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04.09 03:20
자산 규모 재계 14위인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8일 급서했다. 폐질환을 앓았던 그는 지난달 27일 대한항공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반대로 등기이사직을 박탈당한 뒤 병세가 급속히 악화됐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그는 지난달 말까지 수시로 회사 업무 보고를 받을 정도의 건강 상태를 유지했다고 한다. 그래서 급작스러운 죽음이 더욱 충격적이다.
그는 현 정부 들어 대표적인 '적폐 기업인'으로 찍혀 전방위 압박을 받아왔다. 작년 4월 조 회장 차녀의 '물컵 갑질' 사건이 터진 이후 조 회장과 그의 가족은 범정부 차원의 사정(司正) 총공격을 받았다. 검찰·경찰은 물론, 관세청·공정위·교육부·고용부·복지부 등 11개 기관에서 25건의 조사를 받았다. '물컵' 사건과 관련도 없는 별건(別件) 조사로 확대돼 밀수, 가정부 불법고용 같은 온갖 사안으로 망신을 주었다. 18차례에 걸쳐 한진그룹 계열사 압수수색이 진행됐고, 조 회장 일가는 모두 14번 검찰·경찰·법무부 등의 포토라인에 서야 했다. 관세청장이 "조 회장 자택에 '비밀의 방'이 있다"고 공개 발언했지만 실제 있지도 않았다. 마녀사냥, 인민재판이 따로 없었다. 한 기업인 가족을 상대로 이렇게 국가 기관이 총동원된 적은 없었다.
하지만 검찰은 정작 물컵 사건에 대해선 무혐의로 결론 내리고 기소하지도 않았다. 가족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이 모두 기각되자 칼날은 조 회장으로 향했다. 검찰은 항공기 장비와 기내 면세품 구매 과정에서 수백억원대 횡령이 있었다며 조 회장을 기소했다. 국민연금은 '주주 가치 훼손'을 이유로 조 회장을 대한항공 이사회에서 축출했다. 지병이 있는 환자가 이러고도 사망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일일 것이다.
대기업 오너 가족의 '갑질'이나 부도덕한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조 회장 가족은 전직 회사 임원들로부터도 외면을 받을 정도로 처신에 문제가 많았다. 그러나 도덕적인 비난과 법에 의한 처벌은 엄격히 구별돼야 한다. 법치는 어떤 행위에 범죄 혐의가 있을 경우 그 혐의를 입증하고 처벌하는 것이다. 반대로 특정 인물을 먼저 찍은 뒤에 무조건 잡겠다는 목적을 갖고 법을 이용해 먼지 털기를 하는 것은 법치가 아니다. 조 회장 사망에 대해 재계에선 '간접 살인'이란 개탄까지 나오고 있다고 한다. 무리한 얘기라고 할 수 있는가.
이 정부 들어 '적폐 청산' 대상이 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4명이다. 이재수 전 기무사 령관, 변창훈 전 서울고검 검사, 국정원 소속이었던 정모 변호사, '방산 적폐'로 찍혀 수사받던 기업 임원 등이다. 그런데 이들의 혐의는 애매하거나 입증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다. 대중의 분노에 야합하는 공권력은 폭력이나 다름없다. 조 회장의 죽음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근간인 법치주의가 지금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작동되고 있느냐는 물음을 던지고 있다.
그는 현 정부 들어 대표적인 '적폐 기업인'으로 찍혀 전방위 압박을 받아왔다. 작년 4월 조 회장 차녀의 '물컵 갑질' 사건이 터진 이후 조 회장과 그의 가족은 범정부 차원의 사정(司正) 총공격을 받았다. 검찰·경찰은 물론, 관세청·공정위·교육부·고용부·복지부 등 11개 기관에서 25건의 조사를 받았다. '물컵' 사건과 관련도 없는 별건(別件) 조사로 확대돼 밀수, 가정부 불법고용 같은 온갖 사안으로 망신을 주었다. 18차례에 걸쳐 한진그룹 계열사 압수수색이 진행됐고, 조 회장 일가는 모두 14번 검찰·경찰·법무부 등의 포토라인에 서야 했다. 관세청장이 "조 회장 자택에 '비밀의 방'이 있다"고 공개 발언했지만 실제 있지도 않았다. 마녀사냥, 인민재판이 따로 없었다. 한 기업인 가족을 상대로 이렇게 국가 기관이 총동원된 적은 없었다.
하지만 검찰은 정작 물컵 사건에 대해선 무혐의로 결론 내리고 기소하지도 않았다. 가족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이 모두 기각되자 칼날은 조 회장으로 향했다. 검찰은 항공기 장비와 기내 면세품 구매 과정에서 수백억원대 횡령이 있었다며 조 회장을 기소했다. 국민연금은 '주주 가치 훼손'을 이유로 조 회장을 대한항공 이사회에서 축출했다. 지병이 있는 환자가 이러고도 사망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일일 것이다.
대기업 오너 가족의 '갑질'이나 부도덕한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조 회장 가족은 전직 회사 임원들로부터도 외면을 받을 정도로 처신에 문제가 많았다. 그러나 도덕적인 비난과 법에 의한 처벌은 엄격히 구별돼야 한다. 법치는 어떤 행위에 범죄 혐의가 있을 경우 그 혐의를 입증하고 처벌하는 것이다. 반대로 특정 인물을 먼저 찍은 뒤에 무조건 잡겠다는 목적을 갖고 법을 이용해 먼지 털기를 하는 것은 법치가 아니다. 조 회장 사망에 대해 재계에선 '간접 살인'이란 개탄까지 나오고 있다고 한다. 무리한 얘기라고 할 수 있는가.
