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정치포커스] 文在寅 지지율 急落 이유

Shawn Chase 2018. 9. 24. 23:56

품격·소통 기대했는데 독선·아집 보여준 데 대한 실망감이 급락 원인
글 : 김장수 제3정치연구소장

⊙ 부정 응답자의 70%가 경제·일자리·과도한 복지·세금인상 등 경제 문제 지적
⊙ 경제 자체가 나빠졌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경제가 좋지 않은 이유가 문재인 정부 때문’이라고 평가하는 국민이 늘어난 것
⊙ “잘못 생각했네요, 앞으로 고치겠습니다”라는 대답 기대하는 국민에게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러세요?”로 응수

김장수
1967년생.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동 대학원 정치학 석사, 美뉴욕주립대 정치학 박사 / 고려대 연구교수, 제17대 대선 한나라당 중앙선대위 전략기획홍보조정회의 여론조사팀장, 청와대 대통령실 정무1비서관실 선임행정관, 한국전력기술 감사, 새누리당 정치연대플러스 정책위원장 역임





문재인(文在寅)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급락(急落)하고 있다. 지방선거 직후인 6월 둘째 주, 지지율 79%를 기준으로 정확히 석 달 만에 30%포인트 떨어진 49%를 기록했다.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 비율은 12%에서 42%로 30%포인트 급상승했다. 다양한 여론조사 결과를 접하다 보니 지지율 급락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간과하기 쉽다. 전체 유권자 4200만명을 기준으로 하면, 이전까지 ‘문재인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던 사람 중 1260만명이 이제는 ‘잘못하고 있다’로 평가를 바꾼 것이다. 동일한 질문에 동일한 조사방식을 적용하는 한국갤럽에서 매주 실시하는 정례(定例) 여론조사 결과이므로 조사방식의 차이에서 오는 오류의 가능성도 없다.
  
  특별한 악재가 없는 상황에서 석 달이라는 짧은 기간에 이렇게 급격히 추락하는 일은 우리나라는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유사한 경우도 찾기 어렵다. 그것도 임기 초반인 집권 2년차 진입 시점, 선거 압승 직후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연구 사례가 될 것이다. 사람들 마음이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석 달 사이에 1200만명이 넘는 유권자들이 지지대열에서 이탈하는 대대적인 민심이반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 민심이반이 특정 계층이나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그 속도도 그렇지만 그 원인과 내용을 보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민심 이반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외교는 쇼, 경제는 현찰’
  
  전체적인 맥락은 다르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급락에 비견할 수 있는 외국의 사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1991년 3월 미군의 성공적인 이라크 침공 후, 당시 현직이었던 조지 H. 부시 대통령(아버지 부시)의 지지율은 90%를 넘었다. 그러나 그 다음 해 여름을 지나면서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60%를 넘는 극적인 반전(反轉)이 일어난다. 11월에 치러진 대선(大選)에서 빌 클린턴이 승리하면서, 아버지 부시는 재선(再選)에 실패한 몇 안 되는 대통령 대열에 합류한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라고!(It's the economy, stupid!)”라는 구호는 당시 클린턴 캠프의 핵심적 선거 전략이었다. 아무리 화려해도 외교적 성과로는 경제 침체라는 악재를 넘어서지 못한다는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외교는 쇼(show)이고, 경제는 현찰’이라는 지혜를 재삼 되새기게 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긍정평가 49%, 부정평가 42%를 기록한 이번 한국갤럽의 조사는 ‘잘한다’고 또는 ‘잘못한다’고 생각하는 구체적인 이유를 주관식으로 물었다.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응답자 중 41%가 경제와 민생문제 해결 부족을 구체적인 이유로 들고 있다. 이 외에도 최저임금 인상(7%), 일자리 문제와 고용부족(6%), 과도한 복지(4%), 세금인상(3%) 등 경제와 직결되는 항목을 부정평가의 근거라고 응답한 경우가 절대다수인 70%에 근접하고 있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 1위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16%), 2위는 대북(對北)정책(11%) 등 북한과의 관계가 차지하고 있고, 경제 관련 근거는 10%에도 미치지 않고 있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은 잘한 일이지만, 이것이 우리의 먹고사는 문제를 덮지는 못한다는 분명한 메시지이다.
  
