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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30만명 덩치 커졌지만… 주말이면 텅비는 ‘반쪽 도시’

Shawn Chase 2019. 4. 7. 12:06

세종=이새샘 기자 입력 2019-04-06 03:00수정 2019-04-06 04:38



[위클리 리포트]출범 7주년 맞는 세종시, 어디까지 왔을까

세종시는 2013년만 해도 정부청사 건물만 있고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도시였지만 지금은 인구 30만 명에 각종 생활편의시설이 들어선 대도시로 변모했다. 하지만 주 후반만 되면 공무원들이 서울과 대전 등지로 빠져나가면서 ‘월화수목의 도시’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


# 2014년 1월 8일. 정부세종청사 국무조정실 맞은편에 ‘스타벅스’가 문을 열었다. 세종청사 출범 1년 반 만에 생긴 대형 카페. 점심시간 공무원들은 카페 앞에 100m 넘게 줄을 섰다. 너무 오래 기다리는 공무원들에게 카페 주인은 작은 종이컵에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분량씩 담아 나눠줬다. 경제 부처의 한 과장은 “이게 ‘서울의 맛’”이라고 했다.

# 지난달 29일 오후 세종시 종촌동의 한 상가. 금요일 오후인 데다 영화관까지 있는 건물이지만 내부는 썰렁했다. 영화관과 같은 층에 있는 카페나 바로 아래층 식당가에도 손님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한 음식점 종업원은 “금요일 오후부터 사람이 줄어들기 시작해 주말에는 손님이 거의 없다”며 “대부분 서울이나 인근 도시로 나가는 듯하다”고 했다.

2012년 출범한 세종특별자치시가 지난해 인구 30만 명을 넘어섰다. 출범 이듬해인 2013년 7월만 해도 세종시 인구는 12만 명에 불과했다. 도시의 외형은 커졌지만 세종시가 균형발전이라는 당초 목적을 이뤘다고 보는 시각은 드물다. “세종시에만 자원이 집중되며 ‘블랙홀’이 되고 있다”거나 “허우대만 멀쩡한 반쪽짜리 도시”라는 비판이 나온다.

○ ‘공무원의 도시’가 돼가는 세종

세종시가 인근 인구를 빨아들이고 있다. 지난해 인구 이동 통계를 보면 세종시로 전입한 인구 5만8000명 가운데 38.3%는 원래 대전에 살았다. 전입 전 충남에 살던 사람 비중도 11.6%나 됐다. 인근 지역인 대전, 충남에서 유입되는 인구가 세종시 전입 인구의 절반 정도인 셈이다. 반면 대전 인구는 2013년 153만 명에서 지난해 149만 명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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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주변 지역서 세종시로 이주하는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세종시의 거주 여건 때문이다. 대전에서 출퇴근을 하다 최근 세종시로 이사한 정부 부처 40대 주무관 A 씨는 “거리가 깨끗하고 공원도 많고, 집도 깔끔하다”며 주변에 세종시로 이사할 것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몇 년 사이 세종시 집값이 뛰면서 공무원 특별 공급 대상이 아니더라도 세종시로 이사해 전세나 월세로 거주하다 아파트 분양권 당첨을 노리려는 수요도 많다.



세종시 여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또 다른 통계가 출산율이다. 세종시 합계출산율은 2015년 1.89명, 2016년 1.81명, 2017년 1.67명으로 3년 연속 전국 1위다. 젊은 인구가 많은 데다 육아휴직이 수월한 공공 부문 종사자가 많아서다. 청사마다 직장어린이집이 있는 등 양육 환경도 좋다. 정부 부처의 30대 사무관 B 씨는 “청사 내 어린이집이 있다 보니 아이와 함께 출퇴근하고, 야근을 하는 경우엔 근처에서 일하는 아내가 아이를 데리러 온다”며 “둘째를 낳을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 ‘월화수목의 도시’로 전락할 우려도

세종청사 계약직 직원인 30대 C 씨는 주중에 세종에 머물다가 주말이면 부모님 댁이 있는 대전서 지낸 후 일요일 저녁 때 다시 세종으로 온다. C 씨는 “세종시는 주말에 놀러 나갔다 회사 사람을 마주칠 때도 많고, 즐길거리도 별로 없다”고 말했다. “세종시가 겉으로는 좋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삭막하다”고도 했다.

C 씨처럼 실제 세종시 거주민의 만족도는 높지 않다. 리얼미터에서 올해 3월 조사한 광역자치단체 주민생활만족도에서 ‘세종시 생활에 만족한다’는 응답 비중은 54.6%로 전체 광역시도 중 8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대전세종연구원이 세종시 주민 12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민들이 세종시 거주 여건 중 가장 불만이라고 꼽은 것은 높은 물가였다. 세종시는 상가가 프랜차이즈 중심이고 임대료가 높아 인근 다른 지역보다 물가가 높은 편이다. 병의원, 대중교통, 쇼핑시설, 매매 및 전세 가격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았다.


장사가 잘 안되는 상가는 세종시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건물은 번듯하게 지어놨는데 들어와서 장사하는 사람이 적다. 지난해 4분기(10∼12월) 세종시 상가 공실률은 14.3%로 전국 평균(10.8%)보다 높다. 유동인구가 많은 중심가의 1층 상가가 몇 달 동안 비어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사람들이 금요일부터 서울이나 인근 도시로 되돌아가면서 유동인구가 줄기 때문이다. 세종시가 ‘월화수목의 도시가 됐다’는 말도 나온다.

○ “세종 때문에 충남·대전권 불균형 심화”


세종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아침에 버스가 오지 않아 결국 지각했다” “버스가 만원이라 탈 수가 없었다”는 불만이 자주 올라온다. ‘차 없는 도시’를 표방하며 출범한 세종시지만 상황은 반대다. 2014년 12월 약 6만7880대였던 자동차 등록대수는 올해 3월 기준 15만2988대로 크게 늘었다. 가뜩이나 좁은 도로에 평일 출퇴근 시간에 이동량이 집중돼 교통체증이 반복된다. 다른 시간대에는 승객이 적어 무작정 대중교통을 확충하기도 힘들다.


이렇다 보니 서울에서 출퇴근하거나 숙소를 얻어 지내다 금요일 오후면 서울로 올라가는 공무원도 여전히 많다. 올해 공무원 통근버스 운행 예산은 지난해 98억2200만 원에서 106억6200만 원으로 8억4000만 원 증액됐다.

김홍배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세종시가 당초 목적대로 균형발전을 촉진하기보다는 충남·대전권의 불균형을 심화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