이 정부 들어 '적폐 청산' 대상이 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4명이다. 이재수 전 기무사 령관, 변창훈 전 서울고검 검사, 국정원 소속이었던 정모 변호사, '방산 적폐'로 찍혀 수사받던 기업 임원 등이다. 그런데 이들의 혐의는 애매하거나 입증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다. 대중의 분노에 야합하는 공권력은 폭력이나 다름없다. 조 회장의 죽음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근간인 법치주의가 지금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작동되고 있느냐는 물음을 던지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08/2019040803060.html
野의원들 "조양호 회장 죽음, 文정권의 권력남용 탓"
입력 2019.04.09 11:13 | 수정 2019.04.09 13:47
김무성 "文정부 과도한 괴롭힘, 조양호 회장 빨리 돌아가시게 해"
이언주 "조양호 회장, 文정권과 좌파운동권이 죽인거나 다름없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지난 8일 미국에서 숙환으로 별세한 데 대해 야권 의원들이 문재인 정부의 과도한 수사와 국민연금의 경영개입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나왔다. 조 회장 일가의 ‘갑질’ 논란 등 이런저런 문제가 있었지만, 법적⋅도덕적인 책임을 넘어선 과도한 국가 권력의 먼지 털기식 수사와 경영권 개입 등이 가해졌다는 주장이다.
이언주 "조양호 회장, 文정권과 좌파운동권이 죽인거나 다름없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지난 8일 미국에서 숙환으로 별세한 데 대해 야권 의원들이 문재인 정부의 과도한 수사와 국민연금의 경영개입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나왔다. 조 회장 일가의 ‘갑질’ 논란 등 이런저런 문제가 있었지만, 법적⋅도덕적인 책임을 넘어선 과도한 국가 권력의 먼지 털기식 수사와 경영권 개입 등이 가해졌다는 주장이다.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열린토론, 미래: 대안찾기' 토론회 인사말에서 "조 회장은 원래 지병이 있었지만 문재인 정부가 압수수색을 18번씩이나 하는 등 과도한 괴롭힘이 고인을 빨리 돌아가시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조 회장은 대한항공 회장으로 재직한 20년 동안 사세를 3배로 키웠고,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을 맡으며 지구를 16바퀴나 돌았다"며 "조 회장의 업적이 이렇게 큰 데도 지난달 27일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이사재선임을 저지했고, 결국 이것이 조 회장을 빨리 죽게 만들었다"고 했다.
지난달 27일 열린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은 조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고, 조 회장은 주주권 대결에서 패해 경영권을 상실했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을 11% 넘게 보유한 2대 주주이다.
김 의원은 또 "문재인 정부가 우리 경제 기반인 기업과 기업인을 미워서 못살게 굴면서 자기편만 챙기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국민연금은 국민의 돈인데, 정치권력이 기업을 괴롭히는 칼로 쓴다는 것은 전형적인 권력남용이자 위법 소지가 크다"고도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조 회장 별세에 대해 "대한항공 총수 일가를 둘러싼 많은 사회적 논란이 있었지만 조 회장이 대한민국 항공 물류 산업 발달에 기여한 바가 많은 것도 사실이었다"라며 "하지만 문재인 정권은 국민의 노후자금을 앞세워 조 회장의 경영권까지 박탈했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문 정부는 연금사회주의라는 비판에도 기업을 통제하고 기업인 축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대기업의 갑질 횡포는 마땅히 비판하고 혁파해야 하지만, 기업인을 죄인 취급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 회장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으셨겠냐. 사실상 문재인 정권과 계급 혁명에 빠진 좌파 운동권들이 죽인 거나 다름없다"고 했다. 이 의원은 "조 회장은 비록 가족이 물의를 일으켰지만 대한항공을 세계적인 항공사로 키운 전문경영인이자 평창올림픽 등 한국 스포츠 발전에 지대한 기여를 했다"며 "대한항공 일가를 둘러싼 인민재판을 방불케하는 마녀사냥 여론몰이는 분명 너무 지나쳤다"고 했다.
그러면서 "6⋅25 당시 인민군과 그에 부화뇌동한 국내 좌익들이 인민재판을 통해 지주들과 자본가들 심지어는 회사원들 까지(자본에 부역했다며) 무참히 학살한 비극이 떠오른다"고 했다. 국민연금이 대한항공 주총에서 주주권을 행사한 것에 대해서도 "우리 국민들은 노후자금을 그런 용도로 쓰라고 허락한 적이 없다"며 "이건 사회주의다. 국민연금이 멋대로 기업들을 국유화하는 수단으로 쓰이지 않게끔 시장의 경쟁 원리를 도입해 가입자들이 운용주체를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조 회장은 대한항공 회장으로 재직한 20년 동안 사세를 3배로 키웠고,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을 맡으며 지구를 16바퀴나 돌았다"며 "조 회장의 업적이 이렇게 큰 데도 지난달 27일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이사재선임을 저지했고, 결국 이것이 조 회장을 빨리 죽게 만들었다"고 했다.
