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가전

美·日기술 베끼다가…세계 주름잡는 반도체·이동통신

Shawn Chase 2019. 6. 3. 21:42

공학한림원 `산업기술발전 70년사` 발간…11개분야 집대성

선진기술 제휴 반도체 사업
1974년에야 국내 독자 생산
지금은 글로벌 1위 자리매김

車·의약·항공우주·건축 등
`해방이후 70년` 체계적 정리




  • 원호섭 기자
  • 입력 : 2019.06.03 18:04:45   수정 : 2019.06.03 19: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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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기술을 모방하던 패스트폴로어(추격자)가 퍼스트무버(선도자)가 되기까지." 

3일 한국공학한림원이 공개한 `한국산업기술발전사`는 광복 이후 2015년까지 한국 산업의 세계화를 이끈 11개 산업기술의 진화 과정을 담고 있다. 

권오경 공학한림원 회장은 "대한민국의 발전과 성장은 국제적인 관심 대상이었지만 발전 과정에 대한 연구는 전무한 상태였다"며 "한국 산업기술 발전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기록해 경험을 후대에 전수하고,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한 연구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발전사 집필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공학한림원은 한국산업기술발전사를 위해 400명에 달하는 집필진을 구성한 뒤 4년에 걸쳐 제작했다. 집필진에는 산업체 임직원, 정부 관료, 연구원 등 산업 발전 주역이 대거 참여했다.

원고지 3만장(소설책 30권 분량)에 달하는 발전사에는 한국이 `패스트폴로어`에서 `퍼스트무버`로 나아가는 고난과 역경의 과정이 오롯이 담겨 있다. 매일경제는 11개 분야 170여 개 기술 분류 중 한국을 경제대국으로 우뚝 세운 그리고 우뚝 세울 것으로 기대되는 반도체, 의약·바이오, 자동차, 건축, 서비스로봇 등 7개 분야 발전사를 정리했다. 

1990년대부터 세계 최고로 등극한 반도체 분야는 1965년 미국, 일본계 반도체 기업들의 국내 진출로 시작됐다. 미국 페어차일드, 일본 도시바 등은 자국에서 만든 반제품을 국내로 들여와 조립한 뒤 재수출했다. 국내 기업들이 눈동냥으로 배운 기술을 토대로 반도체 조립을 시작한 것은 1960년대 후반부터다. 금성사는 미국 내셔널세미컨덕터(NSC)와 기술 제휴를 맺어 1969년 5월, 반도체 전문 회사 금성전자를 설립하면서 반도체 사업을 시작했다. 

국내 기업이 독자적으로 반도체 생산을 시작한 것은 1974년이다. 미국에서 귀국한 강기동 박사가 한국반도체를 설립하고 국내 기업 최초로 반도체를 자체 제작했다. 이후 삼성이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은 전환기를 맞았다. 1983년 삼성이 64K D램을 생산한 데 이어 1986년 1M D램 개발에 성공하면서 미·일 기술력을 따라잡았다. 1992년 64M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세계 시장 선도에 나섰다. 최근 삼성은 수직 구조 반도체를 개발해 크기를 줄이면서도 용량을 높여 세계 1등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권욱현 서울대 명예교수는 "산학연 연구 능력 결집과 대학에서 배출한 인재, 앞을 내다본 정부와 기업의 선견지명 등이 결집돼 반도체가 세계를 이끌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초 수소차 양산을 시작한 한국 자동차 산업은 1955년 국내 최초 지프차 `시발자동차` 출시를 신호탄으로 글로벌 강자의 길로 들어섰다. 

현대자동차는 포니를 시작으로 쏘나타를 개발하며 국산 자동차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1991년에는 국내 최초 자체 기술로 개발한 `알파엔진`을 선보였다. 2008년에는 제네시스를 출시하며 `북미 올해의 차`에 올라 품질 면에서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했다. 

세계 최초 5G 개통 국가가 된 한국은 1984년 미국 장비를 도입해 이동전화를 개시한 데 이어 1986년에는 삼성이 개발한 국내 최초 카폰인 SC-1000을 출시하면서 이동통신 걸음마를 뗐다. 1994년 한국에서 CDMA 시험 통화가 세계 최초로 성공하면서 한국은 전 세계 이동통신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했다. 2001년 삼성이 세계 첫 컬러 액정 휴대폰 SCH-X200을 출시하면서 이동통신 분야에서 명실공히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게 됐다.

 

제2의 반도체로 주목받고 있는 의약·바이오 분야에서 한국은 50년에 가까운 긴 역사를 갖고 있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까지는 주로 한약제제나 원료의약품 가공, 수입·복제의약품 등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이후 20년간 쌓인 기술력을 토대로 2000년 이후 국내 의약·바이오 산업은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 시장을 개척하고 유전자 치료제 등에 두각을 나타내면서 차세대 먹거리 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국산업기술발전사 편찬기획위원장을 맡은 최항순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국산업기술발전사는 광복 이후 70년의 산업기술 노하우가 집대성된 사료이며, 고도성장을 일궈낸 선대 산업기술인들의 노력이 오롯이 기록돼 있다"고 강조했다. 

[원호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