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세뱃돈 준비 생각은 못 했는데, 그냥 5만원짜리 중에 깨끗한 걸로 주면 되지 않겠어요?"
연휴를 앞둔 지난달 31일, 설 선물 세트를 손에 들고 지하철역으로 들어선 한영순(54)씨는 올해 세뱃돈을 신권(新券)으로 바꿀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한씨는 올해 서른이 된 아들에게 가지고 있던 5만 원권 중 깨끗한 것 두 장을 골라 10만원을 세뱃돈으로 줄 계획이다.
세뱃돈을 넣어 줄 봉투를 찾아봐야겠다는 한씨의 말에 함께 있던 친구 정은숙(54)씨는 "아들한테 세뱃돈 주는데 봉투에 담아 준단 말이야?"하고 물었다. 정씨는 "세뱃돈을 새 돈으로 바꿔주거나 봉투에 담아 줘야겠다는 생각은 못 했다"며 "신권이든 구권이든 돈은 다 같은 돈 아닌데 꼭 그럴 필요가 있나"고 되물었다.
중앙일보는 설날을 앞두고 '세뱃돈=신권'이라는 공식을 고집하지 않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초등학생 형제를 키우는 나모씨도 "올해는 세뱃돈을 신권으로 바꿀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나씨는 "아이가 어릴 때는 빳빳한 돈으로 세뱃돈을 줘 본 적 있는데, 오히려 조금 크고 나니 애들도 돈의 가치는 같다는 걸 알아서 일부러 바꿀 필요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경호(38)씨도 부모님께 드릴 설 용돈을 따로 지폐로 준비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김씨는 "계좌로 드리는 것을 부모님도 더 편해 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중 은행들도 신권 교환을 자제하자는 뜻의 자체 캠페인을 벌이면서, 교환 금액도 제한하고 있다. 신권을 구비하기 위한 비용을 줄이자는 게 목적이다.
손주에게 줄 세뱃돈을 신권으로 바꾸려 은행을 찾은 허희춘(71)씨는 "손주가 셋인데 10만원씩 30만원을 바꾸려 했더니 한 사람당 20만원까지만 신권을 내준다고 한다"며 아쉬워했다. 허씨는 1만원권 새 지폐를 내보이며 "같은 돈이라도 새 돈으로 받으면 기분이 더 좋지 않냐"며 신권을 고이 봉투에 담았다.
점심시간에 은행을 찾은 사람들은 '신권 교환 종료' 표지판을 보고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하나은행 합정동지점 관계자는 "올해 본점에서 만 원권 신권 5000장 할당량을 받았는데 이틀 만에 다 소진됐다"고 말했다.
신권보다는 예쁜 봉투로 정성과 개성을 표현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이날 서울의 한 문구점에는 독특한 세뱃돈용 봉투를 찾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어머니께 드릴 용돈 봉투와 조카들 세뱃돈 봉투를 사러 왔다는 한 시민은 "매년 봉투를 사러 온다"며 "얼마를 넣을지 보다 어떤 봉투에 담아 마음을 전할지를 더 고민한다"고 말했다. 실제 문구점에는 한복 그림이 그려진 봉투부터 복주머니 모양 봉투, 신년인사가 적힌 '세뱃돈 봉투 세트'도 있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아직 고령층에선 신권을 선호하는 고객이 많다"며 "은행 입장에선 여전히 신권이 부족하긴 하지만 세뱃돈으로 쓰기 위해 신권 교환을 당연시하는 분위기는 많이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 pixabay]](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2/03/8dc7ea32-34fb-4fef-887a-c3d0ae429e5f.jpg)
[사진 pixabay]
세뱃돈을 넣어 줄 봉투를 찾아봐야겠다는 한씨의 말에 함께 있던 친구 정은숙(54)씨는 "아들한테 세뱃돈 주는데 봉투에 담아 준단 말이야?"하고 물었다. 정씨는 "세뱃돈을 새 돈으로 바꿔주거나 봉투에 담아 줘야겠다는 생각은 못 했다"며 "신권이든 구권이든 돈은 다 같은 돈 아닌데 꼭 그럴 필요가 있나"고 되물었다.