지난달 27일 열린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은 조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고, 조 회장은 주주권 대결에서 패해 경영권을 상실했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을 11% 넘게 보유한 2대 주주이다.
김 의원은 또 "문재인 정부가 우리 경제 기반인 기업과 기업인을 미워서 못살게 굴면서 자기편만 챙기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국민연금은 국민의 돈인데, 정치권력이 기업을 괴롭히는 칼로 쓴다는 것은 전형적인 권력남용이자 위법 소지가 크다"고도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조 회장 별세에 대해 "대한항공 총수 일가를 둘러싼 많은 사회적 논란이 있었지만 조 회장이 대한민국 항공 물류 산업 발달에 기여한 바가 많은 것도 사실이었다"라며 "하지만 문재인 정권은 국민의 노후자금을 앞세워 조 회장의 경영권까지 박탈했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문 정부는 연금사회주의라는 비판에도 기업을 통제하고 기업인 축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대기업의 갑질 횡포는 마땅히 비판하고 혁파해야 하지만, 기업인을 죄인 취급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 회장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으셨겠냐. 사실상 문재인 정권과 계급 혁명에 빠진 좌파 운동권들이 죽인 거나 다름없다"고 했다. 이 의원은 "조 회장은 비록 가족이 물의를 일으켰지만 대한항공을 세계적인 항공사로 키운 전문경영인이자 평창올림픽 등 한국 스포츠 발전에 지대한 기여를 했다"며 "대한항공 일가를 둘러싼 인민재판을 방불케하는 마녀사냥 여론몰이는 분명 너무 지나쳤다"고 했다.
그러면서 "6⋅25 당시 인민군과 그에 부화뇌동한 국내 좌익들이 인민재판을 통해 지주들과 자본가들 심지어는 회사원들 까지(자본에 부역했다며) 무참히 학살한 비극이 떠오른다"고 했다. 국민연금이 대한항공 주총에서 주주권을 행사한 것에 대해서도 "우리 국민들은 노후자금을 그런 용도로 쓰라고 허락한 적이 없다"며 "이건 사회주의다. 국민연금이 멋대로 기업들을 국유화하는 수단으로 쓰이지 않게끔 시장의 경쟁 원리를 도입해 가입자들이 운용주체를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09/2019040901091.html
증시閑담] "당황스럽다"…조 회장 별세 소식에 얼어붙은 국민연금
입력 2019.04.09 10:00
"솔직히 당황스럽고 두렵다는 생각까지도 듭니다."
8일 오후 통화 연결이 된 한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자전문위) 위원의 목소리는 어두웠습니다. 이날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70세의 나이로 별세한 날입니다.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을 빼앗긴 지 불과 12일 만에 전해진 안타까운 소식이었습니다. 미국에서 폐 질환 치료를 받아오던 조 회장의 건강 상태는 주총 이후 급격히 나빠졌다고 합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사내이사직 연임이 좌절되자) 충격과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다"고 했습니다.
8일 오후 통화 연결이 된 한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자전문위) 위원의 목소리는 어두웠습니다. 이날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70세의 나이로 별세한 날입니다.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을 빼앗긴 지 불과 12일 만에 전해진 안타까운 소식이었습니다. 미국에서 폐 질환 치료를 받아오던 조 회장의 건강 상태는 주총 이후 급격히 나빠졌다고 합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사내이사직 연임이 좌절되자) 충격과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다"고 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탁자전문위 위원도 착잡하다는 반응을 보인 겁니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을 11% 넘게 보유한 2대 주주입니다. 국민연금은 이번 주총에서 조 회장 연임에 반대표를 던졌는데, 그 결정을 한 주체가 수탁자전문위 소속 민간 전문가들입니다. 통화를 한 위원은 "우리는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 안에서 최선을 다했을 뿐인데, 전혀 예상치 못한 일(조 회장 사망)이 벌어지니 어떤 말과 행동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수탁자전문위원도 "힘있는 정치인까지 공개적으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조 회장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식으로 비난하니 당혹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연금사회주의를 추구하는 문재인 정권의 첫 피해자가 오늘 영면했다. 국민 노후 생활을 보장하라고 맡긴 국민연금을 기업 빼앗는데 악용했다"고 적었습니다.
예기치 못한 소식에 어쩔 줄 몰라하는 건 국민연금공단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국민연금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활동에 대한 여론이 갑자기 나빠지는 걸 느낀다"며 "콜센터로도 간간이 (조 회장 사망에 관한) 항의전화가 걸려온다"고 했습니다.
시장 관계자들은 조 회장 사망의 원인을 국민연금에 무조건 떠넘기는 건 옳지 않다고 하면서도 "국민연금 스스로 시빗거리를 만들긴 했다"고 입을 모읍니다. 실제로 이번에 수탁자전문위는 대한항공 주총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일부 민간위원의 윤리강령 위반과 과도한 언론플레이로 논란의 불씨를 양산했습니다.
