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입력 : 2019.05.22 14:01 수정 : 2019.05.22 15:08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공식 상영에서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이례적으로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기 전부터 박수가 시작됐고, 봉 감독과 배우들이 극장을 퇴장하기 전까지 약 8분간 기립 박수가 이어졌다. 영화제 관계자뿐 아니라 일반 관객들도 이날까지 경쟁 부문에 상영된 영화 중 “단연 최고”라고 입을 모았다.
21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 내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공식 상영에는 봉 감독과 배우 송강호·이선균·조여정 등 제작진뿐 아니라 봉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2013), <옥자>(2017)에 출연한 배우 틸다 스윈튼도 참석했다. 2층까지 총 2300여석을 채운 관객들은 영화 중간 웃기는 장면에서는 폭소를 터뜨리고, 고비를 넘기는 장면에선 일제히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또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자 일제히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극장 내 조명이 켜진 시점부터는 모두 일어나 봉 감독과 배우, 제작진에게 기립 박수를 보냈다. 영화제 측에서 봉 감독에게 마이크를 건넸고, 봉 감독은 “와주셔서 감사하다. 밤이 늦었으니 집으로 갑시다”라고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날 오후 10시에 상영을 시작해 자정을 넘긴 시점이었다.
극장을 나선 관객들은 매우 밝은 표정으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서로 나눴다. 칸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인 크리스티앙 쥰은 “<기생충>은 올해 초청작 중 내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라고 말했다. 12번째 칸을 방문하고 있는 영화 제작사 ALIGN 부사장 마틴 메츠는 “봉 감독의 영화 <괴물>을 가장 좋아했는데 오늘부로 <기생충>으로 바뀌었다”며 “이날까지 상영된 올해 경쟁 부문 초청작 중에서 <기생충>이 최고였고, 지난 12년간 내가 칸에서 본 영화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날 <기생충> 상영 직전에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공식 상영이 있었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브래드 피트 등 할리우드 최정상 배우들이 주연한 영화로 올해 칸영화제에서 가장 주목받는 영화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연 결과, <기생충>의 손을 들어주는 이들이 더 많았다. 프랑스 영화사에서 일하는 막심 두차토는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도 봤는데 <기생충>이 훨씬 더 좋았다”며 “웃기기도 하고 어두운 부분도 있고 한국 사회에 대한 것을 응축해서 비판한 점이 훌륭했다”고 말했다.
외신들도 호평했다. 가디언의 유명 평론가 피터 브래드쇼는 “<기생충>은 덩굴손처럼 뻗어 와 당신 안으로 깊숙이 박힌다”고 소감을 밝혔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기생충>은 마음을 사로잡는 영화다. <살인의 추억> 이후 봉준호 감독의 가장 성숙한, 한국 사회의 현실에 대한 발언”이라고 평했다. 버라이어티는 “우리가 보아왔던 그 어떤 전작보다, 웃음은 더 어두워졌고, 분노의 목소리는 더 사나워졌으며 울음은 더 절망적이다. 봉준호가 돌아왔다. 가장 뛰어난 형태로”라고 썼다.
올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들이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지 않다는 평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온 호평이라 수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관객들이 이렇게까지 다 남아 박수를 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며 “전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계급 차이를 (봉 감독) 자신의 방식대로 유머러스하고 영리하게 잘 풀어냈다. 경쟁 부문에 좋은 영화가 생각보다 적어 더 돋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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