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론조사에선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도 ‘문워킹’처럼 뒷걸음질 치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6·13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한 직후인 6월 둘째 주 79%였지만 8월 둘째 주에는 취임 이후 최저치인 58%로 내려앉았다. 그 사이 8주 동안 한 주도 쉬지 않고 지지율이 하락했다. 2011년부터 매주 대통령 지지율을 조사하고 있는 갤럽 조사에서 8주 연속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율이 2016년 9월 중순부터 최순실 게이트에 휩싸이던 11월 초까지 7주 연속 하락했던 것이 종전 기록이다.
문 대통령은 지지율과 관련해 여러 기록을 갖고 있다. 지난해 5월 취임 직후 실시한 갤럽 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84%였다. 갤럽 조사에서 역대 대통령 취임 직후 지지율 중 최고 기록이었다. 60% 이상 높은 지지율을 취임 이후 14개월간 유지한 것도 문 대통령이 처음이다. 하지만 최근엔 지지율 연속 하락 기록이 추가됐다.
올해 초에도 70%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이어가던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말 지지율이 63%로 하락하면서 첫 번째 고비를 맞았다. 당시엔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와 평창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문제로 젊은층을 중심으로 이른바 ‘공정성’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됐다. 이후 3월 초 대북 특사단 방북을 계기로 남북 정상회담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지지율이 반등하기 시작했다. 4·27 남북 정상회담 직후엔 지지율이 83%로 취임 직후 수준까지 다시 올랐다. 당시 갤럽 조사에서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유’로 ‘남북 정상회담’(35%), ‘북한과의 대화 재개’(14%), ‘대북정책’(9%), ‘외교를 잘한다’(8%) 등 ‘대북·외교’ 이슈가 차지하는 비중이 66%로 다수였다.
최근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대북 대화’가 꼬인 것뿐 아니라 ‘경제 불안’의 영향이 매우 큰 것으로 분석된다. 지지율이 83%까지 상승했던 4월 말엔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로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22%)과 ‘최저임금 인상’(3%) 등을 꼽은 응답자가 25%였다. 하지만 지지율이 58%로 하락한 8월 둘째 주엔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로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40%)과 ‘최저임금 인상’(10%) 등이 50%에 달했다. ‘경제 불안’ 때문에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이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갤럽 조사에서 각종 경제 전망 수치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도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담긴 민심이 ‘경제 불안’이란 것을 보여준다. ‘향후 1년간 국가 경제 전망’ 조사 결과가 지난 5월엔 ‘좋아질 것’(35%)이 ‘나빠질 것’(22%)에 비해 높았지만, 8월엔 ‘나빠질 것’(44%)이 두 배로 늘어나면서 ‘좋아질 것’(17%)에 비해 훨씬 높았다. ‘향후 1년간 가계 살림살이 전망’도 5월엔 ‘좋아질 것’(27%)이 ‘나빠질 것’(16%)보다 높았지만 8월 조사에선 ‘나빠질 것’(28%)이 ‘좋아질 것’(18%)을 앞섰다.
매달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소비자심리지수도 최근 하락세가 뚜렷하다. 올해 1월 109.9에서 지난 7월엔 101.0으로 낮아졌다. 소비자심리지수는 현재 생활형편, 생활형편 전망, 가계수입 전망, 소비지출 전망, 현재 경기판단, 향후 경기전망 등 6개 주요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지표다. 각종 경제지표가 대통령의 지지율과 비슷하게 하락세인 것과 관련해 가상준 단국대 교수는 “경제지표는 대통령 지지율 등락(騰落)에 영향을 미친다”며 “경제 문제를 위한 정부의 노력과 정책에 국민들은 관심이 크다”고 했다.
최근 문 대통령 지지율을 직업별로 보면 화이트칼라(66%)와 블루칼라(62%) 등 봉급생활자가 비교적 높고, 학생(56%)에 이어 자영업자(54%)와 주부(49%) 등이 낮았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와 가계 살림을 책임진 주부들의 불만이 크다는 의미다. 소득수준별로는 힘든 살림살이에 지친 하층(54%)과 중·하층(52%)의 대통령 지지율이 상층(64%)과 중층(63%)에 비해 더 낮은 것도 특징적이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6월 지방선거 이후 8주간 계속 하락하는 동안 여당인 민주당의 지지율도 56%에서 40%로 수직 하락했다. 민주당이 6월에 기록한 56%는 창당 이후 최고치였지만 최근 40%는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최저치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하고 14개월이 지난 2014년 6월 둘째 주 갤럽 조사에서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42%였다. 당시와 비교하면 최근 민주당 지지율 40%는 집권 초반부 여당으로선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가 아닌 셈이다.
60% 이하 떨어지면 회복된 예 없어
정치권의 관심은 집권 2년 차 후반으로 접어드는 문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 동반 하락이 언제까지 계속될 지에 쏠려 있다. 과거 정권도 예외 없이 집권 2년 차에는 지지율이 하락세로 전환했다. 하지만 여권은 “문 대통령 지지율이 50%대 후반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국정 운영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9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 관계가 가시적으로 개선될 경우에는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다시 이전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역대 최약체 제1야당의 존재감이 미미한 것도 여권으로선 호재다.
하지만 일단 뚜렷하게 하향세로 돌아선 문 대통령 지지율이 다시 임기 초반처럼 고공행진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예측도 많다. 이에 대한 근거로 대통령 지지율이 60% 아래로 떨어지면 다시 그 위로 반등하기 어려운 ‘상방(上方) 경직성’을 강한 특징으로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실제로 갤럽의 과거 자료에서 역대 대통령 중 지지율 60% 선이 무너진 이후 다시 회복한 적은 없었다. 정권 초기엔 한동안 국민의 기대가 높지만 경제와 안보, 사회 통합 등에서 실망감이 커지는 2년 차 중반부터는 지지율 대세 하락 국면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최근 기무사 계엄령 문건과 대법원 재판거래 의혹 등이 불거졌지만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막지 못한 것에서 보듯이 ‘적폐청산’ 약발이 약해짐에 따라 여권으로선 민심을 흡수하기 위한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앞으로 대북 이슈에 따라 여론이 다소 요동칠 수 있지만 경기 회복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면 여권 지지율은 침체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제 등 기존 국정 방향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란 견해다. 한국갤럽 허진재 이사는 “9월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과 민심 교류가 활발한 추석 명절을 거친 이후 여론의 방향이 앞으로 정국(政局)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