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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컬처 DNA] J팝 가수들의 K팝 이직 러시

Shawn Chase 2019. 4. 13. 01:55
  • 박창영
  • 입력 : 2019.04.10 17:51

[케이컬처 DNA] J팝 가수들의 K팝으로의 '이직'이 급증하고 있다. 일본 최정상 걸그룹 핵심 멤버로 활동하던 가수들이 한국에서 데뷔하거나, 끼 있는 일본 신인이 첫 데뷔 무대로 한국을 선택하는 일이 잦아지는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K팝 위상이 높아지고, 국내 가요시장이 커지면서 더 많은 국적의 아티스트가 한국 문을 두드릴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다음달 엠넷 신규 예능 프로그램
▲ 다음달 엠넷 신규 예능 프로그램 '유학소녀' 출연을 확정지은 치바 에리이는 일본 톱 아이돌 그룹 AKB48 소속이다. /사진제공=CJ ENM


10일 엠넷은 다음달 방영을 앞둔 신규 예능 프로그램 '유학소녀'에 AKB48 멤버 지바 에리이(16)가 출연한다고 밝혔다. 지바는 지난해 방영된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48'에 나와 국내에도 마니아층이 탄탄한 가수다. 데뷔 조인 아이즈원(IZ*ONE) 12인에는 들지 못했지만, 한국 외에도 글로벌 팬을 다수 확보하며 향후 행보를 궁금케 했다.

그가 출연하게 된 '유학소녀'는 K팝을 사랑하는 외국인 여성들이 한국에서 보컬, 춤, 한국어, 뷰티, 스타일링을 공부하는 모습을 다루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그는 한국에 유학을 온 여러 소녀 중 인지도가 가장 높은 출연자로서 프로그램 관심도를 높이는 역할로 투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그가 '유학소녀'를 계기로 한국 활동 범위를 넓혀갈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

일본 걸그룹 AKB48 출신 타케우치 미유는 최근 윤종신이 대표 프로듀서로 있는 미스틱스토리와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제공=CJ ENM
▲ 일본 걸그룹 AKB48 출신 타케우치 미유는 최근 윤종신이 대표 프로듀서로 있는 미스틱스토리와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제공=CJ ENM


한국시장을 노크하고 있는 AKB48 출신 가수는 지바뿐만이 아니다. 그와 같이 '프로듀스 48'에 출연했다가 최종 순위 17위에 올라 데뷔하지 못한 다케우치 미유는 미스틱스토리와 계약을 체결했다. 그는 윤종신이 대표 프로듀서로 있는 미스틱스토리에 직접 찾아와 한국 활동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케우치는 '프로듀스 48'에서도 노출했듯 가창력과 작곡 실력이 수준급인 가수라 싱어송라이터 중심 기획사인 미스틱스토리를 선택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미스틱스토리에는 하림, 조정치, 정인 등 자작곡이 강한 가수가 다수 포진해 있다.

울림엔터테인먼트 신규 걸그룹으로 데뷔하게 된 타카하시 쥬리 /사진=타카하시 쥬리 인스타그램 캡쳐
▲ 울림엔터테인먼트 신규 걸그룹으로 데뷔하게 된 타카하시 쥬리 /사진=타카하시 쥬리 인스타그램 캡쳐


인피니트, 러블리즈가 소속된 울림엔터테인먼트는 AKB48 출신 가수가 포함된 신규 걸그룹 론칭을 준비 중이다. 다카하시 쥬리는 '프로듀스 48' 16위로 아이즈원 데뷔에 실패한 후 울림엔터테인먼트와 국내 걸그룹 데뷔를 두고 오랜 시간 논의를 거친 끝에 전속계약하게 됐다. 최근까지 AKB48의 주요 멤버로 활약했기 때문에 그의 한국 데뷔 발표는 한일 양국 포털 사이트 메인을 장식할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다.

