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학

[재미있는 과학] 흙에서 나오는 방사성 물질… 침대에서도 나왔어요

Shawn Chase 2019. 3. 27. 17:24


입력 : 2018.11.01 03:00

[라돈]
방사선 내뿜는 '1급 발암물질'… 우리 몸 이루는 세포 공격하죠
지하에 고여있다 대기 중 방출… 환기 자주해 라돈 가스 빼내야

얼마 전 시중에 판매 중인 생리대에서 1급 발암물질인 라돈(Rn)이 허용치 이상으로 검출됐어요. 그래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해당 생리대 제조사를 수사하고 있답니다.

라돈이 사회문제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에요. 지난봄에도 침대 매트리스에서 라돈이 검출돼 소비자들이 불안에 떨었어요. 라돈이 어떤 물질이길래 이렇게 논란이 되는 걸까요?

◇라돈, 넌 도대체 뭐니?

암석이나 흙 속에는 라돈을 만들어내는 물질이 많이 있어요. 대표적인 예가 우라늄과 토륨이에요. 이 두 가지는 마그마가 굳으면서 만들어진 화성암 속에 특히 많이 들어 있는 광물이지요. 우라늄과 토륨이 '붕괴'를 거듭하면서 라돈이 나온답니다.

[재미있는 과학] 흙에서 나오는 방사성 물질… 침대에서도 나왔어요
▲ /그래픽=안병현
잠깐, 여기서 '붕괴'라는 어려운 말이 나왔네요. 자연에 있는 물질을 계속해서 잘게 쪼개나가다 보면, 화학적으로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최소 단위가 돼요. 바로 '원자(atom)'이지요. 모든 원자는 불안정한 상태에서 안정된 상태로 변해가려는 특성이 있어요. 이렇게 원자 구조가 바뀌는 과정을 '붕괴'라고 한답니다.

우라늄과 토륨이 붕괴해서 나온 게 라돈인데, 라돈도 계속 붕괴합니다. 이때 원래 있던 라돈과 라돈이 변해서 생긴 물질 사이에 질량 차이가 생기죠. 이 질량이 에너지로 변해 밖으로 나가는데, 이게 바로 '방사선'이랍니다. 그래서 라돈은 쉽게 말해 방사선을 내뿜는 방사성 물질이에요.

◇왜 침대에서 나왔을까요

문제는 방사선이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를 공격한다는 점이에요. 한꺼번에 많은 양의 방사선을 뒤집어쓸 경우, 암이 생기거나 심할 경우 생명이 위험할 수 있지요.

'모나자이트'라는 광물에도 토륨이 들어 있어요. 그래서 여기에서도 라돈이 생기죠.이번에 침대와 생리대에서 발견된 라돈이 모두 모나자이트에서 나왔어요.

모나자이트는 건강에 좋은 음이온을 내는 광물이라 알려져 많은 사람이 돌침대나 장신구로 애용했어요. 하지만 모나자이트는 라돈도 방출해요. 암석 자체에서도 라돈 기체가 나오지요. 소비자들을 놀라게 한 '라돈 침대'는 모나자이트 가루를 붙인 부직포를 써서 만든 제품이었어요.

◇라돈, 땅에서도 나와요

큰 지진이 발생하기 전 대기 중 라돈 농도가 갑자기 높아지는 현상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어요. 땅이 흔들리고 단층이 생기면서, 암석에 갇혀 있던 라돈이 한꺼번에 밖으로 빠져나오기 때문이지요.

큰 지진이 아니더라도 단층은 지층이 크고 작은 힘을 받고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발생해요. 그때마다 지하에 고여 있던 라돈 기체가 벽이나 땅에 생긴 틈을 통해 대기 중으로 스멀스멀 스며 나오지요. 일반적으로 라돈이 지상보다 주택의 지하층이나 지하철에서 많은 것도 그래서예요.

건축 자재에서도 라돈이 나올 수 있어요. 콘크리트나 내장재에는 반드시 흙이나 광물이 들어가거든요. 이런 재료를 우라늄이나 토륨이 많은 지역에서 퍼왔다면, 실내에 라돈 기체가 자연스럽게 고이게 되지요. 그래서 지상 10층이 넘는 고층 아파트에서도 실내 라돈 농도가 높게 나오는 경우가 있어요.

특히 우리나라는 지질 특성상 라돈이 늘 곁에 있을 수밖에 없어요. 한반도 지역의 기반은 상당수가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거든요. 대표적으로 서울, 경기 지역과 경상도 지역 산지는 중생대에 솟아오른 화강암 덩어리들이지요.

◇방사선 이겨내는 미생물 있대요

사실 사람이 지구에서 살아가는 한 자연적인 방사선에서 아주 벗어날 수는 없어요. 라돈 기체는 지금도 계속 나오고 있어요. 우라늄, 세슘, 요오드 등 라돈보다 더 위험한 방사성 물질도 자연에 여전히 존재하고요. 엑스레이를 찍다가 방사선에 노출되는 일도 피할 수 없어요. 우주에서 날아오는 방사선인 '우주선'에 노출되기도 하죠. 그래서 전문가들은 "방사선을 아예 피할 순 없으니, 최소한으로 만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충고한답니다.

라돈에 덜 노출되려면 환기를 자주 해야 해요. 신선한 바깥 공기를 집 안으로 들여오고 집에 고인 라돈 가스를 밖으로 내보내는 거죠. 특히 창문을 닫는 밤사이 라돈이 쉽게 고이기 때문에 아침엔 꼭 환기를 해야 해요.

방사선을 이겨내는 생물을 이용하는 방법도 연구 중이에요. 최근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은 방사선에 노출돼도 꼼짝하지 않는 신종 미생물 '데이노코쿠스 코렌시스' 배양에 성공했어요. 이 미생물은 방사선을 견뎌내는 힘이 동물 세포보다 3000배 이상 강해요.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했을 때 발견됐지요. 거의 모든 동식물이 목숨을 잃었는데, 데이노코쿠스만 멀쩡하게 살아남은 거예요. 이들은 우주선에 노출되는 우주에 가서도 무사히 살아 돌아와 생존력을 다시 증명했어요.

실제로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방사선에 강한 미생물을 이용해 방사성 원소인 세슘을 광물로 만들어 물속에 가라앉히는 기술을 개발했어요. 세슘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 대량으로 흘러나와 큰 문제가 됐지요. 연구진이 세슘이 포함된 물에 방사선에 강한 미생물과 황산을 넣었더니 신기한 현상이 벌어졌어요. 이 미생물은 황산을 먹고 황화수소를 내뿜는데, 이때 나온 황화수소가 세슘과 결합해 단단한 광물처럼 굳어졌어요. 세슘이 광물로 변하면, 물속으로 다시 흘러나올 염려가 사라지지요. 나중에 광물만 걷어내면 물이 깨끗해진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