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LG)전자가 카메라를 5개로 늘린 새 전략 스마트폰 ‘V40 씽큐’를 내놨다. 프리미엄 대화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 ‘갤럭시노트9’과 애플 ‘아이폰Xs’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해 부진의 늪에 빠진 엘지전자의 스마트폰사업을 되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구광모 엘지그룹 회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공개된 전략 스마트폰이라는 점에서도 흥행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엘지전자는 4일 서울 강서구 엘지사이언스파크에서 V40 공개행사를 열었다. 행사의 시작과 끝은 ‘카메라’였다. V40에는 앞면에 표준·광각, 뒷면에 표준·광각·망원 등 총 5개의 카메라가 탑재됐다. 지금까지 나온 스마트폰 가운데 카메라가 5개인 것은 처음이다. 카메라가 많으면 여러 구도와 피사체에 따라 사진을 찍기 편하다. 피사체의 배경을 흐릿하게 하는 ‘아웃포커싱’ 효과도 낼 수 있다.
엘지전자는 “단순히 카메라 개수를 늘린 차원을 넘어 카메라 자체를 혁신했다”고 설명했다. 엘지전자 모바일기기 사업을 총괄하는 황정환 엠시(MC)사업본부장은 “스마트폰에서 카메라가 차지하는 비중을 다시 뜯어봤고, 우리가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천천히 살펴봤다”며 “디에스엘아르(DSLR) 카메라와 스마트폰이 다른 점이 무엇인지를 따져봤고, 스마트폰엔 ‘라이프 앤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스마트폰의 이미지센서를 전작에 견줘 40% 키우고, 카메라의 조리개 값을 F1.5까지 구현해 어두운 환경에서도 잘 찍힐 수 있도록 했다고 엘지는 강조했다. 또 전작의 문제점으로 꼽혔던 사진을 찍을 때 버벅거리는 현상을 개선해, 셔터를 누르고 사진이 찍힐 때까지의 시간을 절반으로 줄였다. 전작에서 재미를 봤던 인공지능(AI) 카메라 기능 가운데 사람을 인식하면 배경과의 조화를 고려해 최적의 구도를 추천해주는 ‘에이아이(AI) 구도’, 촬영할 때 움직임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셔터 스피드를 높여주는 ‘에이아이 셔터’ 기능이 추가됐다.
뒷면 카메라 3개 촬영 결과를 동영상으로 합성해주는 ‘트리플샷’과 구도를 미리 보여주는 ‘트리플 프리뷰’.
카메라를 활용한 ‘재미기능’도 늘었다. 뒷면 3개의 렌즈로 촬영된 사진을 영상으로 만들어주는 ‘트리플 샷’과 3초 동안 촬영한 뒤 원하는 부분을 손가락으로 문질러 선택하면 그 부분만 움직이는 ‘매직포토’ 기능도 써볼만 하다. 카메라 앱에서 쓰이던 기능인 화장한 효과를 보여주는 ‘메이크업 프로’ 기능도 추가됐다.
V40은 이달 중 한국에 출시돼, 지난 8월 출시된 갤럭시 노트9와 이달 중 한국에 선보일 것으로 보이는 아이폰Xs 등과 경쟁하게 된다. 일단 V40이 6.4형(인치)으로 화면 크기는 세 제품이 비슷하다. 무게(169g)와 두께(7.7㎜)는 V40이 경쟁작에 견줘 얇고 가벼운 편이다. 저장용량과 배터리 용량은 갤럭시노트9에 밀린다. 저장용량은 64GB·128GB(한국에선 128GB만 출시), 배터리 용량은 3300mAh로, 저장용량과 배터리 성능을 앞세운 갤럭시노트9(최대 512GB·4000mAh)보다 적다.
엘지전자는 V40과 내년 출시될 새 전략 스마트폰을 발판삼아 실적을 개선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엘지전자의 스마트폰 부문은 지난 2분기까지 13분기 연속 적자를 거듭하고 있다. 황 본부장은 “매출은 지난해보다 줄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분기별로 예측된대로 개선되고 있다”며 “올해 선보이지 못한 것들이 내년 전략 스마트폰으로 준비되고 있어, 적자폭을 상당히 줄일 수 있고, 내후년에는 턴어라운드(흑자전환)를 이룰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라인업과 브랜드 전략에도 변화를 예고했다. 엘지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 라인업은 G와 V시리즈로 나뉘어 있지만 화면 크기 말고는 차이점이 별로 없고, 중저가 라인업도 Q·K·X 등 제각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황 본부장은 “옛 싸이언과 같은 스마트폰만의 서브브랜드가 없는 상황이다. 단순히 G와 V를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종합적인 서브브랜드 전략을 고민 중에 있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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