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magazine.movie.daum.net/w/magazine/film/detail.daum?thecutId=25731
알고 보면 더 재미있고 몰라도 상관없는 시시콜콜한 정보들! 2013년 <그래비티>, 2014년 <인터스텔라>에 이어 올 가을에도 찾아온 사실주의 SF <마션>을 더 재밌게 볼만한 정보들을 알아보자.
*본문에 일부분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 원작자 앤디 위어와 소설 <마션>
<마션>은 미국의 소설가 앤디 위어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이다. 앤디 위어는 원래 20년 경력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다. 블리자드의 대표작 중 하나인 ‘워크래프트2’에도 참여했었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을 안고 살았다는 그는 20대 중반 무렵부터 블로그에 습작 소설들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낮에는 프로그래머, 밤에는 블로그 소설가의 생활을 10년 넘게 지속했는데, 2009년에 새로 연재를 시작한 두 작품 중 하나가 <마션>이었다. 블로그 독자들 사이에서 호평이 이어지던 중, <마션>의 소장 가치를 알아본 독자들이 정식 다운로드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이메일들을 보내 왔다. 3천 명 정도의 독자가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해하던 앤디 위어는 이런 이메일이 많아지자 할 수 없이 아마존에 킨들용 전자책을 등록했다. 책값은 기본 판매 수수료인 0.99 달러로 책정해 사실상 여전히 무료인 셈이었다. <마션>은 아마존에 공개 수개월 만에 SF 부문 다운로드 1위에 올랐다. 21세기 최고의 SF 소설이라는 열광적인 감상평이 이어지며 주목받더니, 할리우드 영화화 계약과 하드커버 출판 계약을 거의 동시에 맺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책은 출간과 동시에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 순위권에 올라 12주 연속 머물렀고, 페이퍼백 부문에서는 1위도 기록했다. 전자책으로 2011년에 출판되었던 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 책을 대상으로 수상하는 휴고상, 네뷸러상의 2015년 선정 대상으로 언급되어 논란이 되기도 했으며, 2014년 굿리즈(Goodreads) 선정 ‘올해 최고의 책’으로 꼽혔고, 2015년 초엔 오디상(Audie) ‘최고의 과학 소설상’을 수상했다.
2. 사실적인 과학영화 릴레이
<마션>은 포스터와 예고편이 공개되고부터 <인터스텔라>를 연상시키며 화제가 되었다. 주인공 맷 데이먼과 제시카 채스테인이 <인터스텔라>에서도 등장할 뿐 아니라, 맷 데이먼이 두 영화에서 맡은 역할들이 불모의 행성에 혼자 고립되어 어렵게 생존하는 우주인이라는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두 작품은 모두 극단적으로 과학적 정확성에 집착하는 우주 SF라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 점은 2013년에 먼저 개봉했던 <그래비티>까지도 연결된다. 세 작품은 모두 우주에서 고립된 인물들이 등장하고, 반드시 살아 돌아가려는 욕망으로 극한 상황에 맞서는데,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과학적인 방법을 이용한다는 공통점들이 있다. 더불어 매년 10월 무렵의 개봉작이라는 것도 공통된다.
<그래비티>는 지구 밖에서의 무중력 상태와 관성이 만들어내는 위험과 그 안에서 무기력해지는 인간의 한계를 사실적이고 디테일하게 그리며 새로운 감각의 SF, 새로운 감각의 재난영화로 주목받았지만, 과장이 심한 면도 있다는 평가도 있었다. <인터스텔라>는 상대성이론과 중력, 블랙홀과 같은 심오한 물리학 개념들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과학적이고 사실적인 영상을 만들어내려는 노력으로 화제가 되었고, 대한민국에서는 놀란 숭배와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어우러져 천만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다. <마션> 역시 대부분의 설정과 장면들이 철저한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둔 사실적인 영화다. 원작자가 소설을 쓸 때도 반드시 과학적으로 입증된, 실효성이 있는 이야기만 담으려고 고민했고, 영화 제작을 위해서 나사(NASA)가 직접 시나리오를 감수했으나 문제가 되는 부분이 없었을 정도로 과학적으로 근거 있는 작품이다.
