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 논설주간 |2018-07-30 03:00:00
연출 들통난 퇴근길 호프집 대화… 대통령의 진정성 날려버렸다
“청와대가 국정 중추이자 두뇌”… 문 대통령의 인식은 옳은가
유능·도덕성·겸손 없으면 경질을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경제학자 김기원은 ‘발랄한 진보’였다. 노무현 정부 인기가 바닥이던 2007년 말 “이 정부가 뭘 잘못했을까 고민하다 잡은 열쇠가 성매매처벌법”이라고 했다. 성매매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전체주의 국가나 하는 일이고, 선진국에선 미국과 스웨덴 빼고는 다 합법인데 ‘서민의 정부’를 자처하면서 서민을 괴롭히는 정책을 내놨으니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거다.
노 정부 첫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도 “너무 과격하고 급진적으로 한 것 같다”며 그 법 때문에 경기가 더 나빠지고 참여정부도 더 욕을 먹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 것도 맞다고 동의했다.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그래서 성매매처벌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려는 게 아니다. 좌파진영 내 비판이라는 건 근친상간보다 보기 드문 이 나라에서 11년 전, ‘진보세력은 도덕적으로 옳다는 잣대로 문제를 판단해선 안 된다’고 했던 김기원의 실사구시(實事求是)적 지적이 지금도 유효한 현실이 갑갑해서 하는 소리다.
자칭 진보세력을 포함해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정책치고 도덕적이지 않은 건 거의 없다. 지난주 대통령과의 ‘퇴근길 호프집 대화’에서도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단축 정책을 업종별 지역별로 속도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중소기업인의 제언에 문재인 대통령은 “임금을 제대로 못 받는 분들을 위해 만들어진 게 최저임금인데 차별하면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성군 같은 대답을 했다.
성매매처벌법 처리 때도 그랬다. 이상(理想)과 당위(當爲)만 강조할 뿐 세계와 현실은 외면했다. 정책에 대한 다른 견해를 의견 차이 아닌 도덕적 사악함의 표시로 본 성리학이 승하던 조선시대로 돌아간 느낌이다. 중종 때 조광조 역시 정의로운 선비가 집권하면 문제가 절로 해결된다는 믿음이 철철 넘쳤다고 했다.
그러나 말은 도덕적이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을 때 감동은 없는 법이다. 이날 퇴근길 불쑥 이벤트가 청와대의 탁월한 선임행정관 탁현민의 연출임이 알려진 순간, 문 대통령의 귀중한 자산인 신뢰는 날아가고 국민과의 거리는 멀어지고 말았다. 당장 코앞에 앉아 있는 서민들이 과격하고 급진적인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힘들다는데도 대통령은 정책을 고칠 생각조차 없는 듯했다. 그러니 아무리 보완책을 요청해도 대통령은 ‘자영업비서관’ 자리나 만들어 가맹점 수수료를 내리게 하는 식의 ‘국가주의’ 방식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참여정부에서 대통령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오만이라는 권력의 치명적 증상을 모를 리 없다. 그는 대통령이 진정 경계해야 할 것이 참모들의 ‘정보 왜곡’이라며 “청와대 내에서… 서로 의존하며 권력 나누어 먹기를 시작하는 순간 대통령의 비극적 운명은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들어선다”고 지적했다. 작년 초에 쓴 책 ‘대통령 권력’에서다.
연출 들통난 퇴근길 호프집 대화… 대통령의 진정성 날려버렸다
“청와대가 국정 중추이자 두뇌”… 문 대통령의 인식은 옳은가
유능·도덕성·겸손 없으면 경질을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경제학자 김기원은 ‘발랄한 진보’였다. 노무현 정부 인기가 바닥이던 2007년 말 “이 정부가 뭘 잘못했을까 고민하다 잡은 열쇠가 성매매처벌법”이라고 했다. 성매매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전체주의 국가나 하는 일이고, 선진국에선 미국과 스웨덴 빼고는 다 합법인데 ‘서민의 정부’를 자처하면서 서민을 괴롭히는 정책을 내놨으니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거다.
노 정부 첫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도 “너무 과격하고 급진적으로 한 것 같다”며 그 법 때문에 경기가 더 나빠지고 참여정부도 더 욕을 먹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 것도 맞다고 동의했다.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그래서 성매매처벌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려는 게 아니다. 좌파진영 내 비판이라는 건 근친상간보다 보기 드문 이 나라에서 11년 전, ‘진보세력은 도덕적으로 옳다는 잣대로 문제를 판단해선 안 된다’고 했던 김기원의 실사구시(實事求是)적 지적이 지금도 유효한 현실이 갑갑해서 하는 소리다.
자칭 진보세력을 포함해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정책치고 도덕적이지 않은 건 거의 없다. 지난주 대통령과의 ‘퇴근길 호프집 대화’에서도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단축 정책을 업종별 지역별로 속도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중소기업인의 제언에 문재인 대통령은 “임금을 제대로 못 받는 분들을 위해 만들어진 게 최저임금인데 차별하면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성군 같은 대답을 했다.
성매매처벌법 처리 때도 그랬다. 이상(理想)과 당위(當爲)만 강조할 뿐 세계와 현실은 외면했다. 정책에 대한 다른 견해를 의견 차이 아닌 도덕적 사악함의 표시로 본 성리학이 승하던 조선시대로 돌아간 느낌이다. 중종 때 조광조 역시 정의로운 선비가 집권하면 문제가 절로 해결된다는 믿음이 철철 넘쳤다고 했다.
그러나 말은 도덕적이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을 때 감동은 없는 법이다. 이날 퇴근길 불쑥 이벤트가 청와대의 탁월한 선임행정관 탁현민의 연출임이 알려진 순간, 문 대통령의 귀중한 자산인 신뢰는 날아가고 국민과의 거리는 멀어지고 말았다. 당장 코앞에 앉아 있는 서민들이 과격하고 급진적인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힘들다는데도 대통령은 정책을 고칠 생각조차 없는 듯했다. 그러니 아무리 보완책을 요청해도 대통령은 ‘자영업비서관’ 자리나 만들어 가맹점 수수료를 내리게 하는 식의 ‘국가주의’ 방식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참여정부에서 대통령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오만이라는 권력의 치명적 증상을 모를 리 없다. 그는 대통령이 진정 경계해야 할 것이 참모들의 ‘정보 왜곡’이라며 “청와대 내에서… 서로 의존하며 권력 나누어 먹기를 시작하는 순간 대통령의 비극적 운명은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들어선다”고 지적했다. 작년 초에 쓴 책 ‘대통령 권력’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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