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당이 지지율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사실은 상당히 일희일비한다. 그게 민심과 여론 흐름이기에 무시할 수가 없다.”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가 최근 사석에서 한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잇따라 최저치를 경신하는 상황에 대한 언급이었다. 대통령 지지율이 내려가니 자연히 여당인 민주당의 지지율도 동반 하락세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당과 청와대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겉으론 “과거 정부에 비해 지지율이 높은 편이다”, “임기 중후반으로 갈수록 지지율이 빠지게 마련”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지만 내부적으론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지난 15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인 44%를 기록했다. 전날(14일) 리얼미터도 문 대통령 지지율이 자체 조사결과 역대 최저치인 45.0%로 집계됐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이 37.2%, 자유한국당이 32.3%를 기록했다. 두 정당 간 지지율 격차는 4.9%포인트로 2017년 5월 문재인정부 출범 후 가장 좁혀졌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참고)
지지율 하락의 요인은 뭘까. 내부에서 가장 많이 거론하는 게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경제 상황이다. 여론조사 기관에서도 경제ㆍ민생문제 해결 부족을 당ㆍ청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또 지난해 문 대통령 지지율 고공비행의 원동력이었던 남북관계가 2차 북·미회담 결렬 후 엉크러질 조짐을 보이는 것도 민주당으로선 큰 부담이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15일 “미국에 어떤 형태로든 양보할 의사가 없다”고 배수의 진을 치면서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은 더욱 어렵게 됐다.
“박근혜 정부가 실정을 해서 정권을 잡았으면 나아져야 한다. 우리도 못하지만 한국당은 더 못했다는 식은 안 통한다.”(경제통 A의원)
“남북 관계는 약발이 다 했다. 경제에서 성과를 못 내면 ‘북한 이슈에만 매몰돼 경제를 망쳤다’고 역풍이 불 수 있다.”(비례대표 B의원)
“민주당은 아직도 야당 같다. 집권당은 선언적인 좋은 말이 아니라 정책으로 성과를 내고 이를 통해 평가받아야 산다.”(비문 성향의 3선 의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12일)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한 것에 민주당 지도부가 반발하며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해찬 대표가 ‘국가 원수 모독죄’라고 한 건 너무 나간 게 아닌가 싶다”며 “거꾸로 보면 그만큼 당이 청와대에 종속되어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당ㆍ청은 해법 찾기에 분주하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의 한 의원은 “지금 지지율 하락을 견인하는 게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과 미세먼지”라며 “근데 둘 다 당ㆍ청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답답해했다.
민주당과 청와대는 경기 회복과 관련해 급한대로 ‘추경 카드’를 꺼내고 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14일 “확장적 재정정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경기 부양만을 위한 단기적 대책보다는 산업 경쟁력 등을 강화하는 중장기적 대책에 초점을 맞춘 추경안을 검토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올해 추경 편성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미세먼지 추경’ 이후 두 번째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을 위해 필요하다고 요청해오면 야당과 협의해 추경편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외교ㆍ안보 이슈도 보다 적극적으로 임할 계획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한 이슈도 당이 미국, 중국, 북한 등을 찾아 설득해야 한다”며 “이와 관련해 중국 공산당과의 교류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해찬 대표는 25~27일 베트남을 방문해 정당간 교류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여권 내부에선 다음달 3일 실시되는 재보선 결과에도 주목한다. 창원 성산과 통영ㆍ고성 등 경남 지역 두 곳에서 치르는 ‘미니 선거’지만 지역 민심과 여론의 흐름을 표로 확인할 수 있는 계기다. 여권 관계자는 “4·3 재보선 결과에 따라 정국운영 기조가 상당히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일훈ㆍ이우림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北 이슈 약발 다했다"···文지지율 최저, 추경 만지작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가 최근 사석에서 한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잇따라 최저치를 경신하는 상황에 대한 언급이었다. 대통령 지지율이 내려가니 자연히 여당인 민주당의 지지율도 동반 하락세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당과 청와대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겉으론 “과거 정부에 비해 지지율이 높은 편이다”, “임기 중후반으로 갈수록 지지율이 빠지게 마련”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지만 내부적으론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지난 15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인 44%를 기록했다. 전날(14일) 리얼미터도 문 대통령 지지율이 자체 조사결과 역대 최저치인 45.0%로 집계됐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이 37.2%, 자유한국당이 32.3%를 기록했다. 두 정당 간 지지율 격차는 4.9%포인트로 2017년 5월 문재인정부 출범 후 가장 좁혀졌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참고)
지지율 하락의 요인은 뭘까. 내부에서 가장 많이 거론하는 게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경제 상황이다. 여론조사 기관에서도 경제ㆍ민생문제 해결 부족을 당ㆍ청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또 지난해 문 대통령 지지율 고공비행의 원동력이었던 남북관계가 2차 북·미회담 결렬 후 엉크러질 조짐을 보이는 것도 민주당으로선 큰 부담이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15일 “미국에 어떤 형태로든 양보할 의사가 없다”고 배수의 진을 치면서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은 더욱 어렵게 됐다.
“박근혜 정부가 실정을 해서 정권을 잡았으면 나아져야 한다. 우리도 못하지만 한국당은 더 못했다는 식은 안 통한다.”(경제통 A의원)
“남북 관계는 약발이 다 했다. 경제에서 성과를 못 내면 ‘북한 이슈에만 매몰돼 경제를 망쳤다’고 역풍이 불 수 있다.”(비례대표 B의원)
“민주당은 아직도 야당 같다. 집권당은 선언적인 좋은 말이 아니라 정책으로 성과를 내고 이를 통해 평가받아야 산다.”(비문 성향의 3선 의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12일)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한 것에 민주당 지도부가 반발하며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해찬 대표가 ‘국가 원수 모독죄’라고 한 건 너무 나간 게 아닌가 싶다”며 “거꾸로 보면 그만큼 당이 청와대에 종속되어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당ㆍ청은 해법 찾기에 분주하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의 한 의원은 “지금 지지율 하락을 견인하는 게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과 미세먼지”라며 “근데 둘 다 당ㆍ청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답답해했다.
민주당과 청와대는 경기 회복과 관련해 급한대로 ‘추경 카드’를 꺼내고 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14일 “확장적 재정정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경기 부양만을 위한 단기적 대책보다는 산업 경쟁력 등을 강화하는 중장기적 대책에 초점을 맞춘 추경안을 검토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올해 추경 편성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미세먼지 추경’ 이후 두 번째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을 위해 필요하다고 요청해오면 야당과 협의해 추경편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외교ㆍ안보 이슈도 보다 적극적으로 임할 계획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한 이슈도 당이 미국, 중국, 북한 등을 찾아 설득해야 한다”며 “이와 관련해 중국 공산당과의 교류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해찬 대표는 25~27일 베트남을 방문해 정당간 교류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여권 내부에선 다음달 3일 실시되는 재보선 결과에도 주목한다. 창원 성산과 통영ㆍ고성 등 경남 지역 두 곳에서 치르는 ‘미니 선거’지만 지역 민심과 여론의 흐름을 표로 확인할 수 있는 계기다. 여권 관계자는 “4·3 재보선 결과에 따라 정국운영 기조가 상당히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일훈ㆍ이우림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北 이슈 약발 다했다"···文지지율 최저, 추경 만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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