 높은 제조 비용에 비례해 세금을 매기니 소주 시장에서 가격 경쟁이 안 됐다. 내가 '희석식 소주와는 원료와 제조 과정이 전혀 다른데 왜 같은 주세율을 매기느냐'고 따지자, 정부 관계자는 '소주는 다 똑같은 소주'라고 했다. 아예 희석식과 증류식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는 주세법 조항을 신설했다.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내가 귀찮은 존재였던 것이다. 이때부터 진로 소주병에 붙어있던 '희석식(稀釋式)' 표지가 사라졌고, 화요에는 '증류식' 표지를 못 붙이게 했다. 기계가 아닌 손으로 만들었는데도 '수제품' 표시는 안 된다는 격이었다. 이게 말이 되나."
증류식은 우리 쌀을 증류하는 전통 소주 제조법이다. 희석식은 주정(酒精)에 감미료 등 첨가물을 넣고 물로 조절하는 방식이다. 주정은 쌀·보리·고구마 등에서 추출된 녹말 전분을 연속 증류해 만들어진다.
"현행 '종가세'에서는 세금을 낮추기 위해 싸구려로 만들 수밖에 없다. 희석식 소주 업체는 값싼 원료 75%를 수입해 가공한다. 소주 업체를 수입 가공 업체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세계시장에서 경쟁해보겠다는 국산 고급 술의 개발과 수출 가능성을 막아버렸다. 주류 제조에 드는 모든 비용, 고급 용기와 포장 비용까지 세금이 붙으니 어떻게 좋은 술을 만들 수있겠나. 외국 고급 술과는 디자인 품격 면에서 경쟁이 어렵다. 이 때문에 국산 술은 서민적이고 저렴하고, 외국 술은 고급문화이고 값비싼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그는 2013~2017년 동안 종량세 개편을 위해 각 정부기관에 모두 40여 차례 민원을 냈다. 그럴 때면 담당 공무원은 '충분히 검토하겠다'는 회신을 보내준다. 통상 이런 선에서 정리되지만 그는 예외다. 회신을 받으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검토하겠다는 건가. 질문과 상관없는 항상 똑같은 모호한 답변의 반복이기에 다시 한 번 질의한다. 만약 종가세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면 왜 그런지 논리적인 답변을 부탁한다'고 다시 민원을 제기한다.
담당 공무원이 '이러이러해서 종가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회신하면, 그는 조목조목 반박하는 민원을 다시 보낸다. 그 공무원은 다른 보직 발령을 받았을 때 아마 만세를 불렀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 그 자리에 오는 공무원이 그의 상대가 돼야 한다. 재작년 3월 10일 그가 기획재정부에 보낸 민원 내용은 이렇다.
'2013년 이후 12회에 걸쳐 같은 내용의 민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였으나 귀 기관은 4년이 지난 지금까지 검토 또는 참고하겠다는 회신으로 일관하고 있다. 다시 한 번 사안의 중요성을 환기해 실효성 있는 법 개정 추진을 요청드리고자 한다.'
그렇게 시작해 뒷부분에 가서는 행정 관료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국내 주류 시장을 반세기 이상 지배해온 현 주세법의 과세표준 체계인 종가세가 기득권 세력(주류 업체)의 카르텔에 의해 굳건히 자리 잡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 오랜 기간 익숙해진 선배 관료들의 암묵적인 지시와 눈치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현 행정 관료의 의도적 방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자유 경쟁의 원칙에 위배되고 국익을 저해했다.'
―민간기업은 관(官) 앞에서는 작아지는 법인데, 조 회장처럼 하고 싶은 말을 이렇게 다 하는 경우는 처음 봤다.
"국가란 제도로 움직이고 이 제도를 움직이는 것은 행정 관료다. 이들 중에는 국가 경제의 근본적인 취약성을 고치려고 하기보다 현재에 안주하려고 한다. 개인의 영달에 유리한 근시안적 정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행정 관료라면 누구보다도 나라의 장래를 우선 생각해야 하지 않나."
