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독도급 대형상륙함(대형수송함) 2번함인 ‘마라도함’이 진수됐을 때 논란이 됐던 내용이다.
마라도함의 공식 명칭은 ‘독도함’과 같은 대형수송함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상당수의 해병대 병력과 장비를 수송하고 있고 지휘함으로 쓸 수 있는 대형상륙함이다. 마라도함은 길이(199m)와 폭(31m)이 독도함과 똑같지만 레이더와 방어용 미사일, 수직이착륙기 운용능력 면에서 차이가 있다.
유럽제 레이더를 사용하는 독도함과 달리 마라도함은 이스라엘 엘타사가 개발한 다중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장착, 항상 360도 전방위 탐지가 가능하다. 마라도함에는 독도함에 없는 ‘해궁’ 국산 요격미사일도 장착된다. 해궁 미사일은 날아오는 적 대함미사일 등을 요격할 수 있다.
MV-22 ‘오스프리’ 수직이착륙기의 경우 독도함은 비상착륙만 가능하지만 마라도함은 총 7개 갑판구역 중 2개 갑판구역에서 이착륙이 가능하다. 반면 독도함과 마라도함 모두 F-35B 수직이착륙 스텔스기나 해리어II 수직이착륙 전투기는 운용할 수 없다. 일각에선 갑판을 손보면 F-35B, 해리어II 등을 운용하는 경항모로 바뀔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군 소식통들은 비행갑판과 엘리베이터 등 마라도함을 완전히 뜯어고쳐야만 수직이착륙 전투기를 운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군 당국에선 F-35B 등 수직이착륙 전투기도 운용할 수 있는 본격적인 항모형 대형상륙함의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독도급 3번함인 ‘백령도함’(가칭)의 건조를 본격 검토한다는 것이다. 독도급 함정은 우리나라 동서남해의 끝에 있는 섬 이름을 붙여왔기 때문에 3번함에는 백령도가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독도급 3번함은 당초 만재 배수량 3만t급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중형 항모급인 4만t급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군 전력증강에 밝은 정부 소식통은 “해군과 합참 등에서 검토 중인 독도급 3번함은 길이 260m, 만재 배수량 4만t급으로 미국의 와스프급 강습상륙함과 거의 같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독도함·마라도함의 만재 배수량이 1만9000t급이기 때문에 이들의 2배가 넘는 대형상륙함 건조가 검토되고 있는 것이다. 4만t급이면 항모 중에서도 소형급(1만~3만t급)보다 큰 중형급으로 볼 수 있다.
마라도함이 진수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3번함 도입을 벌써 검토 중인 것은 지금부터 검토를 시작해도 2035년쯤은 돼야 배가 진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함정 건조에는 설계에 5년, 건조에 6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검토 기간까지 포함하면 16~17년이나 걸린다는 것이다. 3번함 도입 검토에는 몇 달 전 송영무 장관의 지시가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송 장관은 남북관계 진전에 맞춰 일부 무기도입 사업들이 취소 또는 연기될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이런 변수와 무관하게 주변국 위협에도 대비하는 성격의 전력증강에 관심이 많다”며 “독도급 3번함 건조 추진도 그런 맥락”이라고 말했다.
군 관계자들은 보통 함정 3척이 있어야 공백 없이 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독도급 3번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3척 체제는 1척은 정비, 1척은 작전준비, 1척은 작전투입의 형태로 운용된다.
백령도함의 모델인 미 와스프급 강습상륙함(LHD·Landing Helicopter Dock)은 주임무인 상륙작전 이외에 저강도 분쟁, 평화유지 및 재해 발생 시 구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다목적 함정이다. 특히 저강도 분쟁에 대비해 AV-8B 해리어II 전투기 20대와 대잠헬기 6대를 탑재할 수 있으며 격납고 크기도 확장했다. 현재는 AV-8B 해리어II 전투기를 대신해 최신형 F-35B 초음속 스텔스 수직이착륙 전투기를 배치 중이다. 1번함인 와스프함은 F-35B를 운용할 수 있도록 개조공사를 마치고 올해 초 주일 미군기지에 배치됐다. 와스프급은 쌍용훈련 등 대규모 한·미 연합 상륙훈련에도 종종 참가해왔다. 특히 지난해 말까지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됐을 때 와스프함과 F-35B는 유사시 북한을 은밀하게 정밀타격할 수 있는 무기들로 주목받았다.
와스프함은 보통 단독으로 상륙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헬기를 중심으로 항공기를 운영한다. 상륙작전을 벌일 때 적기의 공격에 대응하고 상륙한 병력이 지원을 요청할 경우 항공지원 임무를 위해 수직이착륙 전투기를 탑재한다. 일반적인 상륙작전의 경우 AV-8B 해리어II 전투기 또는 F-35B 6대, AH-1W/Z ‘코브라’ 공격헬기 4대, MV-22B ‘오스프리’ 수직이착륙기 12대, CH-53E ‘수퍼 스탤리온’ 대형헬기 4대, UH-1Y 헬기 3~4대를 탑재한다.
백령도함 건조와 관련해 가장 주목을 받는 것 중의 하나가 F-35B 스텔스 수직이착륙 전투기의 도입 문제다. 독도함, 마라도함과 달리 백령도함은 처음부터 수직이착륙 전투기를 탑재할 수 있도록 갑판, 엘리베이터 등 선체가 설계된다.
군 일각에선 백령도함이 제대로 위력을 발휘하려면 이 함정에 탑재될 F-35B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군 수뇌부는 공군이 오는 2023~2024년 추가도입할 F-35 스텔스 전투기 20대를 F-35B로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백령도함이 미 와스프급으로 건조된다면 F-35B를 최대 20대가량 탑재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군 당국의 계획대로 중형항모급 백령도함을 건조하려면 아직도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우선 여러 무기도입 사업 중 우선순위가 높아야 한다. 군 당국은 올해 말까지 합참 중장기 무기도입 계획에 백령도함 도입을 포함시킬 예정이다.
엄청난 도입 비용도 부담이다. 현재 건조 비용으로 1조~1조2000억원 이상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계획이 가시화할 5~10년 뒤엔 그 비용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세계적 추세를 감안하더라도 항모형 대형상륙함의 도입은 필요하다고 말한다. 스페인은 지난 2010년 상륙작전을 위한 강습상륙함으로 활용하다 필요할 경우 경항공모함으로도 운용할 수 있는 후안카를로스1세(Juan CarlosⅠ)급을 취역시켰다. 이탈리아, 호주, 일본 등도 상륙함과 경항모를 겸할 수 있는 대형상륙함이나 헬기항모를 건조했거나 도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