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경영

꽃피는 금융한류…해외점포 33% 아세안에

Shawn Chase 2019. 3. 3. 19:43

베트남·인니 거점 영토확장
국가별로는 中·美·베트남順
신한銀 `박항서매직`에 대출잔액 껑충…하나銀, 인도네시아 인터넷은행 추진

  • 이승훈, 이승윤, 김강래, 정주원 기자
  • 입력 : 2019.03.03 17:57:30   수정 : 2019.03.03 18:31:58
  • ◆ 아세안서 꽃피는 금융한류 (上) ◆


    # 베트남 호찌민 탄손누트국제공항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있다. 신한베트남은행의 대형 광고판이다. 베트남 국민 영웅으로 통하는 박항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과 르엉쑤언쯔엉 선수를 모델로 한 은행 소개가 내용이다. 지난해 3월부터 박 감독을 모델로 쓰고 있는 신한베트남은행은 `박항서 매직`에 힘입어 총 대출 잔액과 고객 수 등에서 현지 외국계 은행 1위로 올라섰다.
    #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중심지 에너지타워에 위치한 우리소다라은행(BWS) 본점. 우리은행이 2014년 현지 은행인 소다라은행을 인수해 탄생한 곳이다. 고만고만한 중위권 은행이던 우리소다라은행 당기순이익은 지난 4년간 3배 이상 늘었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에다 우리나라가 강점을 갖고 있는 인터넷이나 모바일 같은 디지털뱅킹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결과다.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같은 동남아시아 각국에 진출한 국내 금융사들이 현지에서 좋은 성적표를 내놓고 있다. 아이돌을 중심으로 한 문화 한류 못지않게 `금융 한류`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동남아 금융 한류는 문재인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신남방정책과 연결되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

    3일 금융 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순 김태영 은행연합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은성수 수출입은행장 등이 캄보디아를 비롯한 아세안 국가를 방문해 `금융 영토` 확장 가능성 등을 타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현지에서 열리는 비즈니스 포럼 등에 참석하고, 지역 금융감독당국·현지 은행과도 접촉해 시장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지난달에는 허인 KB국민은행장과 김광수 NH농협금융 회장이 잇달아 동남아로 출국해 전략적 협력 관계를 확대하기도 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은행·보험·카드 등 국내 금융사의 국외 점포(지점·사무소·법인)는 총 435곳에 달한다. 이 가운데 아세안 10개국에만 33%(144곳)가 몰려 있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64곳(14.7%)으로 가장 많고, 미국 55곳(12.8%)에 이어 베트남이 52곳으로 바짝 뒤쫓고 있다. 베트남에 국외 거점을 내는 금융회사가 꾸준히 늘고 있어 조만간 미국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아세안 국가 중에서는 베트남에 이어 인도네시아 24곳, 미얀마 21곳, 싱가포르 18곳 순이다.

    은행권에서는 외국 진출 성공 사례로 `신한베트남은행`을 꼽는 데 큰 이견이 없다. 최근 호찌민시 중심가인 1군에 있는 신한베트남은행 본점에서 만난 회사원 응우옌후셴푸엉 씨(27)는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한국과 베트남은 문화도 비슷하고 친근한 느낌이 든다"며 "박항서 감독의 활약으로 이미지가 더 좋아졌고, 한국계 은행이나 유통 업체에도 관심이 간다"고 말했다.

    국외 점포 범위를 은행업 면허(라이선스)를 가진 현지 법인으로 좁혀보면 격전지는 단연 인도네시아다. 우리소다라은행뿐 아니라 하나은행, 신한은행까지 3개 법인이 은행업 라이선스를 획득해 영업 중이다.

    여기에 OK저축은행이 인도네시아 안다라은행과 디나르은행을, IBK기업은행이 아그리스은행과 미트라니아가은행을 각각 인수해 합병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합병이 완료되면 인도네시아OK은행, IBK인도네시아은행이 탄생하게 된다.

    신한베트남은행의 경우 박항서 감독을 홍보모델로 쓴 후 고객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100만명에 못 미쳤던 숫자가 지난해 말 113만명으로 20%가량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초 12만4000명 수준이던 신한베트남은행 인터넷뱅킹 이용자 수도 지난해 말 18만명으로 40% 이상 급증했다. 근무 직원 규모도 외국계 은행 중 가장 많은 1700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97%는 현지인이다.

    신동민 신한베트남은행 법인장은 "현재 자산과 대출잔액 등을 기준으로 할 때 베트남 전체 은행 중에서 20위 수준까지 올라왔다"며 "추가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지점 수를 늘려 15위권에 자리 잡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지난해 호주계 ANZ은행의 소비자금융 부문을 인수·합병하면서 베트남 전역에 30개에 달하는 소매금융 네트워크를 단숨에 확보했다. 또 지난 1월에는 현지 1위 메신저 플랫폼 잘로(Zalo)와 함께 비대면 대출상품 `포켓론` 개발에 착수하는 등 리테일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2016년 2억5300만달러였던 개인금융 대출잔액은 지난해 말 9억5200만달러로 3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KB국민은행도 지난해 자산 규모 기준으로 현지 14~15위 규모인 부코핀은행의 지분 22%를 취득해 2대 주주가 됐다. 업계에서는 국민은행이 부코핀은행의 부실 수준을 관리하며 차차 인수·합병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부터 직원 10여 명을 사무소로 파견해 관련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하나은행이 네이버의 손자회사 라인파이낸셜로부터 지분 투자를 받아 연내 인터넷은행(디지털은행)을 선보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비해 아직 금융 발전 정도는 낮지만 잠재력이 큰 미얀마와 캄보디아에서도 영토 확장을 노리는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하다. 캄보디아에서는 KB국민은행이 2016년 현지 특화 모바일 앱 `리브 KB캄보디아`를 출시한 후 현지 시장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농협은행은 미얀마에 현지 재계 1위 업체 HTOO그룹과 함께 농기계 금융 사업을 추진 중이다.

    [기획취재팀 = 이승훈 차장(팀장) / 이승윤(중국 상하이·선전, 홍콩) / 김강래(싱가포르, 태국 방콕) / 정주원 기자(베트남 호찌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