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학

[재미있는 과학] 먼 훗날, 21세기 지층 발굴하면 치킨 화석이 나온대요

Shawn Chase 2019. 3. 27. 17:23


입력 : 2019.01.17 03:05

지질시대와 인류

땅속에서 발견되는 공룡 화석은 끝없는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그런데 먼 훗날 21세기 지층(地層)을 발굴하면 어떤 화석이 나올까요.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공동 연구팀이 작년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닭 뼈'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원래 닭 같은 조류는 뼈가 가볍고, 쉽게 다른 동물에게 잡아먹혀 화석으로 남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닭은 1950년대 이후 인간에 의해 계량돼 50년 전의 닭들에 비해 무게가 5배나 됩니다. 2016년 한 해 인간이 먹어치운 닭은 658억 마리입니다. 닭 뼈 배출량이 워낙 많은 데다, 닭 뼈가 버려지는 쓰레기장은 산소가 부족해 화석으로 남기 쉽습니다. 10만년 뒤에 21세기 지층을 발굴하면 플라스틱 쓰레기와 '치킨'이 인류 문명의 증거로 나올 수도 있겠네요.

지구의 역사를 나누는 '지질시대'란 어떻게 만들어졌고, 지금은 어떤 시기일까요.

◇지질시대란 무엇일까

지구는 46억년 전에 태어났습니다. 화산이나 지진도 지구를 변화시키지만 생명체도 꾸준히 지구에 변화를 가져옵니다. 예를 들어 식물은 강인한 뿌리로 바위를 침식시키고, 그렇게 생긴 틈으로 물이 흘러 강이 되고 지구 표면이 바뀝니다. 과학자는 이처럼 층층이 쌓여 있는 지층과 흔적을 근거로 지질시대를 구분합니다.

지질시대를 가르는 가장 긴 단위는 누대(累代·eon)입니다. 지구가 형성된 명왕누대(46억~40억년 전), 생명이 시작된 시생누대(40억~25억년 전), 산소가 풍부해진 원생누대(25억~5억4100만년 전), 생명이 복잡하게 발달한 현생누대 등이죠. 현생누대 이전의 시대를 한데 묶어 '선(先)캄브리아 시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지층 구조 그래픽
▲ 그래픽=안병현
누대보다 작은 시대 구분으로는 대(era), 기(period), 세(epoch), 절(age)이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현생누대 중에서도 맨 마지막 신생대(6600만년 전~현재), 신생대 중에서도 맨 나중인 제4기(250만년 전~현재), 제4기 중 맨 나중인 홀로세(1만1700년 전~현재), 그중에서도 맨 끝에 온 메갈라야절(4200년 전~현재)이지요. 〈그래픽〉을 참조하면 이해가 빠를 거예요.

첫 번째 지질연대표는 독일의 지질학자 요한 고틀로프 레만이 1756년 만든 것으로 추정됩니다. 선캄브리아 시대부터 시작해 홀로세로 이어지는 지금의 지질시대표는 20세기에 들어서 완성됐지요.

삼엽충, 공룡, 인간까지

현생누대에 앞선 선캄브리아 시대 지층에서는 화석이 거의 안 나왔어요. 하지만 현생누대에 들어서면 시대에 따라 특징적인 화석이 나타납니다.

고생대 캄브리아기에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부분이 바다였습니다. 삼엽충이 대표적인 생물입니다. 이후 오르도비스기에는 턱없는 원시 어류가 등장합니다. 실루리아기에 이르면 어류에 턱이 생기고 포식자가 됩니다. 어류는 지느러미를 발로 발달시키고 양서류가 되어 육지로 올라오지요. 석탄기에는 숲이 생기고 곤충과 양서류가 번성합니다. 하지만 페름기 말기의 대멸종으로 동물의 90%, 식물의 75%가 사라집니다.

중생대는 공룡의 시대입니다. 트라이아스기에는 소형 공룡의 세상이었고, 쥐와 비슷한 포유류의 조상은 그늘에 숨어 살았습니다. 쥐라기는 온난하고 강수량이 많아 숲이 늘었고 대형 공룡들이 활개 쳤어요. 공룡은 백악기까지 번성하다 6600만년 전 갑작스럽게 멸종합니다.

신생대의 지배자는 포유류입니다. 공룡이 사라진 지구를 포유류가 접수했지요. 소, 돼지, 코끼리의 조상과 영장류가 등장했지요. 인간의 등장은 겨우 40만년 전입니다. 우주의 역사 138억년, 지구의 역사 46억년에 비하면 찰나 같은 순간이죠.

◇인류세의 시작은 언제

노벨 화학상 수상자 파울 크뤼천 박사는 2000년 '우리는 더 이상 홀로세에 살고 있는 게 아니라, 인류세(人類世·Anthropocene)에 살게 됐다'고 선언했어요. 인류가 자연에 끼치는 영향력이 워낙 커져서, 이젠 새롭게 시대 구분을 해야 한다는 거죠.

그렇다면 인류세의 시작을 언제로 봐야 할까요? 여러 의견이 엇갈립니다. 사람과 동식물이 대륙에서 대륙으로 활발히 이동하기 시작한 1610년을 기점으로 삼자는 주장이 있습니다. 또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플라스틱, 알루미늄같이 잘 썩지 않는 인공 물질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1945년을 기점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최근 수만 년을 인류세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이 시기에 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에서 전 세계로 퍼져 나가며 매머드, 마스토돈 같은 전 세계 대형 포유류의 50%를 멸종으로 몰아넣었습니다. 현재 지구상에 있는 대형 동물의 90%는 인간이거나, 인간이 필요에 의해서 기르는 가축입니다. 이렇게 지구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으니, 인간이 아프리카를 떠난 이후를 '인류세'로 봐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지질시대를 결정하는 건 각국 학자들의 모임인 '국제층서위원회'입니다. 2016년 10월, 이 위원회에서 인류세를 넣어 새롭게 지질시대를 구분해야 할지 투표에 부쳤는데 부결됐습니다. 아직은 성급하다는 판단이 대세였어요. 지금이 인류세가 맞건 아니건, 과학자들이 '인류세'라는 이름을 들고나온 이유는 반성하고 조심하자는 뜻입니다. 인간이 자연에 돌이킬 수 없는 해악을 끼쳐 인간이 멸종되면, 후세대 지구의 주인은 '플라스틱 쓰레기와 닭 뼈를 남기고 간 어리석은 동물'로 인류를 기억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