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운정도 울고, 아빠 캐디도 울고…157기 부녀 동행
입력 2015.07.21 (09:13) | 수정 2015.07.21 (09:23)
최운정(25.볼빅)이 마침내 미국여자프로골프 LPGA 정상에 섰다.
우선 우승까지 과정이 극적이었다. 최운정은 세계랭킹 1위 박인비,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 스테이시 루이스 등 내로라하는 톱 랭커들을 넘어서야 했다. 가뜩이나 선두에 두타 뒤진 상황에서 4라운드를 시작해, 우승을 예상한 전문가들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최종합계 14언더파로 장하나와 동타가 돼 연장전에 돌입했고, 연장전 첫 홀(18번홀)에서 승부를 끝냈다. 최운정이 파를 지켜, 보기에 그친 장하나를 이긴 것이다.
최운정은 우승이 확정되자 그동안 맘 고생을 떠올린듯 눈물을 쏟아냈다. 2009년 투어에 데뷔한 뒤 준우승만 세 차례, 번번히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던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눈물일 것이다. 최운정 못지않게 이 순간을 기다려온 사람이 바로 아버지 캐디 최지연(56)씨다. 묵묵하게 딸의 곁을 지키며, 우승의 순간을 손꼽아 기다렸다. 최지연 씨는 딸이 우승하면 그 때 자신은 떠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156번 대회에 나가는 동안 우승이 없어, 부녀의 동행도 자연스럽게 연장됐다.
LPGA를 보면, 아버지 캐디는 거의 없다. 캐디는 전문 캐디의 몫일 뿐이다. 국내 무대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다. 특히, 주니어 대회에서 그렇다. 프로 투어에서는 신인급 선수들이 아버지 캐디와 경기를 치른다. 그러나, 프로 선수들의 나이가 많아지면 전문 캐디가 아버지 캐디의 역할을 대신한다. 우선 아버지의 나이가 많아지면, 무거운 캐디백을 메고 필드를 누비는 게 쉽지 않다. 여기에, 딸(선수)은 어른이 되면서 아버지로부터 독립하고 싶어한다. 경기 중 아버지의 '질책'을 들으면 샷이 엉킬 수도 있으니, 딸은 전문캐디와 동행하고 싶어진다. 최근 전인지가 US여자오픈에서 경기하는 모습을 보면, 쉽게 짐작이 된다. 전문 캐디는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면서 선수들을 격려한다.
최운정 선수는 우승의 공로를 아버지에게 돌렸다. 딸은 “오늘 아빠가 옆에서 ‘참고 기다리라’며 조급해하지 않도록 도와줘서 우승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운정 선수는 과거 우승을 놓치면 "아빠 캐디 탓"이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고 한다. 맘 고생이 컸을텐데 잘 이겨냈다. '효녀골퍼'로 불리는 이유일 거다. 경찰관 출신의 아버지는 그런 딸의 모습이 마냥 대견하고 고마워하는 모습이었다. 아버지 캐디는 '약속'대로 조만간 은퇴한다. 최운정 선수는 새로운 전문 캐디와 호흡을 맞추겠지만, 두 사람이 보여준 아름다운 '부녀의 정'은 오래도록 기억될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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