예컨대 민주노총과 참여연대가 추천한 위원 2명은 대한항공 (32,050원▼ -%)주식을 보유 또는 위임받은 주주라는 사실이 회의 직전 드러났습니다. 이들은 또 특정 기업에 대한 회의 내용을 언론에 낱낱이 제공하거나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적는 방식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보도를 유도했습니다. 어떤 위원은 직접 방송 프로그램에 나가 한쪽에만 도움이 되는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올해 주총 시즌을 거치면서 국민연금은 주주권 행사의 신뢰도를 상실했 습니다. 또 재계는 국내 항공산업을 일으킨 큰 별을 잃었습니다. 돌아오는 다음 주총 시즌은 어떤 모습일까요. 어쩌면 국민연금은 지분율이 10% 남짓한 양측(조원태 사장과 KCGI 측) 사이에 서서 킹 메이커 역할을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올해보다 훨씬 더 투명하게 의사 결정을 해야 합니다. 올해처럼 씁쓸한 뒷맛만 잔뜩 남긴 채 끝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또 다른 수탁자전문위원도 "힘있는 정치인까지 공개적으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조 회장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식으로 비난하니 당혹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연금사회주의를 추구하는 문재인 정권의 첫 피해자가 오늘 영면했다. 국민 노후 생활을 보장하라고 맡긴 국민연금을 기업 빼앗는데 악용했다"고 적었습니다.
예기치 못한 소식에 어쩔 줄 몰라하는 건 국민연금공단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국민연금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활동에 대한 여론이 갑자기 나빠지는 걸 느낀다"며 "콜센터로도 간간이 (조 회장 사망에 관한) 항의전화가 걸려온다"고 했습니다.
시장 관계자들은 조 회장 사망의 원인을 국민연금에 무조건 떠넘기는 건 옳지 않다고 하면서도 "국민연금 스스로 시빗거리를 만들긴 했다"고 입을 모읍니다. 실제로 이번에 수탁자전문위는 대한항공 주총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일부 민간위원의 윤리강령 위반과 과도한 언론플레이로 논란의 불씨를 양산했습니다.
예컨대 민주노총과 참여연대가 추천한 위원 2명은 대한항공 (32,050원▼ -%)주식을 보유 또는 위임받은 주주라는 사실이 회의 직전 드러났습니다. 이들은 또 특정 기업에 대한 회의 내용을 언론에 낱낱이 제공하거나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적는 방식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보도를 유도했습니다. 어떤 위원은 직접 방송 프로그램에 나가 한쪽에만 도움이 되는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올해 주총 시즌을 거치면서 국민연금은 주주권 행사의 신뢰도를 상실했 습니다. 또 재계는 국내 항공산업을 일으킨 큰 별을 잃었습니다. 돌아오는 다음 주총 시즌은 어떤 모습일까요. 어쩌면 국민연금은 지분율이 10% 남짓한 양측(조원태 사장과 KCGI 측) 사이에 서서 킹 메이커 역할을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올해보다 훨씬 더 투명하게 의사 결정을 해야 합니다. 올해처럼 씁쓸한 뒷맛만 잔뜩 남긴 채 끝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검·경·국세청 등 11곳서 한진 一家 압박… 압수수색 18회, 소환 14회
입력 2019.04.09 03:20
'물컵 갑질' 등 수사·조사 이어져… 대부분은 영장기각·무혐의 처분
재계 "분명 잘못한 것은 있지만 무리한 수사가 엄청난 부담 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인(死因)은 폐질환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수사기관을 중심으로 한 현 정부의 한진 오너 일가(一家)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도 그에게 큰 심리적 부담을 줬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재계에선 "조 회장이 일련의 사태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말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임원은 "한 기업인 가족에 대한 무리한 수사와 집단 따돌림이 빚은 참사"라고 했다.
한진가 수사의 계기는 지난해 3월 조 회장 딸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이른바 '물컵 갑질' 사건이다. 질문에 제대로 답을 못하는 광고 업체 직원에게 유리컵을 던지고 음료를 뿌렸다는 것이다. 경찰은 그에게 특수폭행과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에서 기각됐다. 검찰은 결국 이 사건을 작년 10월 무혐의 처분했다. "경찰이 여론에 편승한 수사를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후에도 경찰·검찰·국세청·관세청 등 11개 정부 기관의 조사와 수사가 이어졌다. 조 회장의 아내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에 대해 검찰은 폭행과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으로 혐의를 바꿔가며 두 차례에 걸쳐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모두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후 검찰은 조 회장에 대해 90억원대 배임 등 다섯 가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이 역시 기각됐다.
관세청은 지난해 4월 두 차례에 걸쳐 조 회장 자택 등 7곳을 압수 수색했다. 그 직후 "조 회장 자택에 '비밀의 방'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추가 압수 수색을 했지만 '빈방'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지난해 한진그룹을 상대로 한 압수 수색은 공개된 것만 18회이고 총수 일가는 14차례 포토라인에 섰다.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는 "한진 오너 일가도 분명 잘못한 게 있지만 이런 수사와 조사를 정상적이라 할 수 없다"며 "사실상 특정 기업에 대한 망신 주기였다"고 했다.
한진가 수사의 계기는 지난해 3월 조 회장 딸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이른바 '물컵 갑질' 사건이다. 질문에 제대로 답을 못하는 광고 업체 직원에게 유리컵을 던지고 음료를 뿌렸다는 것이다. 경찰은 그에게 특수폭행과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에서 기각됐다. 검찰은 결국 이 사건을 작년 10월 무혐의 처분했다. "경찰이 여론에 편승한 수사를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후에도 경찰·검찰·국세청·관세청 등 11개 정부 기관의 조사와 수사가 이어졌다. 조 회장의 아내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에 대해 검찰은 폭행과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으로 혐의를 바꿔가며 두 차례에 걸쳐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모두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후 검찰은 조 회장에 대해 90억원대 배임 등 다섯 가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이 역시 기각됐다.
