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이슈

[기자의 시각] 국민연금 '진실' 숨기는 정부

Shawn Chase 2018. 11. 5. 18:39

조선일보

  • 홍준기 사회정책부 기자



  • 입력 2018.11.05 03:11

    홍준기 사회정책부 기자
    홍준기 사회정책부 기자
    "나중에 손자가 생기면 그 세대에서 장관님에게 엄청난 원망이 갈지도 모르는 일을 하고 계실지 모릅니다. (지금처럼 하면) 장관님 손자 세대는 소득의 37.7%를 국민연금 보험료로 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한 말이다. 그는 정부가 국민연금 개편안을 만들 때 "(연금을 더 받게 해주겠다며) 아직 태어나지 않은 세대에게 감당할 수 없는 짐을 떠넘길 순 없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소득에서 국민연금 보험료로 내는 비율)은 올리지 않고 나중에 더 많은 연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은 미래 세대를 속이는 행위라는 주장이다.

    기자에게는 두 살배기 딸이 있다.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에 성공하지 못하면 딸이 만 40세가 되는 2057년에 우리나라 국민연금 기금은 동난다. 이렇게 되면 그때부터는 매년 보험료를 걷어 곧바로 연금으로 나눠 줘야 한다. 그래서 현재 9%인 보험료율은 2060년에 29.3%까지 올라간다. 월급이 500만원쯤 되는 직장인이라면 매월 73만원 정도를 국민연금 보험료로 내야 한다. 전문가들이 "능력 있는 젊은이들은 한국을 떠날지 말지 심각하게 고민할 상황"이라고 얘기할 정도다.

    지금처럼 그때도 정년이 60세라면 딸은 국민연금이 바닥난 뒤 20년 동안 계속 오르는 보험료를 낸 다음 퇴직할 것이다. 김세연 의원이 얘기한 37.7%는 2088년에 한국인이 부담할 가능성 있는 보험료율이다.

    거칠게 말하면 국민연금은 나중에 투자하는 사람의 원금으로 앞사람의 수익금을 지급하는 '폰지 사기' 기법조차 쓸 수 없다. '노인'들의 수익금(연금)을 채워 넣어줄 '젊은이'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고갈되는 2057년엔 고령화와 저출산 여파로 우리나라 60세 이상 인구 1명당 25~59세 인구가 0.7명에 불과할 전망이다. 60세 이상 인구 1명에 25~59세 인구가 2.5명쯤 되는 지금과 완전히 딴판인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최근 정부는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는 설명 없이 "더 주겠다"는 쪽으로 국민연금 개혁 방향을 잡고 있다. 노동계 등에선 "대통령 공약처럼 나중에 받는 국민연금이 생애 평균 소득의 50% 수준은 돼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노년층 빈곤 해소 등을 위해 국민연금을 많이 주겠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생애 평균 소득의 50% 수준이 되려면 2060년까지 연평균 20조원이 필요하다(국회 예산정책처 자료). "보험료를 안 올리고도 나중에 더 많은 연금을 주겠다"는 주장은 무책임한 '악마의 유혹'일 뿐이다. 정부와 노동계 모두 국민연금 문제에 대해 더 솔직하고 냉철해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04/201811040277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