  지지율 하락의 근본원인이 경제라는 점과 관련하여 매우 의미 있는 조사결과가 있다. 8월 마지막 주에 같은 기관에서 실시한 조사인데, 각 정책분야별 평가를 묻고 있다.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잘하고 있다’ 58%, ‘잘못하고 있다’ 30%로 긍정 평가가 여전히 큰 차이로 앞서 있다. 그러나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잘하고 있다’ 26%, ‘잘못하고 있다’ 53%로 두 배 차이로 부정평가가 압도한다. 고용정책에 대해서도 긍정 30%, 부정 51%로 유사한 흐름이다.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임기 초반부터 지방선거 직전인 5월까지 흐름은 나쁘지 않았다. 2017년 8월 조사에서는 54대17, 2018년 5월 조사에서는 47대27로 잘하고 있다는 평가가 앞서고 있었다. 경제정책에 대한 긍정 평가가 앞서 있던 2017년 8월과 2018년 5월에 대통령 지지율은 80% 선을 넘나들고 있었다. 이러한 지방선거 직전까지의 긍정적인 평가가 이후 3개월 만에 극적으로 뒤집힌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문제’라는 인식 증가

지난 9월 10일 서울 영등포 전통시장에서 열린 ‘소상공인·자영업자 생존권 확보를 위한 최저임금 제도개혁범국민서명운동선포식’. ‘경제가 나쁜 것은 문재인 정부 탓’이라는 인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사진=조선DB


  문제는 경제지만, 객관적인 경제 상황만으로 지지율 급락을 설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사실 석 달 사이에 경제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된 것도 아니다. 일반적으로 경제에 대한 평가 자체가 대통령 지지율에 자동적으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다. 미국 경제는 유례없는 호황 국면이고, 실업률도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들에 비교해서 상당히 낮은 편에 속한다.
  
  경제상황과 지지율의 미스매치 현상을 선거연구에서는 귀책이론(歸責理論·Attribution theory)으로 설명한다. 현상이나 결과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 현상의 원인을 무엇으로 보고 있느냐, 즉 책임 소재를 어디에서 찾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경기가 나쁘다고 하여도 전임 박근혜 정부 탓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지 않는다. 이러한 연유로 경제가 나쁘다는 인식 자체가 현직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즉 경제가 영향을 주기는 하지만 경제 상황 자체가 좋지 않다는 사실만으로 현재의 지지율 급락을 설명할 수는 없다.
  
  경제가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려면, 국민들이 ‘경제 상황의 1차적 책임이 현 정부에 있다’고 인식해야 한다. 지난 8월 조사에서 ‘향후 우리나라 경제가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이 44%로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 17%를 앞서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경제정책을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53%로 ‘잘하고 있다’ 26%를 두 배 차이로 압도하고 있다. 경제 전망이 좋지 않고 그 원인이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과반을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지지율 급락의 직접적 원인이다. 즉 석 달 사이에 경제 자체가 나빠졌기 때문이 아니라, ‘경제가 좋지 않은데, 그 이유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하는 국민이 늘어나면서 지지율이 급락한 것이다. 
  