그의 열정과 집념은 경외의 대상인데도, 담당 행정 관료들에게는 통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40여 차례 주세 개편 민원은 좌절됐다. 하지만 바로 그 뒤 터져나온 '4캔 1만원' 수입 맥주가 주세 개편을 사회적 이슈로 만들었다. 그러나 앞서 서술한 대로 정부의 개편안 발표는 세 차례 연기돼 다시 표류(漂流)하게 됐다.
―주세법의 기본 취지는 일반 국민에게 음주를 절제시키고 보건 향상에 기여하려는 것이다. 물론 현실은 취지와는 다르다. 1949년 주세법을 처음 제정할 때만 해도 양곡이 부족한 시절이라 밀주 방지와 곡물 절약이 목적이었다. 그때는 종량세였다. 1967년부터는 주세 세수 증대를 위해 종가세 체제로 바꿨다. 이제 종량세로 개편하면 주세 감소가 예상된다. 재정 확대를 위해 증세(增稅) 카드를 만지고 있는 현 정권이 술에서 세금이 적게 걷히는 걸 받아들이겠나?
"우리나라에 산업이 없던 시절에는 주세가 전체 세수의 15%를 차지했다. 지금은 1.1%(3조원)에 불과하다. 술은 더 이상 크게 비중 있는 세원이 아니다. 또 종량세로 개편한다고 해서 세수 감소는 거의 없는 걸로 나온다."
―일부 음식점에서 소주와 맥주 각 1병 주문해도 1만원이다. 이런 상황에 종량세로 개편하면 '서민의 술'인 소주 가격이 또 인상되지 않겠나? 주세 개편을 연기한 데는 아마 이 문제가 가장 컸을 것이다.
"소주 값 인상이라는 단순 논리를 퍼뜨려 주세법 개정을 막으려는 것이다. 한 달 전 정부 관계자가 소주 업체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세율을 조정해 21도 미만 소주는 현재의 세금으로 묶어놓겠다'고 했다. 세금으로 인한 소주 가격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뜻이었다."
국산 맥주 회사들이 "현행 주세법 때문에 다 망하게 됐다"며 들고일어나자, 정부는 "주세 개편안을 (언제까지)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시점이 다가오면 발표를 미루곤 했다. 이달로 예정됐던 발표도 또 연기되자 조태권 회장이 참지 못한 것이다. '4캔 1만원' 수입 맥주의 충격이 있기 훨씬 전인 2013년부터, 그는 알코올 도수와 용량을 기준으로 한 '종량세(從量稅)'로의 개편을 '목놓아 부르짖어온' 인물이다.
"증류식 소주 '화요'는 희석식 소주보다 원료와 생산 단가가 훨씬 높다. 이 높은 제조 비용에 비례해 세금을 매기니 소주 시장에서 가격 경쟁이 안 됐다. 내가 '희석식 소주와는 원료와 제조 과정이 전혀 다른데 왜 같은 주세율을 매기느냐'고 따지자, 정부 관계자는 '소주는 다 똑같은 소주'라고 했다. 아예 희석식과 증류식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는 주세법 조항을 신설했다.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내가 귀찮은 존재였던 것이다. 이때부터 진로 소주병에 붙어있던 '희석식(稀釋式)' 표지가 사라졌고, 화요에는 '증류식' 표지를 못 붙이게 했다. 기계가 아닌 손으로 만들었는데도 '수제품' 표시는 안 된다는 격이었다. 이게 말이 되나."
증류식은 우리 쌀을 증류하는 전통 소주 제조법이다. 희석식은 주정(酒精)에 감미료 등 첨가물을 넣고 물로 조절하는 방식이다. 주정은 쌀·보리·고구마 등에서 추출된 녹말 전분을 연속 증류해 만들어진다.
