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사설] 무모 무리한 패스트 트랙, 내부서 터져 나오는 반발

Shawn Chase 2019. 5. 3. 16:00

조선일보

입력 2019.05.03 03:19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내고 민주당으로 복귀한 김영춘 의원은 인터뷰에서 "선거법을 패스트 트랙(신속처리안건)에 태워 일방 처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경기의 규칙인 선거법만은 야당과 합의 처리해야 한다"고 했는데 문재인 대통령도 야당 대표 때 똑같은 말을 했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선거법과 함께 패스트 트랙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해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어긋난다"고 했다. 검찰 출신인 민주당 금태섭 의원과 조응천 의원도 각각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법안과 수사권 조정 법안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민주당이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 3당과 서로 원하는 법안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패스트 트랙 지정에 성공하고 승전가를 부르자마자 권력 내부에서 이에 대한 이의가 나오고 있다. 패스트 트랙은 법안 처리가 무한정 표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예외적으로 적용되는 조치다. 국회 재적 의원의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는 법안에 대해서는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국회 논의 기간이 330일이 지나면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도록 한 것이다. 앞서 패스트 트랙으로 지정됐던 사회적 참사법 등은 개별 법안에 대해 상당 정도 공감대가 이뤄진 경우라서 여당 내 이견이 없었고 야당도 크게 반대하지는 않았다.

이번에 패스트 트랙에 올린 선거법, 공수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은 입법부와 수사기관의 권력 문제를 다루는 것이라서 국민 실생활과는 관련이 없고 대다수 국민은 법안 내용도 알지 못한다. 당연히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을 리가 없다. 선거법과 수사 관련 법은 전혀 연관성이 없는데도 패스트 트랙 지정에 필요한 재적 의원 5분의 3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억지로 한 몸인 것처럼 묶었다. 공수처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고 싶은 여당은 선거법에 대한 생각이 달라도 어쩔 수 없이 찬성해야 했고, 야당은 선거제도를 바꿔 의석 수를 늘리기 위해 수사 관련 법안들을 묻지 마 지지하는 식이었다. 더구나 선거법은 김 의원 지적처럼 애초에 한국당 반대를 무릅쓰고 패스트 트랙에 올려놓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선거제도 강제 변경은 결국 되지도 않을 일이고 만에 하나 강제로 바꾼다면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압도적 지지를 받는 법안을 신속 처리한다는 패스트 트랙의 기본 원칙을 무시하고 야당을 제압하겠다는 정치 계산만 앞세워 밀어붙이고 나니 정권 내부에서부터 다른 말이 나오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02/201905020353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