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사설]김경수, “많은 지지자 중 하나”라던 드루킹에 수시 자문했나

Shawn Chase 2018. 8. 1. 12:41

동아일보입력 2018-08-01 00:00수정 2018-08-01 08:56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가 밀접한 관계였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확보한 김 지사와 드루킹의 보안메신저 ‘시그널’ 대화 내용을 보면 두 사람의 관계는 단순한 정치인-지지자의 관계를 넘어 공약과 연설문을 함께 검토하는 사실상 한 팀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수많은 지지그룹이 돕겠다고 연락해왔다. 그중 하나”라는 김 지사의 4월 16일 기자회견 해명은 거짓으로 밝혀진 셈이다. 

지난해 1월 5일 메신저 내용을 보면 당시 국회의원이던 김 지사는 드루킹에게 “재벌개혁 방안에 대한 자료를 러프하게라도 받아볼 수 있을까요”라고 묻고 드루킹은 이에 “목차만이라도 지금 작성해서 내일 들고 가겠습니다”라고 답했다. 다음 날 주고받은 메시지에서는 김 지사와 김 씨가 여의도 국회 앞 한 식당에서 약속을 잡고 만나는 내용도 담겨 있다. 또 지난해 3월 16일 김 지사의 페미니즘 관련 발언이 논란이 됐을 때도 드루킹은 ‘빠른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사과문 초안을 작성했고, 김 지사는 이를 즉각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기도 했다. 

김 지사는 사건이 불거지자 “의례적으로 감사 인사만을 주고받은 사이이며,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은 사이가 아니다”라고 했다.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까지 경고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김 지사는 경남지사 출마를 준비 중이었고, 이후 선거에서 당선됐다. 김 지사처럼 비중 있는 정치인의 거짓말은 그 자체로도 문제이다. 그가 무엇 때문에 드루킹의 역할을 축소하려고 그토록 애썼는지, 특검에서 밝혀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