"현행 '종가세'에서는 세금을 낮추기 위해 싸구려로 만들 수밖에 없다. 희석식 소주 업체는 값싼 원료 75%를 수입해 가공한다. 소주 업체를 수입 가공 업체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세계시장에서 경쟁해보겠다는 국산 고급 술의 개발과 수출 가능성을 막아버렸다. 주류 제조에 드는 모든 비용, 고급 용기와 포장 비용까지 세금이 붙으니 어떻게 좋은 술을 만들 수있겠나. 외국 고급 술과는 디자인 품격 면에서 경쟁이 어렵다. 이 때문에 국산 술은 서민적이고 저렴하고, 외국 술은 고급문화이고 값비싼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그는 2013~2017년 동안 종량세 개편을 위해 각 정부기관에 모두 40여 차례 민원을 냈다. 그럴 때면 담당 공무원은 '충분히 검토하겠다'는 회신을 보내준다. 통상 이런 선에서 정리되지만 그는 예외다. 회신을 받으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검토하겠다는 건가. 질문과 상관없는 항상 똑같은 모호한 답변의 반복이기에 다시 한 번 질의한다. 만약 종가세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면 왜 그런지 논리적인 답변을 부탁한다'고 다시 민원을 제기한다.
담당 공무원이 '이러이러해서 종가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회신하면, 그는 조목조목 반박하는 민원을 다시 보낸다. 그 공무원은 다른 보직 발령을 받았을 때 아마 만세를 불렀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 그 자리에 오는 공무원이 그의 상대가 돼야 한다. 재작년 3월 10일 그가 기획재정부에 보낸 민원 내용은 이렇다.
'2013년 이후 12회에 걸쳐 같은 내용의 민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였으나 귀 기관은 4년이 지난 지금까지 검토 또는 참고하겠다는 회신으로 일관하고 있다. 다시 한 번 사안의 중요성을 환기해 실효성 있는 법 개정 추진을 요청드리고자 한다.'
그렇게 시작해 뒷부분에 가서는 행정 관료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국내 주류 시장을 반세기 이상 지배해온 현 주세법의 과세표준 체계인 종가세가 기득권 세력(주류 업체)의 카르텔에 의해 굳건히 자리 잡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 오랜 기간 익숙해진 선배 관료들의 암묵적인 지시와 눈치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현 행정 관료의 의도적 방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자유 경쟁의 원칙에 위배되고 국익을 저해했다.'
―민간기업은 관(官) 앞에서는 작아지는 법인데, 조 회장처럼 하고 싶은 말을 이렇게 다 하는 경우는 처음 봤다.
"국가란 제도로 움직이고 이 제도를 움직이는 것은 행정 관료다. 이들 중에는 국가 경제의 근본적인 취약성을 고치려고 하기보다 현재에 안주하려고 한다. 개인의 영달에 유리한 근시안적 정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행정 관료라면 누구보다도 나라의 장래를 우선 생각해야 하지 않나."
그의 열정과 집념은 경외의 대상인데도, 담당 행정 관료들에게는 통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40여 차례 주세 개편 민원은 좌절됐다. 하지만 바로 그 뒤 터져나온 '4캔 1만원' 수입 맥주가 주세 개편을 사회적 이슈로 만들었다. 그러나 앞서 서술한 대로 정부의 개편안 발표는 세 차례 연기돼 다시 표류(漂流)하게 됐다.
―주세법의 기본 취지는 일반 국민에게 음주를 절제시키고 보건 향상에 기여하려는 것이다. 물론 현실은 취지와는 다르다. 1949년 주세법을 처음 제정할 때만 해도 양곡이 부족한 시절이라 밀주 방지와 곡물 절약이 목적이었다. 그때는 종량세였다. 1967년부터는 주세 세수 증대를 위해 종가세 체제로 바꿨다. 이제 종량세로 개편하면 주세 감소가 예상된다. 재정 확대를 위해 증세(增稅) 카드를 만지고 있는 현 정권이 술에서 세금이 적게 걷히는 걸 받아들이겠나?
"우리나라에 산업이 없던 시절에는 주세가 전체 세수의 15%를 차지했다. 지금은 1.1%(3조원)에 불과하다. 술은 더 이상 크게 비중 있는 세원이 아니다. 또 종량세로 개편한다고 해서 세수 감소는 거의 없는 걸로 나온다."
