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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의 기술, 어디까지 진화할까

Shawn Chase 2019. 3. 3. 19:49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징둥닷컴이 2017년부터 운영하는 상하이의 완전 자동화 무인 창고 안에서 피킹 로봇 ‘델타’가 물건을 들어올리고 있다. 델타는 3~50kg의 제품을 시간당 2500~3000개 집을 수 있다.  / 징둥닷컴 제공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징둥닷컴이 2017년부터 운영하는 상하이의 완전 자동화 무인 창고 안에서 피킹 로봇 ‘델타’가 물건을 들어올리고 있다. 델타는 3~50kg의 제품을 시간당 2500~3000개 집을 수 있다. / 징둥닷컴 제공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자동화와 결합… 물류비용은 줄이고 빠른 배달 달성

물류의 핵심은 고객의 물건을 최대한 빠르게 배송하고, 재고비용을 줄이는 데 있다. 이를 위해 들어올 주문량을 예측해 확보하고, 물류센터에서 상품을 골라 포장할 때 작업자의 동선을 최소화해야 한다. 상품을 물류센터에서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인 ‘라스트 마일’에서도 빠르고 효율적인 경로를 찾아야 한다. 

이 같은 물류과정에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자동화는 해결사로 부상하고 있다. 업계의 핵심 경쟁력이자 배송전쟁의 승부를 가르는 기술이 됐다. 자동화가 ‘몸’이라면, 데이터와 인공지능은 ‘머리’ 역할을 한다. 국내외 전자상거래업체들은 데이터와 인공지능, 자동화로 물류비용을 줄이고 효율화하는 데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전자상거래업체들의 물류센터는 단순히 물건을 보관하는 창고에서 자동화와 인공지능이 결합된 ‘풀필먼트(fullfillment) 센터’로 변신했다. 풀필먼트란 상품의 입고부터 재고관리, 분류, 배송은 물론 반품 등 사후처리까지 모든 업무를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물류혁신의 핵심, 자동화와 인공지능 

이마트를 비롯해 이베이코리아, 쿠팡 등 업체들은 수년 사이 풀필먼트 센터 구축에 수천억 원씩을 투자하고 있다. 기존에 사람이 하던 상품 선택과 포장 업무를 자동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기존에 직원들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고객을 대신에 주문상품을 카트에 담고, 포장해 배송하는 방식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재고관리는 물류업계의 고민거리 중 하나다. 상품을 적게 갖다놔 품절이 발생하면 배송이 늦어지고 소비자 불만이 커진다. 그렇다고 많이 갖다놓으면 재고비용이 늘어난다. 특히 식품 등 신선도가 생명인 상품은 재고가 많으면 손실이 커진다. 빅데이터를 이용한 상품수요 예측은 이런 재고비용 감소에 도움을 준다. 

풀필먼트 센터에서는 첫 단계인 상품 입고와 재고관리부터 빅데이터 기술이 들어간다. 대개 소비자들의 쇼핑 심리에 영향을 주는 날씨와 월별 상품 판매도를 나타낸 상품지수, 행사 시 매출추이를 반영한 행사지수, 최근 판매지수 등의 빅데이터로 수요를 예측하고 상품을 발주, 관리한다.