  
  지지율 高空행진의 이유
  
  잘못된 경제정책 때문에 경제가 좋지 않다고 인식하는 국민들이 과반을 넘어선 것이 지지율 급락의 직접적 원인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지율 급락이 이것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그러기에는 그 추락의 속도가 너무 빠르고 그 규모도 광범위하다. 또한 경제정책이 잘못되었다고 그것 하나만으로 대통령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바꾸지는 않는다. 대통령 지지율은 이런 점에서 종합적인 다면(多面)평가와 유사하다. 경제정책은 잘한다고 생각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잘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그 역도 존재한다. 단순화하면, 돈 잘 벌어오는 가장이 항상 인기 있는 것은 아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경제 잘한다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여전히 문재인 대통령에 비해 낮다.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지지율 조사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어 있고, 표본할당이니 오차범위니 하는 생소한 용어들이 끼어들지만, 지지율 조사의 핵심은 국민들이 대통령을 전반적으로 어떻게 보고 있느냐이다. 그 대상이 대통령이든, 배우자든 특정한 대상에 대한 종합적 평가가 극적으로 달라지는 경우는 단일 요인에 의해서 발생하지 않는다. 특히 경제 상황은 큰 변화가 없는데, 갑자기 국민 평가가 악화되었다면 그 원인은 다른 데 있는 것이다.
  
  현재의 급락 원인을 총체적으로 보기 위해서는 그 시작점, 즉 추락하기 이전의 고공(高空)행진의 원인을 밝히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고공행진했던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기저(基底)효과, 즉 전임인 박근혜 대통령과의 대비효과다. 탄핵에 동의한 유권자 비율이 80%를 넘을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었던 전임 대통령이 비교대상이었다는 사실이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고공행진의 일등공신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인간 문재인’의 힘
  

문재인 대통령이 2009년 5월 29일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보여준 품격 있는 태도는 국민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었다.


  둘째는 문재인 대통령의 개인적 자질과 관련되어 있다.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 2기 정부’다. 그 주역인 친노(親盧)나 민주당이 도덕적이거나 국정운영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많지 않았다.
  
  민주당은 2016년에 치러진 총선에서도 25% 남짓의 정당득표율로 자유한국당은 물론 신생 정당인 국민의당에도 뒤지는 3위였다. 촛불대선이라 불릴 정도로 탄핵이라는 매우 우호적인 환경에서 치러진 대선에서도 40%를 갓 넘기는 득표력을 보였다. 40%에서 출발하여 80%까지 지지율을 끌어올린 1등 공신은 정치세력으로서의 민주당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의 개인적 자질이었다. 그중에서 특히, 공감과 소통, 배려하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인간 문재인의 개인적 자질이 첫째 요인인 전임 대통령과의 대비효과와 상호작용하면서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대통령이 되기 이전의 시점으로 돌아가면,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을 품격(品格) 있게 대하던 모습이 일반 국민에게 ‘인간 문재인’을 각인시키는 가장 중요한 계기가 됐다. 따라서 인간 문재인의 품격을 부각하는 것이 임기 초반 대통령 홍보 전략의 핵심이었다. 품격의 정치인, 공감하고 배려하는 대통령, 이것이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끈 일등공신이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가 문재인 정부를 상징하는 대표 브랜드가 되었다. 선거와 홍보 전략 측면에서는 품격의 정치인 문재인과 잘 어우러지는 최고의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시대정신을 제대로 반영했고 국민들은 열광했다. 취임 이후 탁현민이 최고의 지휘자이자 전략가가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민들, ‘남 탓’과 편 가르기에 질려
  

2018년 8월 19일 열린 고용상황 관련 긴급 당정청회의. 왼쪽부터 진선미 원내수석부대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홍영표 원내대표, 김태년 정책위의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사진=조선DB


  최정점(最頂點)을 지나면 내리막이다. 열광은 기대로 이어지는데, 문제는 높아진 기대가 무너지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의 독선적 국정운영은,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는 자신들의 캐치프레이즈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내로남불’이 다시 항간의 유행어가 되었다. 능력이 아니라 ‘코드인사’가 횡행하고 이들의 독선과 거친 언사는 일상사가 되었다. ‘남 탓’은 항상 등장하는 주연급 조연이다.
  
  임기 초반부터 이러한 현상들은 드러나기 시작했지만, 국민들은 일정 기간 동안은 시행착오의 기간이라 하여 너그럽게 받아 준다. 속칭 ‘허니문 기간’이다. 대통령 본인이 후보 시절부터 약속했던 ‘공직인사 배제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어도 국민들은 임기 초반에는 ‘경황이 없어서 그러려니’ 한다. 이제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다고 생각하는데도 원칙은 온데간데없고, 구태(舊態)는 반복된다. 낙하산 코드인사는 더 악화된 형태로 재연된다.
  