―일부 음식점에서 소주와 맥주 각 1병 주문해도 1만원이다. 이런 상황에 종량세로 개편하면 '서민의 술'인 소주 가격이 또 인상되지 않겠나? 주세 개편을 연기한 데는 아마 이 문제가 가장 컸을 것이다.
"소주 값 인상이라는 단순 논리를 퍼뜨려 주세법 개정을 막으려는 것이다. 한 달 전 정부 관계자가 소주 업체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세율을 조정해 21도 미만 소주는 현재의 세금으로 묶어놓겠다'고 했다. 세금으로 인한 소주 가격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뜻이었다."
―정부 관계자가 왜 소주 업체 대표들 앞에서 그런 발언을 했나?
"이번 정부 관계자는 '술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위해 주세 개편은 꼭 필요하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다. 그는 종량세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소주 업체 대표들에게 '세금 인상이 없으면 걱정할 게 없지 않으냐'고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업체 대표들은 '왜 빨리 하려고 하느냐. 천천히 검토한 뒤에 하자'고 했다. 이 업체들 중에서 '주세가 개편되면 소주 값이 오른다'는 소문을 흘리고 있다. 당초 개편안 발표 예정일을 앞두고 하이트진로 측이 '참이슬' 가격을 기습 인상했다. 마치 주세 개편으로 가격이 오르거나 오를 수 있다는 것처럼 비치게 했다."
―정부 관계자에게 직접 확인해보니 "소주에 대한 세금은 절대 안 올린다"고 말했다. 그런데 왜 소주 업체들은 종량세에 반대하나?
"2017년 국내 소주 시장 점유율은 하이트진로('참이슬') 48%, 롯데칠성음료('처음처럼') 18%, 무학('좋은데이') 11%이다. 이들의 독과점 구조다. 국내시장에만 안주해온 이 업체들은 어떤 변화도 원치 않는다. 종량세로 개편되면 가격 경쟁력이 생긴 증류식 소주로 시장 판도가 바뀔까봐 겁내는 것이다. 과거에 일본이 주세법 개정으로 그렇게 됐다. 내가 '당신네는 자금력과 유통망을 갖춘 대기업인데 이제 질 좋은 증류식 소주를 만들어 세계와 경쟁해야 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정부가 개편안 발표를 또 연기한 것은 이들의 로비 때문으로 보나?
"어떤 식으로든 있겠지만 담당 부처인 기재부는 술 산업의 경쟁력을 위해 이번 기회에 주세 개편을 해야 한다는 쪽이다. 반면 청와대와 여당에서는 부정적이라고 들었다. 박근혜 정부가 담뱃값 인상으로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던 것처럼, 주세 개편으로 만에 하나 소주 값이 인상되면 내년 총선에서 망한다고 보는 것이다."
―눈앞의 표(票)만 계산하면 무슨 개혁이 되겠나?
"몇 년 전부터 차별적인 맛과 품질의 수제 맥주 업체들이 부쩍 생겨났다. 모두 중소 상공인이다. 하지만 현행 종가세로는 가격 경쟁이 안 돼 살아남을 수 없다. 세계 주류 시장 규모는 1600조원인데 국내시장은 4조4000억원에 불과하다. 한국 술의 세계 경쟁력이 전혀 없다는 뜻이다. 기존 주류 업체들은 우리 술을 수출해 번 돈은 몇 푼 안 되고, 오히려 수입 양주·맥주를 들여와 많은 이윤을 남기고 있다. 현 정권이 이런 기득권 대기업을 두 둔할 이유가 무엇이 있나."
10년 전 한식의 고급화를 부르짖던 그를 인터뷰해 '그는 미쳤다'는 제목으로 쓴 적이 있었다. 그의 말이 백번 옳았다.
한국인 남성은 연간 16.7L 술을 마신다. 소주병으로는 273개, 캔맥주로는 668개다. 남성 100명 중 12명이 술과 관련된 질환이나 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성의 술 섭취량은 남성의 4분의 1이다.
