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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삼성전자 경쟁력을 유지하는 주역들

Shawn Chase 2018. 4. 22. 14:31

조호진 대표             


입력 2018.04.21 03:00


2008년부터 이끌어온 '덕장' 권오현
지난 3월 배턴 받은 엄격한 김기남은 새 사업 시작보다는 기존사업 수성에 능해

애플의 갑질에 대항할 수 있는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만들어낸 실무 주역들은 어떤 스타일로 회사를 경영해왔을까. 권오현 삼성종합기술원 회장은 2008년 5월부터 전임인 황창규(현 KT 회장) 부회장의 뒤를 이어 올 3월까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를 10년간 이끌었다. 그리고 지난해 삼성전자가 반도체에서만 영업 이익 35조2000억원을 기록하는 업적을 달성했다. 권 회장은 지난 3월 주총에서 사내이사에서 물러났고, 김기남 사장이 배턴을 이어받았다. 김 사장은 권 회장 뒤를 이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는 임무를 떠안게 됐다.

권 회장과 김 사장은 업무 스타일이 정반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권 회장은 깐깐한 삼성전자의 이미지와 다르게 덕장 스타일이다. 되도록 직원들이 일찍 퇴근하고 토론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권 회장이 반도체 부문을 이끌던 시기 삼성전자는 초호황을 누렸다. 과거 반도체 시장은 극심한 호황과 불황이 반복됐다. 호황에서 번 돈으로 불황을 견디면서 동종업계의 다른 기업이 고사하길 기다리는 모습이 수십년간 반복됐다. 권 회장이 삼성전자의 메모리 사업부를 맡은 2008년 이후에만 살펴봐도 독일의 인피니언, 일본의 르네상스테크놀로지 등이 메모리 시장에서 사라졌다. 최근에는 일본의 도시바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한·미 컨소시엄에 매각됐다.

金, 디스플레이 맡은 후 90% 점유율 기록

권 회장과 다르게 김 사장은 엄한 학생 주임 스타일의 엔지니어이자 경영자이다. 김 사장은 토론하다가 심하게 질책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부하 직원들이 두려워한다. 김 사장의 질책을 받고 운 임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권 회장이 김 사장보다 서열이 위인 시절에도 권 회장보다 김 사장에게 보고할 때 더 긴장됐다"고 말했다. 호황기인 지금은 조직이 자칫 느슨해질 수 있기 때문에 김 사장의 엄격한 스타일이 조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김 사장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보다는 기존 사업 역량을 높이는 데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건이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유기 발광 다이오드) 부문이다. 김 사장은 2012년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을 맡았다. 당시 삼성그룹은 차세대 핵심 소자인 OLED의 수율이 낮게 나와서 고심이 컸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삼성전자의 반도체에서 잔뼈가 굵은 김 사장을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으로 전격 발탁했다. 전기를 빛으로 바꾸는 OLED 역시 반도체의 일종이다. 김 사장은 기대에 부응했고, 작년 삼성디스플레이는 90%가 넘는 모바일 OLED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용 모바일 OLED 시장을 사실상 독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