작년 국내 데뷔한 3인조 허니팝콘은 전 멤버가 일본 걸그룹 SKE48 출신이다. /사진제공=KYUN
▲ 작년 국내 데뷔한 3인조 허니팝콘은 전 멤버가 일본 걸그룹 SKE48 출신이다. /사진제공=KYUN


AKB48 자매그룹 SKE48 출신 멤버들도 한국서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작년에 한국에 3인조 걸그룹으로 데뷔한 허니팝콘의 세 멤버 이야기다. 전 멤버가 SKE48 출신인 이 팀은 올해 컴백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걸그룹은 일반적으로 가창력이나 안무 소화력이 한국 걸그룹보다 떨어지지만 이 팀은 작년 발군의 실력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아울러 데뷔 당시 미카미 유아를 비롯해 사쿠라 모코, 마쓰다 미코 등 세 멤버 모두 AV(Adult Video·성인 비디오) 배우였다는 것도 화제성을 키운 요인이 됐다.

한국서 솔로로 데뷔한 유키카는 국내 시티팝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사진제공=에스티메이트
▲ 한국서 솔로로 데뷔한 유키카는 국내 시티팝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사진제공=에스티메이트


가수로서 첫 걸음을 한국에서 떼는 재능 있는 일본인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과거 다양한 한국 걸그룹에 일본인 멤버가 존재했지만, 최근엔 걸그룹의 한 멤버가 아닌 솔로로서 접근이 늘어난다는 게 특징이다. 시티팝 열풍을 주도하는 유키카가 그 대표적 예다. 일본에서 어린 시절 모델 활동 등을 했던 유키카는 한국 기획사 에스티메이트 소속으로 첫 번째 디지털 싱글 '네온(NEON)'을 한국어로 노래했다. 따스하고도 몽환적인 느낌의 목소리 톤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에서 존재감을 다진 유키카는 오는 22일 일본에서 쇼케이스를 가지며 양국을 넘나드는 활동을 보여주겠다는 계획이다.

SNS 내 인기 순위를 겨루는 빌보드 소셜50 차트는 한국 가수 차지가 된 지 오래다. 이번 주 1~10위 중 6팀이 K팝 아티스트다.
▲ SNS 내 인기 순위를 겨루는 빌보드 소셜50 차트는 한국 가수 차지가 된 지 오래다. 이번 주 1~10위 중 6팀이 K팝 아티스트다.


J팝 가수들이 K팝 산업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바뀌어버린 한국과 일본 대중음악시장 위상과 관련이 있다. J팝은 과거 아무로 나미에와 아라시 등이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를 끌며 아시아 대중음악 맹주로 군림했지만 현재는 국제적 파급력이 그때만 못하다. 반면, K팝은 J팝의 아류라는 소리를 들으며 시작했지만, 현재는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트와이스, 레드벨벳, 갓세븐, 몬스타엑스 등 다양한 아이돌 그룹이 서구권에서까지 인기를 끌며 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주요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내 인기를 겨루는 빌보드 소셜50 차트를 한국 가수들이 점령하다시피 하고 있는 동안, 같은 차트에서 일본 가수는 존재감이 없다. 한국 음악시장은 글로벌 아티스트로 도약하는 발판이 돼주는 반면, 일본에서는 최정상급 가수가 돼도 내수시장용 아티스트 이상을 기대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황선업 음악평론가는 "J팝은 타깃층이 다소 한정적"이라며 "일명 오타쿠로 불리는 사람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접근해서 '유사 연애'로서 상품성을 발휘하는 게 일본 아이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상황 속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싶은 일본 아이돌들이 K팝에 관심을 갖는 건 자연스럽다"며 "'프로듀스 48' 등을 통해서 일본의 재능 있는 인재들을 확인한 한국 엔터테인먼트 회사도 이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려고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정병욱 평론가는 "자국에서 인지도나 커리어를 어느 정도 쌓았지만 더 이상 확장이 어렵다고 판단한 가수들이 K팝으로 눈을 돌림으로써 제2의 성공과 확장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일본 이외 국가의 아티스트까지 한국시장 데뷔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아직까지 일본만큼 한국 팬들에게 친숙한 음악시장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창영 문화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