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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압승하자 '탈원전' 기습…총대 멘 한수원 정재훈 사장

Shawn Chase 2018. 6. 15. 22:44

설성인 기자



입력 : 2018.06.15 17:37 | 수정 : 2018.06.15 18:05

한국수력원자력이 6·13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노후 원전(원자력발전소)인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신규 원전 4기 사업 백지화를 결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수원은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에너지 전환 로드맵과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후속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명확한 근거는 제시하지 못해 일방통행식 ‘탈원전’ 정책 실천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수원은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신규 원전 4기 사업 백지화와 관련) 합법적이고 정당한 손실에 대해서는 정부의 보상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한수원 노동조합은 “월성 1호기는 2015년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2022년까지 계속운전을 승인받았고, 노후설비 교체와 안전성 강화를 위해 5600억원을 투입한 안전하고 깨끗한 발전소”라며 조기폐쇄를 결정한 이사회가 손실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고 강력 반발했다.

원자력업계는 한수원의 갑작스런 결정에 충격에 빠졌다. 한동안 잠잠했던 ‘탈원전’ 정책이 다시 고개를 든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5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코엑스에서 월성 1호기 조기폐쇄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설성인 기자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5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코엑스에서 월성 1호기 조기폐쇄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설성인 기자

◇ 왜 지금인가…야당 견제 없을때 속전속결?

월성 1호기는 1983년부터 가동을 시작했으며, 지난해 6월 영구폐쇄된 고리 1호기에 이어 두번째로 폐쇄 결정이 내려진 원전이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15일 경영설명회에서 “월성 1호기 수명연장에 관한 경제성 검토는 2009년에 이뤄졌는데, 이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났고 강화된 안전조치로 비용지출이 늘고 경주 지진 이후에는 가동률이 40%대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지금도 정지 상태이며, 지난해 말 기준으로 발전원가는 120원, 판매단가는 60원으로 적자 발전소”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한수원은 왜 하필 지방선거 직후에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정 사장은 “정부와 (보상문제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어제 공문을 받았고, 오늘 이사회를 개최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공교롭게도 오는 19일은 고리 1호기가 영구 정지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19일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서 “수명을 연장해 가동중인 월성 1호기는 전력 수급 상황을 고려해 가급적 빨리 폐쇄하겠다”고 했다.

원자력업계 관계자는 “지방선거 참패로 야당이 지금 패닉 상황이다. 원전 폐쇄와 같은 중대 사안에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활용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 정부 결정 스스로 뒤집어…근거 공개할 수 있나

한수원 이사회는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으로 2015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월성 1호기에 대해 2022년까지 연장 가동을 승인한 결정을 뒤집었다. 국무총리실 소속 원자력안전 기구가 내린 결정을 정권이 바뀌었다고 공기업이 묵살한 셈이다.

정재훈 사장은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이후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계속 검토해왔고, 제3 기관을 통해 경제성 검토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는 한수원을 국민들이 믿고 신뢰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동욱 중앙대 교수(에너지시스템공학부)는 “한수원이 공기업으로서 국민의 기업으로서 이번 결정에 대해 투명하게 근거가 되는 보고서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면서 “(노후 원전 폐쇄와 신규 원전 사업 백지화로) 지역사회, 중소기업과 했던 약속을 파기하는 것이 과연 신의성실 관점에서 문제가 없는지 따져볼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가운데)이 15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코엑스에서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신규 원전 4기 백지화에 대해 서명하고 있다./설성인 기자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가운데)이 15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코엑스에서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신규 원전 4기 백지화에 대해 서명하고 있다./설성인 기자

정부는 지난해 말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월성 1호기 폐쇄 시기는 경제성, 지역 수용성 등을 평가해 결정한다고 했다. 월성 1호기가 있는 경주 지역 주민들은 원전을 토대로 40년 가까이 구축된 지역경제가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면서 조기폐쇄에 반대하고 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한수원 이사회는 회사의 이익과 미래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 아직 가동할 수 있는 노후 원전과 신규 원전 사업 백지화를 스스로 결정한다면 이는 회사에 손실을 끼치는 행위”라고 말했다.

◇ 우리 쓸 전기도 없는데 북한 줄 수 있나

일각에서는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경제협력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에너지업계도 발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전력난에 시달리는 북한을 지원하기 위해선 남한의 전력 공급능력이 충분해야 하는데, 원전 가동률 추락으로 한국전력이 적자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전력예비율을 여유 있게 가져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정동욱 교수는 “지난해와 올해를 비교하면 북한과의 관계 개선으로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면서 “정부에선 원전 해체 사업을 강조하는데, 해체는 일회성 사업에 불과하다. 발전소를 없애는 건 쉬울지 몰라도 건설하는 건 정말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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