관세청은 지난해 4월 두 차례에 걸쳐 조 회장 자택 등 7곳을 압수 수색했다. 그 직후 "조 회장 자택에 '비밀의 방'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추가 압수 수색을 했지만 '빈방'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지난해 한진그룹을 상대로 한 압수 수색은 공개된 것만 18회이고 총수 일가는 14차례 포토라인에 섰다.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는 "한진 오너 일가도 분명 잘못한 게 있지만 이런 수사와 조사를 정상적이라 할 수 없다"며 "사실상 특정 기업에 대한 망신 주기였다"고 했다.
한진그룹 승계 준비 안됐는데 반대측은 지분 더 늘려… 경영권 비상
입력 2019.04.09 03:19
상속세 1800억, 주식 팔아 납부땐 오너측 지분 19.09%까지 줄어
2대 주주 KCGI는 지분 13.47%… 국민연금과 합치면 20% 넘어
8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갑작스레 별세하면서 대표 국적 항공사를 보유한 재계 14위 한진그룹의 지배 구조와 경영권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0.63% 오른 주당 3만400원까지 급등했다. 한진(15.12%), 대한항공(2.19%) 등 주력 계열사 주가도 크게 올랐다. 재계에서는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취약한 지배구조 때문에 지주회사 한진칼에 대한 지분 쟁탈전이 벌어지고 대한항공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한진그룹은 이날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해 사장단 회의에서 주요 현안을 결정하기로 했다.
◇상속세 납부로 지분 변화 가능성
경영권 승계 준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조 회장이 급작스럽게 타계하면서 한진그룹은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그룹 고위 관계자들은 "경영권은 조 회장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승계할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준비가 안 된 상태"라고 말했다. 지배 구조가 취약해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공격이 가속화되면 경영권 향방이 안갯속에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진그룹은 한진칼→대한항공·한진 등 자회사→손자회사로 이어지는 지배 구조다. 한진칼 지분을 조 회장 일가가 28.95% 보유하고 있다. 그중 조 회장이 17.84%, 조원태 사장 등 3남매가 각각 2.3% 남짓 갖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故) 조중훈 회장 타계 후, 큰아들인 조양호 회장을 비롯한 창업주 아들 4형제가 경영권 분쟁을 벌인 경험이 있는데 지금 조양호 회장의 자녀 3남매 지분 비율이 거의 같아 안정된 승계가 이뤄질지 우려되는 면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경영권 승계 준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조 회장이 급작스럽게 타계하면서 한진그룹은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그룹 고위 관계자들은 "경영권은 조 회장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승계할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준비가 안 된 상태"라고 말했다. 지배 구조가 취약해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공격이 가속화되면 경영권 향방이 안갯속에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진그룹은 한진칼→대한항공·한진 등 자회사→손자회사로 이어지는 지배 구조다. 한진칼 지분을 조 회장 일가가 28.95% 보유하고 있다. 그중 조 회장이 17.84%, 조원태 사장 등 3남매가 각각 2.3% 남짓 갖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故) 조중훈 회장 타계 후, 큰아들인 조양호 회장을 비롯한 창업주 아들 4형제가 경영권 분쟁을 벌인 경험이 있는데 지금 조양호 회장의 자녀 3남매 지분 비율이 거의 같아 안정된 승계가 이뤄질지 우려되는 면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상속세 부담도 적잖은 문제다. 유족들이 상속세 납부를 위해 보유 주식을 매도할 경우 지분은 줄어들고 경영권은 흔들리게 된다. 상속세율 50%에 20% 할증률까지 적용받아 유족들이 상속세를 전액 주식으로 납부할 경우, 오너가의 지분은 19.09%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
한진칼의 2대 주주로 경영 참여를 선언하며 조 회장 일가를 공격하고 있는 행동주의 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13.47%)와 역시 조 회장 일가의 경영 참여에 반대하고 있는 3대 주주 국민연금(7.34%) 지분만 합쳐도 20%가 넘는다. KCGI는 최근 한진칼 주식을 장내에서 추가 매수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내년 한진칼 정기 주총에서 조원태 사장 사내이사 재선임안 통과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기업 가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한진칼이 '약한 고리'로 먹잇감이 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진칼의 시가총액은 이날 20% 급등한 이후에도 1조8000억원에 못 미쳐, 4000억원이면 지분을 20% 넘게 확보할 수 있다. 국내 1위 항공사를 포함한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공격할 수 있는 돈으로는 많지 않다. 재계에서는 "우리나라에 차등의결권(일부 주식에 많은 의결권을 주는 것)이나 '포이즌 필(적대적 인수합병 시도가 있을 때 기존 주주들이 시가보다 싼 가격에 지분을 매수토록 하는 것)'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경영권 보호 장치는 전혀 도입돼 있지 않은데 상속세 부담은 가장 큰 편이어서 경영권이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2000억원 가까운 상속세
재계에서는 조 회장 일가가 납부해야 하는 상속세 부담은 1700억~1800억원 수준(자진신고 시 3% 세액 공제)으로 추산하고 있다. 상속세를 어떤 방식으로 납부할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조원태 사장 등은 당장 10월 초까지 상속세를 신고하고 1차 상속세액을 납부해야 한다. 이후 상속세는 5년간 나눠 낼 수 있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식 평가 가치의 50% 수준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약 600억원은 조달할 수 있겠지만, 여전히 부족할 것"이라고 했다. 고 조양호 회장이 한진칼 지분을 담보로 받은 약 200억원대의 담보 대출도 자녀들이 상속받아야 한다.
