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토종 바둑 AI, 프로기사 꺾었다

Shawn Chase 2019. 3. 13. 00:01

입력 2018.12.28 18:02




수정 2018.12.29 01:00






NHN ‘한돌’ 한달간 5명과 릴레이 대국… 첫 대국서 신민준 9단에 불계승 

NHN엔터테인먼트는 자체 개발한 바둑 AI '한돌'이 28일부터 국내 최상위 랭킹 바둑기사 5명과 릴레이 대결을 펼친다고 밝혔다. 프로 바둑기사들은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신민준 프로, 이동훈 프로, 김지석 프로, 신진서 프로, 박정환 프로. NHN엔터테인먼트 제공

온라인 바둑게임 ‘한게임 바둑’을 서비스하는 NHN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바둑 인공지능(AI) ‘한돌(HanDol)’이 릴레이 대국 첫 날부터 국내 6위 프로 바둑기사를 가볍게 꺾었다. 2016년 ‘알파고 충격’ 이후 국내 개발된 바둑 AI가 프로 기사들과 정식 대결을 펼치는 것은 1인 기업 돌바람네트웍스가 만든 바둑 AI ‘돌바람’ 이후 처음이다.

NHN엔터테인먼트는 한돌 출시 1주년을 맞아 28일부터 약 한 달간 프로 기사들과의 정식 대국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첫 번째로 한돌과 대국을 펼친 프로기사는 신민준 9단(현재 국내 6위)이다. 이후 △이동훈 9단(5위) △김지석 9단(3위) △박정환 9단(2위) △신진서 9단(1위)이 경기에 나선다.

신민준(가운데) 9단이 바둑 AI '한돌'에게 패한 이후 경기를 복기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이날 오후 8시부터 경기 성남에 위치한 NHN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진행된 첫 대국에서 한돌은 신민준 프로와의 경기 시작 약 1시간15분 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불계승은 집 수를 계산하지 않고 승패를 결정하는 것으로, 초반부터 시간을 많이 소비해 일찌감치 초읽기에 몰린 신 프로가 133수 만에 기권을 선언했다. 신 프로는 경기 직후 “초반부터 예상하지 못한 수를 많이 당해 승부가 기울었다”며 “이후 경기하는 프로들은 저보다 잘 싸워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10개월간의 개발 기간을 거쳐 지난해 12월 출시된 한돌은 일반 이용자 대상 서비스 기간이 고작 1년밖에 되지 않지만 이달 초 프로 기사와의 비공식 대국에서 7연승을 기록할 정도로 빠르게 실력이 늘었다. 무려 20년간의 역사를 가진 방대한 양의 한게임 바둑 기보로 딥러닝 학습을 시작한 한돌은 현재 자가 대국을 통해 습득한 기보로 학습 중이다. NHN엔터테인먼트 측은 “현재 프로 바둑 기사 이상의 실력”이라고 자신했다.

게임회사인 NHN엔터테인먼트가 한돌을 개발하기 시작한 이유는 게임을 넘어 일반 사용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AI 개발에까지 영역을 넓히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회사 내 머신러닝 연구개발 조직도 따로 뒀다. 게임을 넘어 AI 자체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기술회사가 되겠다는 의지다.

NHN엔터테인먼트가 자체 개발한 바둑 인공지능(AI) 한돌 이미지. NHN엔터테인먼트 제공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을 비롯해 페이스북 등 많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앞다투어 바둑 AI를 만드는 것은 궁극적으로 ‘범용 AI’ 개발이 목적이다. 인공지능의 다음 단계라고 불리는 범용 AI는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AI ‘자비스’처럼 일반적인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지적인 작업을 수행하고, 자연어를 사용해 사람과 같은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AI를 말한다. 바둑 AI는 범용 AI를 만들기 위해 해결해야 하는 인간의 ‘직관’ 문제를 기술로 뛰어넘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훈련 수단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엄청난 하드웨어 및 개발자 재원을 쏟아붓는 구글에 비하면 국내 바둑 AI는 아직 한참 떨어져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NHN엔터테인먼트는 현재 한돌의 수준을 2년 전 이세돌 9단을 이긴 ‘알파고 버전18’ 정도라고 설명하지만, 이 버전도 이후 ‘세계 1위’ 중국의 커제 9단을 비롯한 프로기사 64명을 연달아서 이긴 ‘알파고 마스터’ 버전에 비하면 아마추어 수준이다. 이마저도 이후에 등장한 ‘알파고 제로’와 ‘알파 제로’에 밀렸다. NHN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3년 정도의 기술 격차가 있는 셈”이라며 “차이를 좁히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