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설] 한·미 통화 때마다 다른 발표, 이젠 이상하지도 않다

Shawn Chase 2019. 5. 9. 18:42
    입력 2019.05.09 03:18

    청와대는 7일 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 대통령이 통화한 후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시의적절하며 긍정적 조치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이를 지지했다"고 했다. 청와대는 또 "북한이 대화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면서 조기에 비핵화 협상을 재개할 방안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했다. 하지만 1시간여 뒤 백악관은 "두 정상은 북한의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 달성 방안을 논의했다"고만 했다. '대북 식량 지원'과 관련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정상 간 대화 내용에서 양국이 부각하고자 하는 부분이 똑같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한쪽이 최우선으로 의미를 부여한 내용이 다른 쪽 발표에서는 아예 언급조차 안 되고 통째로 빠져 있다면 이는 비정상이다. 정상 간 대화 발표는 통상적으로 양국의 조율을 거쳐 나온다. 그러고도 일치된 메시지가 나오지 못하는 것은 양국 간 시각차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장 전날 미·일 정상 통화 후 백악관이 "두 정상은 FFVD 달성 방법에 대한 의견 일치를 재확인했다"고 한 것만 봐도 미국의 방점은 식량 지원이 아니라 '완전한 비핵화'에 있다. 미국이 일본과는 '의견 일치'를 봤다고 한 반면 한국과는 '논의'만 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 한·미는 딴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얘기 아닌가.

    한·미 정상이 대화 후 '다른 얘기'를 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청와대는 지난 2월 하노이 미·북 회담 직전 한·미 정상 통화 후 "문 대통령이 '남북 경협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고 했다"고 발표했다. 미측 발표에는 이 부분이 전혀 없었다. 작년 9월 정부의 대북 특사 방북 전날 이뤄진 통화 브리핑에서도 백악관은 청와대가 강조한 '남북 개선'은 언급하지 않고 "FFVD를 논의했다"는 점만 강조했다. 앞서 작년 3월 통화 후에도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대화 100% 지지했다", 미국은 "최대 압박을 계속하기로 동의했다"며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이제는 양국에서 다른 발표가 나오는 것이 이상하지도 않을 지경이다. 이쯤 되면 각자 자기 입장을 밝히지 뭐 하려고 통화해서 의견 조율 시늉을 하느냐는 생각까지 든다. 이런 관계도 동맹이라고 부를 수 있나.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08/201905080350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