대한항공과 함께 양대 국적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도 최근 박삼구 회장이 회계 부실 사태와 경영난 등 책임을 지고 계열사 대표이사직에서 사퇴하는 등 크게 흔들리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자칫 국내 항공 산업 전체가 위기에 빠져들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진칼의 2대 주주로 경영 참여를 선언하며 조 회장 일가를 공격하고 있는 행동주의 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13.47%)와 역시 조 회장 일가의 경영 참여에 반대하고 있는 3대 주주 국민연금(7.34%) 지분만 합쳐도 20%가 넘는다. KCGI는 최근 한진칼 주식을 장내에서 추가 매수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내년 한진칼 정기 주총에서 조원태 사장 사내이사 재선임안 통과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기업 가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한진칼이 '약한 고리'로 먹잇감이 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진칼의 시가총액은 이날 20% 급등한 이후에도 1조8000억원에 못 미쳐, 4000억원이면 지분을 20% 넘게 확보할 수 있다. 국내 1위 항공사를 포함한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공격할 수 있는 돈으로는 많지 않다. 재계에서는 "우리나라에 차등의결권(일부 주식에 많은 의결권을 주는 것)이나 '포이즌 필(적대적 인수합병 시도가 있을 때 기존 주주들이 시가보다 싼 가격에 지분을 매수토록 하는 것)'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경영권 보호 장치는 전혀 도입돼 있지 않은데 상속세 부담은 가장 큰 편이어서 경영권이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2000억원 가까운 상속세
재계에서는 조 회장 일가가 납부해야 하는 상속세 부담은 1700억~1800억원 수준(자진신고 시 3% 세액 공제)으로 추산하고 있다. 상속세를 어떤 방식으로 납부할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조원태 사장 등은 당장 10월 초까지 상속세를 신고하고 1차 상속세액을 납부해야 한다. 이후 상속세는 5년간 나눠 낼 수 있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식 평가 가치의 50% 수준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약 600억원은 조달할 수 있겠지만, 여전히 부족할 것"이라고 했다. 고 조양호 회장이 한진칼 지분을 담보로 받은 약 200억원대의 담보 대출도 자녀들이 상속받아야 한다.
대한항공과 함께 양대 국적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도 최근 박삼구 회장이 회계 부실 사태와 경영난 등 책임을 지고 계열사 대표이사직에서 사퇴하는 등 크게 흔들리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자칫 국내 항공 산업 전체가 위기에 빠져들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국가 기관의 이런 공세는 지난달 열린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이 대한항공 등기이사직을 박탈당하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졌다.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반대하고 일부 외국인·소액 주주들이 가세한 결과였다.
한편 조 회장의 별세로 그와 관련된 수사나 재판은 모두 중단됐다. 조 회장의 횡령 등의 혐의와 관련된 재판을 진행하던 서울남부지법은 이날 "피고인이 사망했기 때문에 '공소 기각'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조세 포탈 혐의와 관련된 검찰 수사도 종결됐다. 하지만 조 회장 가족의 형사재판은 계속된다. 이 전 이사장과 조 전 부사장은 필리핀 여성을 대한항공 직원인 것처럼 허위로 초청해 가사도우미 일을 시킨 혐의로 기소돼 있다.
조양호 회장 별세에… 비상 걸린 '항공업계 UN회의'
입력 2019.04.09 03:09
국제항공운송협회 IATA 총회
서울 개최 두달 남았는데…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서울 연차총회 준비에도 비상이 걸렸다.
1945년 창설된 IATA 는 120국 290개 민간 항공사가 회원으로 있는 항공 업계 최고의 단체다. 국제선 운임·운항시간 등을 결정하고 항공 업계의 의견을 대변한다.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연차총회에는 항공 업계 최고경영인 등 1000여 명이 참석, '항공 업계의 UN회의'로도 불린다. 한국에서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IATA는 작년 6월 호주 시드니 연차총회에서 2019년 연차총회를 6월 1~3일 서울에서 열기로 결정했다. 항공 업계에서는 "IATA연차총회 서울 유치는 전적으로 조 회장의 적극적인 유치 노력과 항공 외교에 힘입은 바 크다"고 말한다.
고인은 1996년부터 IATA 최고 정책 심의 및 의결기구인 집행위원회 위원을 역임했고, 2014년 11명의 전략정책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1989년 IATA에 가입해 분야별 6개 위원회 중 4개 위원회 핵심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고 조 회장은 이번 연차총회의 의장직을 맡기로 돼 있었다. 본래 IATA 연차총회 의장직은 주관 항공 사의 최고경영자가 맡는 게 관례이기 때문이다.
조 회장의 별세로 업계에선 고인의 장남이자 대한항공 대표이사인 조원태 사장이 의장직을 승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IATA 연차총회는 예정대로 오는 6월 서울에서 열린다"며 "누가 총회 의장을 맡을지는 회사 내부 논의와 IATA 사무국과의 협의를 거쳐 결정될 것"아라고 말했다.