중앙일보는 설날을 앞두고 '세뱃돈=신권'이라는 공식을 고집하지 않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초등학생 형제를 키우는 나모씨도 "올해는 세뱃돈을 신권으로 바꿀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나씨는 "아이가 어릴 때는 빳빳한 돈으로 세뱃돈을 줘 본 적 있는데, 오히려 조금 크고 나니 애들도 돈의 가치는 같다는 걸 알아서 일부러 바꿀 필요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경호(38)씨도 부모님께 드릴 설 용돈을 따로 지폐로 준비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김씨는 "계좌로 드리는 것을 부모님도 더 편해 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도 빳빳한 '새 돈'이 좋아…독특한 봉투에 담아 주는 정성도
![손주들에게 줄 세뱃돈을 신권으로 바꾼 허희춘씨가 신권을 보여주고 있다. 이수정 기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2/03/458258ea-5398-42b5-8b64-3b38a67f0387.jpg)
손주들에게 줄 세뱃돈을 신권으로 바꾼 허희춘씨가 신권을 보여주고 있다. 이수정 기자
손주에게 줄 세뱃돈을 신권으로 바꾸려 은행을 찾은 허희춘(71)씨는 "손주가 셋인데 10만원씩 30만원을 바꾸려 했더니 한 사람당 20만원까지만 신권을 내준다고 한다"며 아쉬워했다. 허씨는 1만원권 새 지폐를 내보이며 "같은 돈이라도 새 돈으로 받으면 기분이 더 좋지 않냐"며 신권을 고이 봉투에 담았다.
![은행마다 신권 교환 기간과 1인당 신권 교환 액수를 정해 공지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찾은 3곳의 은행 중 2곳은 이미 준비된 신권 물량이 소진된 뒤였다. 이수정 기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2/03/60928eff-08dd-4495-be45-6dca11acb1a0.jpg)
은행마다 신권 교환 기간과 1인당 신권 교환 액수를 정해 공지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찾은 3곳의 은행 중 2곳은 이미 준비된 신권 물량이 소진된 뒤였다. 이수정 기자
점심시간에 은행을 찾은 사람들은 '신권 교환 종료' 표지판을 보고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하나은행 합정동지점 관계자는 "올해 본점에서 만 원권 신권 5000장 할당량을 받았는데 이틀 만에 다 소진됐다"고 말했다.
![세뱃돈을 담아 줄 봉투를 직접 고르러 나온 시민들. 이수정 기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2/03/3d601432-dddd-4eb4-b08e-0a72b148196a.jpg)
세뱃돈을 담아 줄 봉투를 직접 고르러 나온 시민들. 이수정 기자
신권보다는 예쁜 봉투로 정성과 개성을 표현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이날 서울의 한 문구점에는 독특한 세뱃돈용 봉투를 찾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어머니께 드릴 용돈 봉투와 조카들 세뱃돈 봉투를 사러 왔다는 한 시민은 "매년 봉투를 사러 온다"며 "얼마를 넣을지 보다 어떤 봉투에 담아 마음을 전할지를 더 고민한다"고 말했다. 실제 문구점에는 한복 그림이 그려진 봉투부터 복주머니 모양 봉투, 신년인사가 적힌 '세뱃돈 봉투 세트'도 있었다.
![복주머니 모양 세뱃돈 봉투 등 세뱃돈을 넣는 독특한 봉투도 문구점에서 많이 팔린다. 이수정 기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2/03/be6c2fd9-8183-4039-9a6b-c4621ebfaaeb.jpg)
복주머니 모양 세뱃돈 봉투 등 세뱃돈을 넣는 독특한 봉투도 문구점에서 많이 팔린다. 이수정 기자
시중 은행, "신권 교환 수량은 늘 부족"
한편 한국은행에 따르면 설 연휴 전 10영업일 간(2019년 1월 21일~2월 1일) 금융기관에 공급한 화폐 순발행액은 약 5조55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조2800억원)에 비해 5.1% 늘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공급 금액이 확대된 건 맞지만, 실제 발행된 화폐가 몇 장 늘었는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꼭 새 돈이어야 하나요?" 실속 있게 구권 vs 기분 낼겸 신권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꼭 새 돈이어야 하나요?" 실속 있게 구권 vs 기분 낼겸 신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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