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동아일보 경주국제마라톤 출전
“꼭 우승해 반대 목소리 재울 것”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27·케냐·사진)가 대한민국 귀화를 위한 마지막 시험대에 선다.
에루페는 11일 신라의 ‘천년고도’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동아일보 2015 경주국제마라톤(경상북도 경주시 대한육상경기연맹 동아일보 공동 주최)에서 대회 통산 3번째 우승이자 국내 대회 5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3월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6회 동아마라톤에서 2시간6분11초로 우승한 뒤 한국 귀화를 선언한 에루페에게 이번 무대는 귀화 반대파의 신임을 얻고 대한체육회 관계자들에게 확신을 심어줘야 하는 무대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황영조(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이봉주 이후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던 대한육상경기연맹은 에루페의 귀화를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지도자들은 “국내 마라톤을 망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대한체육회도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입상할 수 있는 실력이 보장돼야 법무부에 특별 귀화를 추천할 수 있다”는 자세다. 체육회 법제상벌위원회에서 에루페의 귀화를 결정하면 법무부 국적심사위원회가 귀화를 최종 심의하게 된다.
사실 에루페의 실력은 이미 검증 받았다. 2011년 경주에서 생애 첫 국제대회 정상에 선 뒤 2012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5분37초를 기록해 국내에서 첫 2시간5분대 기록이자 국내 개최 최고 기록을 세웠고, 2012년 경주대회 2연패까지 차지했다. 경쟁력은 충분한 셈이다. 하지만 에루페는 2012년 말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불시 도핑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이 나온 ‘불명예’가 있다. 말라리아 예방 접종 주사를 맞은 상태에서였고 2년 자격정지 기간이 끝났다고는 하지만 에루페로선 ‘도핑 양성반응 선수까지 귀화시켜야 하느냐’란 주장도 이번 대회에서 불식시켜야 한다.
에루페를 지도하고 있는 오창석 백석대 스포츠과학부 교수(53)는 “최근 케냐에 다녀왔는데 에루페의 각오가 대단하다. 컨디션도 좋다”고 말했다. ‘귀화로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선 1년간 해당 국가에서 활동해야 한다’는 IAAF 규정에 맞추기 위해 6월 충남 청양군체육회에 입단한 에루페는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유니폼에 청양군을 새기고 달린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