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고문
입력 2018.07.31 03:17
최근 발표한 '국방 개혁 2.0'에서 攻勢的 작전은 온통 사라지고 줄이고 없애는 守勢만 남아
기무사 계엄 문건 사건도 군에 대한 現 정부의 불신 반영… 지금의 軍으로 나라 지킬 수 있나
지난주 발표된 문재인 정부의 '국방 개혁 2.0'은 좌파 정부의 전형적 안보 시각(視角)을 담고 있다. 군을 거론하면서 전쟁보다는 평화를 언급하고 공격보다는 방어에 역점을 두고 있다. '국방 개혁 2.0' 문건(보도 자료)에는 북한이란 단어가 한 군데 등장할 뿐이고 '한반도 비핵화' '평화 체제 진전' 같은 용어는 이것이 국방 문서라기보다 외교 문서 같다는 느낌을 준다.
그동안 송영무 국방장관 등이 추진해왔던 것으로 알려진 공세적(攻勢的) 신(新)작전 개념은 온데간데없다. 전쟁이 일어나면 2주 내에 평양을 점령해 전쟁을 2~3개월 안에 끝낸다는 신작전 개념은 그나마 우리 국방의 '자존심'을 살린 것이었다. 이 자존심은 청와대의 문턱에 걸려 넘어지고 우리의 국방은 우리 것이나 줄이고 자르고 없애는 등 낮은 수세(守勢)로 전환됐다.
'국방 개혁 2.0'은 최근 이 정부가 취해온 군사훈련 중단, 비무장지대 GP 철수, 북한 탱크 저지 시설 철거 등과 맞아떨어지고 있다. 북한의 군사력은 여전히 막강하고 북핵은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는데 우리는 서둘러 '알아서 기는' 이상한 국방을 하고 있다. 언필칭 국방 개혁이라면서 우리가 왜 누구 때문에 무엇을 위해 '국방'을 하고 또 왜 '개혁'을 하는지 알 수 없다. 모름지기 우리가 군을 유지하는 목적은 북의 침략과 전쟁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우리는 우리 군을 사용하지 않는 상황을 고대하지만 그것과 군을 약체화하는 것은 별개 문제다.
군(軍)에 관한 모든 정책은 회임 기간이 길다. 병력(兵力) 수준, 군 복무 기간, 무기 체계 수립 등 국방의 핵심 요건은 하루 이틀에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고, 바꾸는 데도 오랜 기일이 걸린다. 안보 분야는 조세 등 경제정책이나 다른 사회·문화 분야처럼 법 조항을 개정해서 될 사안이 아니다.
그렇기에 모든 정부는, 그것이 진보·좌파이건 보수·우파이건, 적어도 국방 정책에 관한 한 신중해야 한다. 그 기본을 함부로 바꾸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정권이 바뀌면 정책이나 인사는 바꾸고 잘못된 것은 고칠 수 있다. 하지만 국방과 군의 기본 위상은 되도록 건드리지 말고 안보의 기본 축은 되도록 이어가야 한다. 무기 도입 또는 국가 간의 국방 연대, 국제적 의무 같은 것은 한번 정해지면 쉽게 되돌릴 수 없다.
5·16과 12·12등 헌정 문란사(憲政紊亂史)를 겪은 우리는 군의 비정상적 비대(肥大)에 거부감이 있다. 역대 대통령 11명 중 3명이 대장 출신 군인이었고 그들의 통치 기간이 건국 70년의 절반 가까운 30년이었다. 그렇기에 문민정부가 군부에 콤플렉스나 경계심을 갖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군의 문민화 개념이 정당화되는 것이다.
하지만 좌파 정권의 군에 대한 거부감은 유별나다. 원래 좌파와 군은 공존하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그것은 국방과 군이라는 존재의 개념이 보수·우파적으로 설정됐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 보수 정권에서, 군부가 득세했던 정권에서 군 출신들이 청와대에 적지 않게 입성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문 정부의 청와대에는 군장성 출신이 안보실 1차장 등 단 두 사람뿐인 것도 그런 연유일 것이다.
'국방 개혁 2.0'과 전후해 불거진 기무사 계엄 문건 사건도 문 정부의 군에 대한 불신 내지 경계 시각을 반영한다. 대북 화해를 추진하는 데 혹시 있을지 모를 군 특히 야전군의 불만과 반대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야당 쪽 주장도 있다. 솔직히 말해 군의 반란 또는 쿠데타와 같은 것을 공개적으로 문서화하는 '바보'들이 어디 있겠으며 또 이것이 3~4개월 묵혔다가 공론화된 사정은 무엇인가? 그것이 기획된 것이건 아니건 '기무사 사건'은 군 내부에 반란 또는 내란 집단이 있을 수 있다는 것, 군이 하극상의 군기 문란 집단이라는 것, 이런 '정치적' 군에 안보를 맡겨도 되느냐는 의구심 등을 국민에게 부각하는 데 일조한 셈이다.
