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경영

구리 회사가 수증기·아황산가스로 매출 630억

Shawn Chase 2019. 3. 14. 23:53

조선일보

  • 신은진 기자

  • 입력 2019.03.14 03:08

    버려질 부산물로 돈버는 기업들

    ①금 ②은 ③팔라듐 ④수증기 ⑤황산

    다음 중 구리 회사에서 팔지 않는 것은? 정답은 '없다'이다.

    국내 최대 구리 제련 회사인 LS니꼬동제련은 전기동(전기분해를 거친 고순도 구리)뿐 아니라 구리 원석에 있는 금·은·백금 등 귀금속과 팔라듐·텔루륨 등 희소금속도 함께 판다. 금속뿐이 아니다. 지난해 수증기 판매로 180억원, 황산 판매로 4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LS니꼬동제련 측은 "금·은 등은 구리 원석을 살 때 귀금속 가격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영업이익이 낮은 편이지만, 수증기·황산은 부산물이기 때문에 이익률이 높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아연 생산 업체인 고려아연은 인근 공장에 수증기뿐 아니라 이산화탄소도 제공한다. 포스코는 석탄 찌꺼기에서 2차전지 주요 소재인 음극재 원료를 생산할 계획이다. 쓰레기로 버려질 부산물을 가공해 판매하는 '무용지용(無用之用·쓸모없는 것의 쓸모)의 경제학'이다.

    수증기도 팝니다

    구리 제련소에서는 동(銅)광석을 녹이는 과정에서 수증기가 발생한다. 동을 녹일 때 최고 온도가 1250도까지 올라가는데, 그 후 물을 이용해 가공에 적당한 온도로 식히기 때문이다. 수증기를 그냥 두면 공장 시설이 습해져 환기 처리를 해야 한다. 인근 주민들은 배기가스로 오해해 단골 민원 대상이기도 했다.

    LS니꼬동제련은 이 수증기를 모아 인근 공장에 판매해 지난해 18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동광석을 녹일 때 온도가 1250도까지 올라가고, 가공에 적당한 온도로 식히는 과정에서 수증기가 발생한다.
    LS니꼬동제련은 이 수증기를 모아 인근 공장에 판매해 지난해 18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동광석을 녹일 때 온도가 1250도까지 올라가고, 가공에 적당한 온도로 식히는 과정에서 수증기가 발생한다. /LS니꼬동제련

    LS니꼬동제련은 수백억원을 투자해 수증기 공급 파이프라인을 깔아 인근 공장에 팔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제지는 펄프를 말리는 공정에 LS니꼬동제련으로부터 공급받는 수증기 열을 이용하고 있다. 정유 회사는 원유 정제 과정에 필요한 에너지원으로 수증기를 사가고 있다. LS니꼬동제련이 지난해 수증기로 거둔 매출은 180억원. '골칫거리'가 '효자 상품'으로 변신한 것이다.

    고려아연도 아연 제련 과정과 자체 열병합발전소에서 나오는 수증기를 온산 산업단지 내 인근 공장 18곳에 판매해 지난해 72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회사는 한국제지에 이산화탄소도 공급하고 있다. 이산화탄소는 복사 용지의 표면을 매끈하게 코팅하는 데 이용된다.

    ◇유독(有毒)가스에서 450억원 매출

    LS니꼬동제련은 제련 과정에서 나오는 아황산가스로 황산을 만들어 팔고 있다. 아황산가스는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유독 물질이자 대기오염 물질이지만 이를 활용해 폐수 정화와 비료 제조 등 화학, 섬유 분야 등에 쓰이는 산업소재인 황산을 생산·판매하는 것이다. 전 세계 구리 제련 기업 중 고순도 황산을 생산하는 기업은 LS니꼬동제련이 유일하다. 지난해 LS니꼬동제련의 황산 매출액은 452억원. 2017년(272억원)의 2배로 성장했다.

    석탄 찌꺼기가 2차전지 핵심 소재로

    포스코는 쇳물을 생산하는 용광로에서 발생하는 메탄, 황, 질소, 이산화탄소 등이 주성분인 부생가스로 발전 터빈을 돌린다.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는 부생가스 발전설비를 통해 사용 전력의 절반을 자체 생산하고 있다. 포스코 측은 "철 1t을 만드는 데 보통 60 0~700㎏의 부산물이 발생한다"며 "이 중 98.4%를 사내·외에서 재활용한다"고 밝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석탄을 코크스로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검은색의 끈끈한 찌꺼기인 콜타르다. 포스코의 소재 전문 계열사인 포스코켐텍은 콜타르를 활용해 음극재 원료인 인조흑연을 생산할 계획이다. 음극재는 양극재와 함께 전기차 등에 사용되는 2차전지의 중요 소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