3. 화성의 저주
어떤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할리우드에도 여러 미신과 속설들이 떠도는데, 그중 하나가 ‘화성의 저주’라는 말이다. 이는 <팀 버튼의 화성 침공>, <미션 투 마스>와 <레드 플래닛>, <존 카터: 바숨 전쟁의 서막>, <플래닛 바이러스> 등 화성을 배경으로 하거나 화성인을 소재로 했던 기대작들의 흥행 성적이 대체로 형편없었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게다가 비평적으로도 혹평인 경우가 많은데, 특히 <미션 투 마스>, <레드 플래닛>, <플래닛 바이러스> 세 작품은 미국 웹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신선도 지수 30%를 넘지 못하는 졸작 취급을 받고 있다. 그러나 <마션>의 원작자 앤디 위어는 이런 미신에 반발하며 <토탈 리콜>이 시장과 평론에서 거둔 대성공을 예로 들었다. 또, <그래비티>와 <인터스텔라> 같은 전례가 아니었더라도 과학의 급격한 진보와 함께 자란 대중의 우주에 대한 호기심이 <마션>에 좋은 영향을 미칠 거라고 대답했다.
4. 화성 혹은 화성인 소재의 영화들
19세기부터 근대 과학의 발달로 화성에 생명이 살고 있을 가능성이 대중에게도 알려지며 화성과 화성인을 소재로 한 SF 소설이 생기기 시작했다. 화성인을 다룬 초기의 대표적인 소설로 H.G. 웰즈의 <우주전쟁>이 있다. <시민 케인>의 오손 웰즈는 1938년 이를 미국판으로 각색해 라디오 드라마로 만들었는데, 뉴스 포맷으로 만든 첫 회 방송을 실제 상황으로 믿은 청취자들 때문에 경찰서에 문의가 빗발치고, 피난에 나선 시민이 백만여 명에, 주 방위군까지 출동하는 대소동이 발생했다고 한다. 1990년 <녹색 화성인>이라는 영화는 바로 이 라디오 드라마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지구에 잠입해서 때를 기다리던 소수의 화성인 특공대가 저 드라마를 듣고 실제 상황으로 착각하여 자기들끼리 침략 공격을 시작한다는 영화다. <우주 전쟁>은 바이론 허스킨 감독에 의해 1953년 영화로 만들어졌었고, 스티븐 스필버그가 2005년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바이론 허스킨 감독은 1964년 <화성의 로빈슨 크루소>라는 영화도 만들었는데, 화성에 고립된 우주비행사가 남은 장비와 과학 기술로 공기, 물, 음식 등을 만들어 생존한다는 이야기가 <마션>과 흡사하다. 이 영화 역시 황당한 상상력보다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사실적으로 만들려고 애쓴 작품인데 영화에 이용된 과학의 수준이라는 것이 지금보다 낮고, 막판에 화성인이 등장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5. 왜 화성인가?
화성의 반지름은 지구의 절반 정도이고, 질량은 10분의 1에 밀도도 낮아서 중력이 지구 중력의 0.4배에 조금 못 미친다. 자전 주기는 24시간 37분으로 지구와 거의 비슷하고, 공전 주기는 687일로 지구의 두 배에 조금 못 미친다. 24시간인 지구의 하루(day)와 다르게 화성의 하루(24시간 37분)를 ‘솔(sol)’이라고 부른다. 자전축의 기울기도 지구와 비슷해서 4계절이 뚜렷한 편이다. 화성은 금성 다음으로 지구와 가까운 행성으로 옛날부터 관측이 용이했고, 그만큼 다양한 특징이 널리 알려졌다. 특히 섭씨 400도가 넘는 평균기온으로 생명이 살기 부적합한 금성보다 지구와 더 비슷한 특징에, 물이 존재했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흔적의 발견 등으로 생명체가 살 수 있다는 가능성과 함께 언젠가 지구인이 이주해서 살 수도 있다는 가능성 등이 자주 제기되어 왔다. 화성인에 대한 상상력이 자극된 계기는 엉뚱하게도 오역 때문이었다. 이탈리아의 관측자가 ‘물이 흐른 자리’라고 사용한 단어를 다른 나라에서 ‘인공 운하(canal)’로 번역하는 바람에 문명을 가진 지적 생명체가 있다는 것처럼 여겨진 것이다.