  그 압권이 작금의 경제위기와 경제정책 실패에 대한 대통령의 대응이었다. ‘소통과 공감의 정치인’ 문재인에 어울리는 국정운영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대통령의 남 탓, 편 가르기와 독선적인 날선 대응에 뜨악했다. 
  
  한 사람이 모든 재능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국민들도 정치인에게 그런 것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특정한 한두 가지 장점을 보고 선택한다. 정치인 문재인의 강점은 품격, 공감과 배려 능력이었다. 이것이 무너지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 헤딩 잘한다고 해서 뽑은 선수를 드리블 못한다고 교체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그 선수가 결정적인 헤딩 슛 찬스도 번번이 놓친다면 바꿀 수밖에 없다. 도덕성 문제가 이회창(李會昌) 후보에게는 치명타가 되었지만 이명박(李明博) 후보에게 별 타격을 주지 못한 이유도 동일하다.
  
  
  소통 대신 적폐청산
  
  국민은 축구감독의 입장에서 주(主)공격수 문재인을 평가한다. 코드인사 등 몇 가지 잘못은 못 본 척 눈감아 주었다. 경제정책에서의 아마추어리즘과 조급함도 그러려니 봐준다. 그러나 소통의 정치인 문재인에게서 아집과 독선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균형감각의 문재인’은 사라지고 이념적 이중(二重) 잣대와 적폐(積弊)청산의 새된 목소리만 들려온다. 
  
  복잡할 것도 없다. 능력은 모르겠지만 겸손하고 배우려는 자세는 좋아 보여서 직원으로 뽑았다. 일을 잘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제가 잘못 생각했네요, 앞으로 고치겠습니다”라는 대답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러세요?” 하면서 남 탓 하고 나온다. 자신들은 잘못한 게 없는데, 보수(保守)언론과 야당의 발목잡기 때문이라고 핑계를 댄다. 자신들이 잘못한 것은 오로지 좋은 정책을 제대로 홍보하지 못한 잘못이라고 한다. 잘하고 있는 자신들을 몰라주고, 보수언론에 속고 야당에 놀아나는 유권자가 어리석다는 인식의 일단도 드러낸다.
  
  어디서 많이 본 레퍼토리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우리나라 역대 정부가 즐겨 쓰던 상투적인 편 가르기다. 통합의 정치는 사라진 지 오래다. 상투적인 레퍼토리를 반복하던 지난 정부의 끝은 모두 좋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 길을 정확하게 되밟아 가고 있다. 그 속도는 역대급으로 빠르다.
  
  
  지지율 회복 가능할까?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의 지지율을 회복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럴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울 정도이다. 문재인 대통령 본인은 동의할지 모르겠지만, 국민들 입장에서는 능력은 모르겠지만 인간성 보고 뽑은 대통령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의 정치적 계승자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국민적 평가는 참혹했다. 능력 부족도 그렇지만, 이념적 편향성과 편 가르기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매우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문재인 대통령을 선택한 것은 인간 문재인의 품격이 노무현 정부의 잘못을 반복하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을 대하던 그 품격을 높이 산 것이다. 인간성만 좋은 줄 알았는데 일도 잘한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다. 그런 기대감이 득표율을 훨씬 넘어서는 지지율 고공행진의 이유였다.
  
  이제는 거꾸로 치닫기 시작했다. ‘능력은 별로여도 인간성은 좋은 줄 알았는데, 편향되고 아집도 강하다. 내로남불의 이중 잣대는 역대급이다’라고 국민들은 생각하기 시작했다. 지지율은 급락할 수밖에 없다. 
  
  기대가 절망으로 바뀌는 데는 1년도 걸리지 않았다. 사실 임기 초부터 이념적 편향성과 내로남불의 이중 잣대는 드러났다. 그러나 그동안은 국민들이 너그럽게 봐준 것이다. 사실 모든 게 문재인 대통령 탓은 아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아도 기초체력이 허약해진 환자, 한국경제에 검증되지 않은 좌파(左派) 실험이라는 극약을 처방하여 혼수상태로 몰아간 책임은 문재인 정부에 있다.
  
