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특검, 김경수 피의자 신분 전환…관사 압수수색은 무산

Shawn Chase 2018. 8. 1. 13:41

뉴스1입력 2018-07-31 22:36수정 2018-08-01 09:48

비밀메신저로 긴밀히 소통 정황…드루킹 USB에 담겨
‘대선 정책자문’ 정황 드루킹 막판조사…김경수 소환 임박


허익범(59·사법연수원 13기) 특별검사팀이 김경수 경남지사를 ‘드루킹’ 김모씨(49)의 공범으로 판단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김 지사를 최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루킹은 최근 특검팀에 자신이 보관하고 있던 USB를 자진 제출했다. 이 USB 안에는 드루킹이 김 지사와 보안 메신저로 주고받은 대화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언론이 공개한 메신저 대화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1월5일 김 지사는 ‘재벌개혁 방안에 대한 자료가 러프하게라도 받아볼 수 있을까요? 다음주 10일에 (대선공약) 발표 예정이신데 가능하면 그 전에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은 포함되는게 좋지 않을까 싶네요. 목차라도 무방합니다’라고 드루킹에 요청했다.

드루킹은 이에 대해 ‘논의과정이 필요한 보고서라서 20일께쯤 완성할 생각으로 미뤄두고 있어서 준비된게 없습니다만 목차만이라도 지금 작성해서 내일 들고가겠습니다. 미흡하면 주말에라도 작업해서 추가로 보내드리겠습니다’라고 답신했다.

김 지사가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의 재벌개혁 관련 공약발표에 담길 메시지를 드루킹에 자문한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닷새 뒤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포럼에서 재벌개혁 정책 공약을 담은 메시지를 내놨다.

다만 김 지사와 드루킹 간 대화내용 자체만으로는 범죄 혐의를 적용하기 쉽지는 않아 보인다. 오사카 총영사, 청와대 행정관 청탁도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김 지사 등은 대선 과정에서 접한 수 많은 지지단체의 하나라고 반박하고 있어서다.


[단독]드루킹, 김경수에 ‘개성공단 2000만평 개발 정책’도 제안했다


김동혁 기자 , 정성택 기자 입력 2018-08-01 03:00수정 2018-08-01 08:56


특검, 金지사 피의자 신분 전환

댓글 여론 조작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드루킹’ 김동원 씨가 31일 서울 강남구 허익범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뉴스1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49·수감 중)가 2017년 2월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개성공단 2000만 평 개발’ 정책을 제안한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당시 대선 행보 중이던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개성공단 확장 계획과 유사한 내용이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김 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두 사람의 협력관계를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 드루킹, ‘개성공단 확대 개발’ 제안 

본보가 입수한 김 씨와 김 지사의 보안 메신저 프로그램 ‘시그널’ 대화 내용에 따르면 김 씨는 2017년 2월 3일 “김 의원님 다음 주에 시간이 되시면 30분만 시간을 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난번 보고서 수정한 것을 가지고 가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2017년 2월 5일 “내일(2.6) 오후 5시, 2.7일 오전 11시 괜찮습니다. 편한 시간에 의원회관에서 뵈면 어떨까요?”라고 답했다. 이에 김 씨는 2월 6일 “2월 7일 오전 11시에 맞춰서 찾아뵙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김 지사도 “네 좋습니다. 내일 뵐게요 ^^”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여기서 말하는 보고서를 ‘공동체를 통한 재벌개혁 계획 보고’ 문건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 씨는 2월 7일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이 문건을 파일로 김 지사에게 전송했다. 이 문건에 나오는 ‘공동체’는 김 씨가 이끌었던 문 대통령 지지 모임인 ‘경제도 사람이 먼저다(경인선)’를 가리킨다. 김 씨는 이 문건에서 재벌 개혁 정책의 일환으로 ‘개성공단 2000만 평 정책’을 제안했다.  

A4용지 10장 분량의 이 보고서는 경인선 회원들이 대기업의 소액주주로서 국민연금공단과 함께 기업 지분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분을 확보해 대기업의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개성공단에 대한 대기업의 투자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 문건에서 김 씨는 “재벌 개혁을 통해서 지배력을 확보한 뒤 기업들의 수익을 증가시킬 비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예를 들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라인의 개성공단 이전을 추진한다든지, 현대자동차의 경우 자동차 생산 공장의 이전을 추진하는 등 북측으로서도 세수(확대)를 통한 경제발전을 꾀할 수 있고 우리로서는 기업 경쟁력(가격 경쟁력)이 향상되는 윈윈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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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가 김 지사에게 이 문건을 전달한 지 이틀 뒤인 2017년 2월 9일 문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개성공단 2000만 평 확장 계획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정권 교체를 이루면 당초 계획대로 개성공단을 2단계 250만 평을 넘어 3단계 2000만 평까지 확장하겠다. 그 밖에도 다양한 남북 경협사업을 추진하고 우리 기업들의 북한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장려할 것”이라고 썼다.

○ 김경수 관사 압수수색 영장 기각
지난해 2월 초 ‘드루킹’ 김동원 씨와 김경수 경남도지사 사이에 오간 보안메신저 ‘시그널’ 대화 내용. 당시 두 사람은 재벌개혁 정책 관련 보고서의 수정본을 주고받기 위해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김 씨가 재벌정책과 관련해 김 지사와 구체적인 의견을 나눈 정황이 계속 드러나면서 특검팀은 31일 김 씨를 불러 김 지사와 단순한 친분 이상의 관계를 유지했는지 등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지난달 30일 김 지사 관사를 압수수색하기 위해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올 4월 14일 김 지사는 김 씨와의 관계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자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지사는 당시 “김 씨와는 의례적으로 감사 인사만을 주고받은 사이이며,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은 사이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대선 전에 메시지를 주고받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주고받은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김동혁 hack@donga.com·정성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