빠른 배송이 가능하려면 물건을 집어 박스에 담는 ‘피킹’ 과정을 단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쿠팡은 이를 ‘랜덤 스토우’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처리한다. 식품관, 주방용품관과 같은 식으로 구간이 나뉘어 있지 않고, 세제 옆에 뻥튀기 과자가 있고 또 그 옆에 치약이 있는 식이다. 언뜻 무질서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데이터 기술이 숨겨져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데이터 기반으로 고객들이 한 상품을 살 때 같이 살 확률이 높은 것들을 최대한 가까이 두고 있다”며 “이렇게 하면 상품을 골라 포장할 때까지의 동선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도 “여름에 잘 나가는 물건이 따로 있고, 겨울에 잘 팔리는 게 따로 있기 때문에 계절별로 피킹 동선이 달라야 한다”며 “이런 동선을 최적화하는 알고리즘을 짜야 하는데, 그게 데이터 기반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배송 단계에서도 인공지능 기술이 들어간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배송을 위한 배송루트를 데이터 기반으로 짠다. 이마트의 경우 배송기사 전용앱을 이용한다. 실시간 교통정보를 반영해 한 배송기사가 배송해야 할 전체 건수의 최적 루트를 내고, 예상시간을 산출해내면 고객에게 예상배송시간이 전달된다. 박근식 중앙대 국제물류학과 교수는 “빅데이터는 소비, 배송, 주문의 패턴을 파악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며 “아마존이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을 도입한 것도 모든 물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받기 위한 목적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와 인공지능에 기반한 의사결정은 기업의 이윤을 높인다.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개인의 관심사를 파악해 개인마다 특가 상품의 노출 순서를 달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도 개인 맞춤형으로 제시할 수 있다. 전해영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아마존은 최저가격이 아니라 그때그때 사람들이 지불할 용의가 있는 최적의 가격을 찾아낸다”며 “이론상 존재했던 최적가격 설정이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해 가능해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해외 업체들의 경우 로봇 활용에도 적극적이다. 중국 2위 전자상거래업체인 징둥닷컴의 경우 2017년부터 상하이의 물류센터를 100% 무인화했다. 10만㎡(약 3만평)의 부지에서 일하는 사람은 4명의 관리자뿐이다. 운반로봇, 분류로봇, 피킹로봇 등이 시간당 1만6000개의 상품을 99.9%의 정확도로 분류한다. 


마켓컬리의 물류센터에서 새벽배송을 위해 준비된 물품들이 배송차량 뒤에 쌓여 있다. / 마켓컬리 제공

마켓컬리의 물류센터에서 새벽배송을 위해 준비된 물품들이 배송차량 뒤에 쌓여 있다. / 마켓컬리 제공


드론 배송 상용화까지는 갈 길 멀어 

아마존의 경우 2012년 물류창고로봇 ‘키바’를 도입해 물류센터 운영비용을 20% 절감하고, 재고 보관공간을 50% 늘리는 효과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류로봇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시장조사기관인 ‘트랙티카’는 글로벌 물류로봇 시장 규모가 2016년 4만대에서 2021년 62만대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다만 드론 배송은 전세계적으로도 아직 초기 단계다.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2013년 12월 ‘5년 안에 드론 배송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했지만 2016년 12월 시험 배송에 성공한 것 외에는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오히려 징둥닷컴이 아마존을 제치고 첫 상용화에 성공했다. 현재까지 중국 내 100여개 이상의 드론 배송 경로를 이용해 현재까지 약 6600시간 이상의 누적 비행시간을 기록했다.

드론 배송 상용화가 미진한 데는 기존 방식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지고, 드론의 ‘납치’나 추락에 따른 배달물 분실과 안전 문제를 해결할 뾰족한 해법이 나오지 않아서다. 최근 런던 개트윅 공항이 드론 때문에 폐쇄되는 등 드론의 안전성 문제가 오히려 불거지는 모양새다. 현재는 드론을 가시거리 바깥에서 움직이게 하려면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군사지역이 많고, 고층건물에 인구가 밀집한 탓에 한국에서는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접근이 어려운 도서·산간 지역이나 긴급을 요하는 혈액이나 의약품의 경우 드론 배송이 도입될 가능성은 높다. 

현재 물류 처리의 주류 방식인 ‘허브 앤 스포크’에도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인다. 이 방식은 전국 각지에서 생기는 대량의 물량을 허브로 집결시킨 후 지역별로 묶어 다시 이동시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장점이 있지만, 근거리 배송이 많을 경우 오히려 비용이 많이 든다. 최근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유연한 물류 네트워크가 물류업계의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해영 연구위원은 “우아한 형제의 ‘배달의민족’은 비록 음식에 한정되긴 하지만 근거리 물류 배송의 좋은 사례”라며 “현재는 인건비 비율이 높은데 앞으로 이를 로봇 배달로 대체하면 효율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율주행 트럭을 중간 물류 허브로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특정 지역에서 주문이 많은 물품이 있을 경우 그 물품을 창고에 두지 않고 트럭에 실어 주변을 돌게 하면서 주문이 들어오면 로봇이나 드론 등을 이용해 바로 배송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때도 데이터에 기반해 수요를 예측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3030916001&code=940100#csidxf33eb06e75660849a6c1e8576bb7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