"이번 정부 관계자는 '술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위해 주세 개편은 꼭 필요하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다. 그는 종량세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소주 업체 대표들에게 '세금 인상이 없으면 걱정할 게 없지 않으냐'고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업체 대표들은 '왜 빨리 하려고 하느냐. 천천히 검토한 뒤에 하자'고 했다. 이 업체들 중에서 '주세가 개편되면 소주 값이 오른다'는 소문을 흘리고 있다. 당초 개편안 발표 예정일을 앞두고 하이트진로 측이 '참이슬' 가격을 기습 인상했다. 마치 주세 개편으로 가격이 오르거나 오를 수 있다는 것처럼 비치게 했다."
―정부 관계자에게 직접 확인해보니 "소주에 대한 세금은 절대 안 올린다"고 말했다. 그런데 왜 소주 업체들은 종량세에 반대하나?
"2017년 국내 소주 시장 점유율은 하이트진로('참이슬') 48%, 롯데칠성음료('처음처럼') 18%, 무학('좋은데이') 11%이다. 이들의 독과점 구조다. 국내시장에만 안주해온 이 업체들은 어떤 변화도 원치 않는다. 종량세로 개편되면 가격 경쟁력이 생긴 증류식 소주로 시장 판도가 바뀔까봐 겁내는 것이다. 과거에 일본이 주세법 개정으로 그렇게 됐다. 내가 '당신네는 자금력과 유통망을 갖춘 대기업인데 이제 질 좋은 증류식 소주를 만들어 세계와 경쟁해야 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정부가 개편안 발표를 또 연기한 것은 이들의 로비 때문으로 보나?
"어떤 식으로든 있겠지만 담당 부처인 기재부는 술 산업의 경쟁력을 위해 이번 기회에 주세 개편을 해야 한다는 쪽이다. 반면 청와대와 여당에서는 부정적이라고 들었다. 박근혜 정부가 담뱃값 인상으로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던 것처럼, 주세 개편으로 만에 하나 소주 값이 인상되면 내년 총선에서 망한다고 보는 것이다."
―눈앞의 표(票)만 계산하면 무슨 개혁이 되겠나?
"몇 년 전부터 차별적인 맛과 품질의 수제 맥주 업체들이 부쩍 생겨났다. 모두 중소 상공인이다. 하지만 현행 종가세로는 가격 경쟁이 안 돼 살아남을 수 없다. 세계 주류 시장 규모는 1600조원인데 국내시장은 4조4000억원에 불과하다. 한국 술의 세계 경쟁력이 전혀 없다는 뜻이다. 기존 주류 업체들은 우리 술을 수출해 번 돈은 몇 푼 안 되고, 오히려 수입 양주·맥주를 들여와 많은 이윤을 남기고 있다. 현 정권이 이런 기득권 대기업을 두 둔할 이유가 무엇이 있나."
10년 전 한식의 고급화를 부르짖던 그를 인터뷰해 '그는 미쳤다'는 제목으로 쓴 적이 있었다. 그의 말이 백번 옳았다.
한국인 남성은 연간 16.7L 술을 마신다. 소주병으로는 273개, 캔맥주로는 668개다. 남성 100명 중 12명이 술과 관련된 질환이나 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성의 술 섭취량은 남성의 4분의 1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26/2019052602276.html
'국내정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설] 문제 해결 능력 잃은 '不能 정부' 아닌가 (0) | 2019.06.11 |
---|---|
[최보식 칼럼] 光州와 봉하마을, 누가 불편하게 만드나 (0) | 2019.06.11 |
[최보식이 만난 사람] "박근혜에겐 최순실이 한 명, 문재인에겐 '최순실'이 열 명" (0) | 2019.06.11 |
[최보식이 만난 사람] "지금은 '독립운동'을 하는 심정… 문재인 정권과 타협할 때 아니다" (0) | 2019.06.11 |
'탈원전 적자' 한전 "전기요금 원가 공개하겠다"...정부에 반기? (0) | 2019.06.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