결론적으로 '국방 개혁 2.0'과 '기무사 사건'은 문 정부의 대북 안보 전략에서 군(軍)의 역할과 비중이 보조 위치로 격하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한반도에 평화가 오기를 바란다. 그러나 만일 북한과 무력 충돌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의 이 군으로는 나라를 지킬 수 없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래서 우리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군대가 필요 없는 세상이 오기를 절박한 심정으로 기도할 뿐이다.
그동안 송영무 국방장관 등이 추진해왔던 것으로 알려진 공세적(攻勢的) 신(新)작전 개념은 온데간데없다. 전쟁이 일어나면 2주 내에 평양을 점령해 전쟁을 2~3개월 안에 끝낸다는 신작전 개념은 그나마 우리 국방의 '자존심'을 살린 것이었다. 이 자존심은 청와대의 문턱에 걸려 넘어지고 우리의 국방은 우리 것이나 줄이고 자르고 없애는 등 낮은 수세(守勢)로 전환됐다.
'국방 개혁 2.0'은 최근 이 정부가 취해온 군사훈련 중단, 비무장지대 GP 철수, 북한 탱크 저지 시설 철거 등과 맞아떨어지고 있다. 북한의 군사력은 여전히 막강하고 북핵은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는데 우리는 서둘러 '알아서 기는' 이상한 국방을 하고 있다. 언필칭 국방 개혁이라면서 우리가 왜 누구 때문에 무엇을 위해 '국방'을 하고 또 왜 '개혁'을 하는지 알 수 없다. 모름지기 우리가 군을 유지하는 목적은 북의 침략과 전쟁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우리는 우리 군을 사용하지 않는 상황을 고대하지만 그것과 군을 약체화하는 것은 별개 문제다.
군(軍)에 관한 모든 정책은 회임 기간이 길다. 병력(兵力) 수준, 군 복무 기간, 무기 체계 수립 등 국방의 핵심 요건은 하루 이틀에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고, 바꾸는 데도 오랜 기일이 걸린다. 안보 분야는 조세 등 경제정책이나 다른 사회·문화 분야처럼 법 조항을 개정해서 될 사안이 아니다.
그렇기에 모든 정부는, 그것이 진보·좌파이건 보수·우파이건, 적어도 국방 정책에 관한 한 신중해야 한다. 그 기본을 함부로 바꾸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정권이 바뀌면 정책이나 인사는 바꾸고 잘못된 것은 고칠 수 있다. 하지만 국방과 군의 기본 위상은 되도록 건드리지 말고 안보의 기본 축은 되도록 이어가야 한다. 무기 도입 또는 국가 간의 국방 연대, 국제적 의무 같은 것은 한번 정해지면 쉽게 되돌릴 수 없다.
5·16과 12·12등 헌정 문란사(憲政紊亂史)를 겪은 우리는 군의 비정상적 비대(肥大)에 거부감이 있다. 역대 대통령 11명 중 3명이 대장 출신 군인이었고 그들의 통치 기간이 건국 70년의 절반 가까운 30년이었다. 그렇기에 문민정부가 군부에 콤플렉스나 경계심을 갖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군의 문민화 개념이 정당화되는 것이다.
하지만 좌파 정권의 군에 대한 거부감은 유별나다. 원래 좌파와 군은 공존하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그것은 국방과 군이라는 존재의 개념이 보수·우파적으로 설정됐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 보수 정권에서, 군부가 득세했던 정권에서 군 출신들이 청와대에 적지 않게 입성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문 정부의 청와대에는 군장성 출신이 안보실 1차장 등 단 두 사람뿐인 것도 그런 연유일 것이다.
'국방 개혁 2.0'과 전후해 불거진 기무사 계엄 문건 사건도 문 정부의 군에 대한 불신 내지 경계 시각을 반영한다. 대북 화해를 추진하는 데 혹시 있을지 모를 군 특히 야전군의 불만과 반대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야당 쪽 주장도 있다. 솔직히 말해 군의 반란 또는 쿠데타와 같은 것을 공개적으로 문서화하는 '바보'들이 어디 있겠으며 또 이것이 3~4개월 묵혔다가 공론화된 사정은 무엇인가? 그것이 기획된 것이건 아니건 '기무사 사건'은 군 내부에 반란 또는 내란 집단이 있을 수 있다는 것, 군이 하극상의 군기 문란 집단이라는 것, 이런 '정치적' 군에 안보를 맡겨도 되느냐는 의구심 등을 국민에게 부각하는 데 일조한 셈이다.
결론적으로 '국방 개혁 2.0'과 '기무사 사건'은 문 정부의 대북 안보 전략에서 군(軍)의 역할과 비중이 보조 위치로 격하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한반도에 평화가 오기를 바란다. 그러나 만일 북한과 무력 충돌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의 이 군으로는 나라를 지킬 수 없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래서 우리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군대가 필요 없는 세상이 오기를 절박한 심정으로 기도할 뿐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30/201807300273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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