1945년 창설된 IATA 는 120국 290개 민간 항공사가 회원으로 있는 항공 업계 최고의 단체다. 국제선 운임·운항시간 등을 결정하고 항공 업계의 의견을 대변한다.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연차총회에는 항공 업계 최고경영인 등 1000여 명이 참석, '항공 업계의 UN회의'로도 불린다. 한국에서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IATA는 작년 6월 호주 시드니 연차총회에서 2019년 연차총회를 6월 1~3일 서울에서 열기로 결정했다. 항공 업계에서는 "IATA연차총회 서울 유치는 전적으로 조 회장의 적극적인 유치 노력과 항공 외교에 힘입은 바 크다"고 말한다.
고인은 1996년부터 IATA 최고 정책 심의 및 의결기구인 집행위원회 위원을 역임했고, 2014년 11명의 전략정책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1989년 IATA에 가입해 분야별 6개 위원회 중 4개 위원회 핵심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고 조 회장은 이번 연차총회의 의장직을 맡기로 돼 있었다. 본래 IATA 연차총회 의장직은 주관 항공 사의 최고경영자가 맡는 게 관례이기 때문이다.
조 회장의 별세로 업계에선 고인의 장남이자 대한항공 대표이사인 조원태 사장이 의장직을 승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IATA 연차총회는 예정대로 오는 6월 서울에서 열린다"며 "누가 총회 의장을 맡을지는 회사 내부 논의와 IATA 사무국과의 협의를 거쳐 결정될 것"아라고 말했다.
승부사의 불시착
입력 2019.04.09 03:09
[조양호 1949~2019]
IMF때 공격 투자, 글로벌 항공사 도약
지구 16바퀴 돌며 '평창' 유치 1등 공신
"불과 한 달여 전에 전화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총회와 창사 50주년 행사 준비 잘하라고 당부하던 목소리가 선하다. 툭 털고 일어나실 줄 알았는데…."
8일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 소식에 대한항공 한 고위 임원은 "황망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조 회장은 최근까지 회사 업무를 거의 정상적으로 챙겼다. 이 때문에 그의 병세는 가족 이외에 알지 못했다. 한진그룹 직원들이 받은 충격도 그만큼 컸다.
8일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 소식에 대한항공 한 고위 임원은 "황망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조 회장은 최근까지 회사 업무를 거의 정상적으로 챙겼다. 이 때문에 그의 병세는 가족 이외에 알지 못했다. 한진그룹 직원들이 받은 충격도 그만큼 컸다.
조 회장은 1974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45년 동안 '항공·운송의 외길'을 걸었다. 탄탄한 글로벌 인맥을 활용해 민간 외교관으로서 활약했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과 조직위원장을 맡아 성공적 개최를 이끌었다. 그러나 '가족 관리'엔 성공하지 못했다. 2002년 그룹 승계 과정에서 형제들과 재산 분쟁을 겪었다. 최근엔 아내와 자녀들이 '물컵 갑질' 등으로 잇따라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한진해운의 파산을 막지 못한 것도 오점으로 남는다.
◇대한항공을 글로벌 항공사로 키워
경영인으로서 조 회장은 우리나라 항공산업을 글로벌 톱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 회장은 1999년 선친인 조중훈 회장으로부터 한진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았을 때, 별도의 취임식을 갖지 않았다. "형식보다 성과로 리더십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대한항공을 글로벌 항공사로 키워
경영인으로서 조 회장은 우리나라 항공산업을 글로벌 톱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 회장은 1999년 선친인 조중훈 회장으로부터 한진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았을 때, 별도의 취임식을 갖지 않았다. "형식보다 성과로 리더십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조 회장이 공식 무대에 나선 것은 2000년 6월 항공동맹체인 '스카이팀(Sky Team)' 계약 체결식이었다. 델타항공·에어프랑스·에어로멕시코 등 글로벌 항공사 최고 경영자를 전방위적으로 만나며 스카이팀 창설을 주도했다. 대한항공이 글로벌 톱 항공사로 각인되는 계기였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술·담배도 하지 않고, 일이 취미였던 분이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위기를 기회로 활용했다. 외환 위기 직후인 1998년 대한항공은 미국 보잉과 27대 항공기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2003년 이라크 전쟁과 9·11 테러 등으로 세계 항공산업이 침체에 빠졌을 때는 최신형 항공기인 A380 항공기 구매 계약을 맺었다.
선제적 투자는 이후 빛을 발했다. 2006년 세계 항공시장이 반등하자, 글로벌 항공 수요를 흡수했다. 경쟁 항공사들이 뒤늦게 항공기 주문에 나섰지만, 제때 항공기를 도입하지 못했다. 1992년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장 취임 당시 77대이던 항공기는 현재 166대로 늘었다. 같은 기간 취항 노선은 20개국 52개 도시에서 44개국 124개 도시로 확대됐다.
◇민간 외교관·체육인으로 활약
조 회장은 위기를 기회로 활용했다. 외환 위기 직후인 1998년 대한항공은 미국 보잉과 27대 항공기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2003년 이라크 전쟁과 9·11 테러 등으로 세계 항공산업이 침체에 빠졌을 때는 최신형 항공기인 A380 항공기 구매 계약을 맺었다.
