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이야기들

해외입양 아동, DNA 분석으로 52년만에 가족 만났다

Shawn Chase 2019. 3. 17. 14:05

경향신문 원문 |입력 2019.03.17 13:02


출생신고도 안 된 상태에서 실종된 2살 아이가 50대 성인이 돼 친부모와 상봉했다. 미국으로 입양된 지 52년만이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1965년 실종돼 미국으로 입양된 ㄱ씨(57)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의 도움으로 친부모와 만났다고 18일 밝혔다.


ㄱ씨는 2살 때 가족과 떨어진 상태로 발견돼 2년 후인 1967년 미국으로 입양됐다. ㄱ씨 부모는 “당시 ㄱ씨를 양육하던 할아버지가 전남 함평에서 서울로 손녀를 데려오던 중 ㄱ씨를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생활 형편 때문에 딸의 출생신고도 하지 못한 상태였다.

50대가 된 ㄱ씨는 “오래전 미국으로 입양돼 헤어진 친부모를 찾고 싶다”며 지난해 9월 서대문경찰서를 찾았다. 경찰은 국과수에 유전자분석을 의뢰했으나 “ㄱ씨 어머니로 추정되는 유전자를 찾았으나 친자관계라고 확인할 수는 없다”는 회신이 왔다. 국과수에서는 유전자가 99% 이상 일치해야 친자 확인 판정을 내린다.

경향신문

서울 서대문경찰서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찰은 2014년 ㄱ씨 친모가 구로경찰서에 실종신고를 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당시 ㄱ씨 친모는 ㄱ씨의 유전자 샘플이 데이터베이스화돼 있지 않아 딸과 만나지 못했다. 경찰은 ㄱ씨와 친부 유전자를 새롭게 채취해 대조를 의뢰한 끝에 “유전자가 99.99% 일치해 친자로 확인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ㄱ씨 부모는 “큰 딸을 찾고 싶어 경찰서에 여러차례 방문했지만 호적에 등재돼 있지 않아 찾을 수 없었다는 말만 들었다”며 “평생 한으로 남았는데 살아 생전에 딸을 찾았다니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국에 있는 ㄱ씨 역시 친부모를 찾았다는 경찰의 e메일을 받고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ㄱ씨와 친부모는 지난 13일 서대문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사무실에서 만나 회포를 풀었다. ㄱ씨는 “미국의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한국 경찰이 이러한 만남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사실을 적극 홍보하겠다”고 말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