  이제 국민들은 그 책임을 물으면서 궤도 수정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지지율 급락의 출발점이었다. “저는 좋은 뜻으로 그리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네요. 잘못했습니다. 제가 처음부터 다시 잘해 보겠습니다” 하고 나왔다면 거기서 방어선을 구축할 수 있었다. 지지율 급락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 지금이라도 그런 자세, 즉 대통령 문재인을 선택한 국민들이 기대했던 품격과 균형감각의 문재인으로 되돌아간다면 지지율이 회복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문재인의 궤도 수정이 불가능한 이유
  

2018년 9월 6일 열린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현판식. 잘못된 정책에 대해 사과하고 궤도수정을 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게 문재인 정부의 문제다.사진=조선DB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그렇게 할 의사 자체가 없어 보인다. 소득주도성장 등 문재인 정부의 대표 브랜드들은 어느 날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이 아니다. 1980년대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에 뿌리를 둔 한국 좌파 진영의 오래된, 아주 오래된 숙원사업들이다. 문재인 대통령 본인의 인식 자체가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때 ‘노무현 대통령은 대학운동권 3학년 수준’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이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 더 편향되고 경직된 인식을 드러내 왔다. 노무현 대통령은 좌파적 인식에 편향되기는 했지만, 실사구시적(實事求是的) 성향도 강했다. 한미FTA,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하, 이라크 파병, 제주해군기지 등을 관철했다. 겉모습이 겸손해 보인다고 속까지 겸손하고 부드러운 것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본인 스스로가 궤도수정을 하려는 의사도 없지만, 설혹 하려고 해도 의지만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장벽에 막힐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보다 더 좌편향적 성향을 보이는 지지자들이 그들이다. 대략 10% 내외로 평가되는 정의당 지지자들과 노무현 좌파로 불리는 좌파 성향 강성 민주당 지지자들이다. 전체 유권자를 기준으로 하면 대략 25% 정도를 점하지만, 민주당 지지자, 현재의 문재인 지지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현재 지지율 50%의 절반을 점하는 이들이 문재인 정부의 궤도수정을 반대하고 나올 것이다. 대통령 문재인이 궤도수정을 시도한다면 문재인의 이념의 동지들, 왕년의 동지들이 총구 방향을 바꾸어 문재인 정부를 겨냥할 것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도 그러했던 것처럼…. 
  
  
  문재인·좌파지지자, 경제적 이해 공유
  
  문재인과 좌파 지지자들의 관계는 왕년의 이념의 동지에 그치지 않는다. 이제는 경제적 이해관계를 공유한다. 이들 정의당과 민주당 좌파 지지자들의 경제적 기반은 대기업 귀족노조와 공공부문이다. 소위 한국사회 상위 10% 집단의 주축들이다. 민주노총이라는 우산 아래 자신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관철하려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들의 이해관계를 충실히 대변한다. 궤도 수정은 이들의 이해관계 침해를 의미한다. 세상을 보는 시각도 같고 경제적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왕년의 동지들에게 등을 돌릴 정도의 용기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궤도수정도 기대 난망(難望)이다. 지지율은 회복되지 않는다. 
  
  민주화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한국정치의 법칙으로 자리 잡은 패턴이 있다. ‘승자(勝者)의 저주’다. 유권자 과반 또는 이에 근접한 다수(多數)의 지지를 받아 집권한 세력이 차기 대선에서 처참하게 무너지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기존에는 정권교체까지는 10년이 걸렸다. 소위 10년 주기설이다. 이 ‘승자의 저주’가 반복되는 원인과 메커니즘도 밝혀졌다.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집권세력의 무능과 독선이다. 문재인 정부는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이 불행한 역사의 궤도를 정확하게 되밟아 가고 있는 것이다. 다만 그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것이 그 유일한 차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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