선제적 투자는 이후 빛을 발했다. 2006년 세계 항공시장이 반등하자, 글로벌 항공 수요를 흡수했다. 경쟁 항공사들이 뒤늦게 항공기 주문에 나섰지만, 제때 항공기를 도입하지 못했다. 1992년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장 취임 당시 77대이던 항공기는 현재 166대로 늘었다. 같은 기간 취항 노선은 20개국 52개 도시에서 44개국 124개 도시로 확대됐다.
◇민간 외교관·체육인으로 활약
조 회장은 폭넓은 인맥으로 민간 외교관으로 활약했다. 조 회장은 2009년 평창유치위원회 위원장을 수락했다. 당시엔 평창올림픽 유치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보통 국적 항공사와 항공기 제작사들은 정부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조 회장은 45년간 대한항공에서 근무하며 구축한 '항공사 인맥'을 총동원했다. 한·불 최고경영자클럽 회장과 전경련 한미재계회의 위원장 등을 지내며 쌓은 인맥도 십분 활용했다. 조 회장은 "국가가 하는 일에 나서는 것은 기업인의 의무"라고 했다. 조 회장은 유치위원장 자격으로 세계 곳곳을 찾았다. 약 64만km(지구 16바퀴) 출장하며. 110여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대부분을 만났다. IOC 위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시간이 날 때마다 '스피치 개인 과외'까지 받았다. 2011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하자, 이번엔 조직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그러나 조 회장은 평창올림픽을 위원장 자격으로 끝까지 하지 못했다. 올림픽 개최를 7개월여 앞두고 외압으로 사퇴한 것이다. 하지만 조 회장은 올림픽조직위에 파견 나간 직원을 철수시키지 않았다. "국가 대사를 그르칠 수는 없다"는 이유였다. 조 회장은 대한탁구협회장과 아시아탁구연합 부회장으로도 활동했다. 대한항공은 탁구·배구 실업팀과 스피드스케이팅 실업팀을 창단하기도 했다.
◇불운한 가족사
조 회장은 어릴 적 엄격한 가정교육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970년 미국 유학 중 귀국해 입대, 강원도 화천 비무장지대에서 복무했고, 베트남전에도 11개월 동안 파병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 회장은 술·담배도 안 했고, 유일한 취미가 사진 찍기였다"고 했다.
그러나 조 회장은 정작 자신의 가족들에겐 엄격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박수보다 비판을 받는 일이 잦았다. 2014년 장녀인 조현아 전 부사장의 '항공기 회항' 사건으로 조 회장은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머리를 숙였다. 작년에는 차녀인 조현민 전 전무와 아내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갑질 논란'이 불거졌다. 조 회장은 2002년 선친인 조중훈 회장이 별세한 후엔 형제들과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차남인 조남호 회장과 4남인 조정호 회장은 선친의 유언장이 조작됐다며 조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삼남인 고 조수호 회장이 조 회장을 지지하면서 첫째와 셋째, 둘째와 넷째 형제가 손을 잡았다는 뜻의 '일삼-이사'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조 회장 형제들도 대부분 수난을 겪었다. 조남호 회장이 경영하던 한진중공업도 필리핀 수비크조선소 실패로 최근 경영권이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넘어갔다. 한진해운을 경 영하던 조수호 회장도 일찍 타계했다.
이후 경영난을 겪던 한진해운을 조 회장이 맡아 1조원 넘은 돈을 투자했지만, 결국 파산을 막지 못했다. 재계 관계자는 "수송보국이라는 선친의 유언을 실천하기 위해 알짜인 '에쓰오일' 지분을 팔아 한진해운을 지원했다"며 "경영적인 측면만 보면 잘된 판단이 아니지만, 그만큼 운송업에 대한 사명감이 남달랐던 것"이라고 말했다.
◇불운한 가족사
조 회장은 어릴 적 엄격한 가정교육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970년 미국 유학 중 귀국해 입대, 강원도 화천 비무장지대에서 복무했고, 베트남전에도 11개월 동안 파병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 회장은 술·담배도 안 했고, 유일한 취미가 사진 찍기였다"고 했다.
그러나 조 회장은 정작 자신의 가족들에겐 엄격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박수보다 비판을 받는 일이 잦았다. 2014년 장녀인 조현아 전 부사장의 '항공기 회항' 사건으로 조 회장은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머리를 숙였다. 작년에는 차녀인 조현민 전 전무와 아내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갑질 논란'이 불거졌다. 조 회장은 2002년 선친인 조중훈 회장이 별세한 후엔 형제들과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차남인 조남호 회장과 4남인 조정호 회장은 선친의 유언장이 조작됐다며 조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삼남인 고 조수호 회장이 조 회장을 지지하면서 첫째와 셋째, 둘째와 넷째 형제가 손을 잡았다는 뜻의 '일삼-이사'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조 회장 형제들도 대부분 수난을 겪었다. 조남호 회장이 경영하던 한진중공업도 필리핀 수비크조선소 실패로 최근 경영권이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넘어갔다. 한진해운을 경 영하던 조수호 회장도 일찍 타계했다.
이후 경영난을 겪던 한진해운을 조 회장이 맡아 1조원 넘은 돈을 투자했지만, 결국 파산을 막지 못했다. 재계 관계자는 "수송보국이라는 선친의 유언을 실천하기 위해 알짜인 '에쓰오일' 지분을 팔아 한진해운을 지원했다"며 "경영적인 측면만 보면 잘된 판단이 아니지만, 그만큼 운송업에 대한 사명감이 남달랐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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