6. 화성 유인 탐사 1
달 다음의 천체 유인 탐사는 화성이 되는 것이 당연한 순서지만 아직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과학 기술로 화성 유인 탐사가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역시 시간과 돈이 큰 방해 요인이다. 이웃한 행성이라고는 해도 현재의 우주선 추진 기술로는 화성을 왕복하는 데만 740일이 걸린다. 게다가 두 행성이 공전 궤도 상의 일정한 위치에 있을 때만 이동이 가능하므로 출발할 수 있는 시기가 26개월에 한 번밖에 오지 않는다. 이는 화성에서 출발할 때도 마찬가지라 일단 화성에 착륙한 인간은 적어도 십 수개월을 그곳에서 살아야 한다. 즉 화성 유인 탐사는 매회 3년짜리 초대형 프로젝트가 되는 것이다. 중간 보급이 용이치 않은 만큼 그 많은 장비와 물자를 다 싣고 떠나야 하므로 우주선의 크기와 성능 또한 비례해서 늘어난다. <마션>의 우주선 헤르메스 호는 그 규모와 생김새로 보아 현재의 국제 우주 정거장과 비슷한 점이 많은데, 분명 화성 여행에는 그 정도의 규모와 기술이 필요하다. 참고로 국제 우주 정거장의 무게는 대략 470톤이고 제작하는 데 100조 이상의 돈이 들어갔다.
7. 화성 유인 탐사 2
현재의 과학 기술만 보자면 화성에 사람을 보내는 것은 가능하다. 네덜란드의 ‘마스원(Mars one)’ 이라는 비영리단체는 화성 식민지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화성 이주와 거주를 위한 자신들의 계획을 발표하고, 2024년에 보낼 24명의 첫 이주민을 선발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지원자를 받아 현재 100명 이내의 후보자 선발까지 마친 상태인데 아직 이후 일정이 확정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마스원의 기술 관련 정보를 본 전문가들은 예산이 비현실적이고 그들이 만든 화성 거주 모듈로는 생존 기간이 두 달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보이기도 한다.
한편 NASA는 2030년경 화성 유인 탐사대를 보낼 예정이다. 첫 유인 탐사대는 화성에는 착륙하지 않고 화성의 위성 포브스의 궤도에 머물다가 귀환할 예정이다. 화성 표면에 인류가 발을 딛는 시점은 2039년경으로 전망하고 있다. 마스원에 대한 우려와 마찬가지로 NASA의 가장 큰 우려 역시 대원들의 건강과 생명이다. 우선 우주 방사능이 문제다. 차폐 기술이 아무리 발달했다고 해도 지구만큼 대기가 충분치 않은 화성이나 우주 공간에서 우주 방사능에 3년이나 피폭되는 것은 치명적인 문제다. 또 중력이 작거나 거의 없는 환경에서는 뼈와 근육이 급격히 약해진다. 심지어 신체가 뼈의 필요 없는 부분을 다른 방식으로 소모해버릴 수도 있으니 인공적으로 중력을 만들어주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8. 화성 유인 탐사 3
또 소수의 인원이 극한의 환경에서 완벽하게 고립된 채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이 상황이 주는 심리적, 신체적 영향은 아직 정확히 알 수 없다. <마션>의 바이럴 영상 중에는 고립 훈련을 마친 아레스3 대원들이 심리 상담을 받는 장면이 있다. 인내심도 인내심이지만 팀워크와 유머감각(낙천성)이 생존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마션>의 주제이기도 하다. 대장인 루이스(제시카 채스테인)는 오랜 잠수함 승선 경험이 있어 고립 훈련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 바이럴 영상에서 언급한 우주 고립 훈련은 실제로 NASA의 대원들이 받고 있다. 이 고립 훈련은 하와이의 ‘가상 우주정거장 실험실’이라는 거대한 돔에서 펼쳐지는데,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해 화성과 비슷한 환경을 조성해 둔 시설이다. 여섯 대원은 통신장비를 통한 것 외에는 외부와의 교류가 완전히 차단된 채 자기들끼리 그 안에서 생활해야 한다. 바이럴 영상에서는 겨우 며칠에 불과했다고 하지만, NASA의 화성 유인탐사 준비대원 6명은 2014년부터 시작한 8개월간의 고립훈련을 지난 6월에 마쳤고, 9월부터 다시 1년간의 고립 훈련에 돌입했다.
현재 화성에는 귀환선을 다시 우주 공간으로 띄워 올릴 여건(발사대, 활주로 등)이 충분치 않다. 앞서 출발에서 귀환까지 3년이 걸린다고 했지만, 그건 화성에서 출발할 수 있을 때 얘기다. 마스원 신청자를 모집할 때 처음에는 신청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십 수만 명이었다. 하지만 마스원 프로젝트에 귀환 계획이 아예 없다는 사실을 알고 2만 명으로 줄었다고 한다.
9. <마션>과 화성의 과학
소설과 영화 <마션>이 찬사를 듣는 가장 큰 이유는 최대한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SF라는 점이다. 앤디 위어가 이런 과학적 자료를 얻은 출처는 ‘인터넷’이다. 검색을 통해 얻은 것 치고는 완벽에 가깝다는 평을 들었다. 혼자 남겨진 마크 와트니가 구조대를 만나려면 4년을 살아남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산소, 식량, 물이다. 이를 지속해서 공급하기 위한 에너지(전기)도 필요하다. 화성 온도나 우주 방사선 피폭 문제도 해결해야 하고, 고립감을 이겨내기 위해 소통 수단도 필요하다. 태양전지와 NASA의 거주 모듈은 전기와 산소를 지속해서 공급할 수 있다. 약 50일분의 식량이 있는데, 그중 재배가 가능한 것은 감자다. 식물학자인 마크는 화성의 토양으로 밭을 만들고, 자신과 동료들의 인분으로 양분을 공급한다. 부족한 물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소변, 눈물, 땀까지 모든 것을 재활용하고, 연료를 태워 수소를 얻은 다음 물을 합성해낸다. 방한을 위해서 방사선 피폭을 무릅쓰고 플로토늄 연료를 이용한다. 물론 피폭 대책도 세운다. 90년대의 유물 탐사선인 패스파인더를 찾아 통신을 재개하고, 고독은 카메라(고프로)를 향해 일지를 기록함으로 견뎌낸다. 마크가 쓰는 생존의 기술은 모두 과학적으로 실현 가능한 기술들이다.
10. <마션>과 화성의 과학
<마션>은 극적인 이야기다. 과학적 정확성을 추구하는 작품이긴 하지만 극적 긴장감을 만들어내기 위해 다소 일부러 과학적 오류를 범한 장면들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오프닝의 위협적인 모래폭풍이다. 사실을 말하자면 화성의 모래폭풍은 위협적이지 않다. 화성의 중력은 지구의 39%밖에 안 된다. 즉 <마션>의 우주복 무게를 100kg이라고 한다면, 화성의 마크는 39kg 정도로 느끼는 셈이다. 중력이 낮아 대기의 밀도도 낮다. 지구의 20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대기 밀도가 낮으니 보온 작용이 없어 평균 기온이 낮고, 계절별, 위도별 온도 차나 일교차가 크다. 온도차가 크니 거대 폭풍이 자주 발생한다. 길이 130km나 되는 규모에 초속 100m가 넘는 풍속은 KTX보다 빠르고, 모래를 휩쓸고 다닌다. 영화 오프닝의 위협적인 모래 폭풍이 바로 이런 원인으로 생긴다. 다만, 아레스3 대원들이 긴급 탈출을 감행하고, 마크 와트니가 날아온 안테나에 다치는 일은 화성에선 있을 수 없다. 풍속이 아무리 빠른 들, 대기의 밀도 자체가 옅어서 바람의 압력은 겨우 산들바람 수준이다. 갈대 한 그루나 겨우 흔들 정도의 풍압으로는 모래를 날릴 수가 없고 겨우 미세한 먼지나 날릴 뿐이다.
글쓴이 윤지원
윤지원
한예종을 거쳐, 2004년 단편영화를 하나 만들었고, 국내외에서 상 두어 개를 받았으며, 열성 팬도 두어 명 생겼다. 수년간 영화판 주변을 맴돌고 있고, 최근까지 SNL 코리아 작가로 일했다. 술에 취하면 “영화는 90년대가 최고였다”는 말을 하곤 한다. 팬들과는 지금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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