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잡아낸 것은 얼굴인식 기술. 콘서트장에 입장하려면 카메라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때 촬영된 영상을 얼굴인식 기술로 분석해 수배자를 찾아냈다. 중국 공안은 그가 콘서트장 자리에 앉자마자 둘러싸고 체포했다. 중국 공안은 체포된 남성이 군중 속에서는 안전할 거란 생각에 아내와 함께 90㎞ 넘게 운전해 콘서트에 왔다고 전했다.
어디로도 숨을 곳 없고, 누구도 피할 수 없다. 중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얼굴인식 인공지능(AI)기술과 촘촘한 카메라 네트워크를 통해 강력한 감시망을 구축 중이다. 게다가 이제 중국 얼굴인식 기술의 효율성에 감탄한 해외 국가도 이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말레이 경찰도 인정한 중국의 기술력
중국은 선도적인 얼굴인식 기술 기업의 본거지다. 이투 테크놀러지와 센스타임 그룹, 메그비(브랜드명 페이스++)가 대표적인 기업이다. 이들 기업의 주요 수요처는 중국 내 경찰·세관·항만 같은 공공안전 관련 기관이다.
얼굴인식 시스템으로 범죄율 뚝
‘페이스++’라는 브랜드명으로 알려진 메그비는 알리페이에 적용한 ‘얼굴 인식 결제 시스템’을 개발한 스타트업으로 유명하다. 메그비 역시 주요 고객 중 한 곳은 경찰이다. 이미 페이스++ 시스템을 이용해 중국 경찰이 잡은 용의자만 4000명에 달한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이 회사 씨에이난(谢一楠) 부사장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마치 영화 속 장면 같다”면서 “경찰은 더는 수천 대의 카메라를 보면서 용의자를 일일이 찾을 필요가 없다. 영상네트워크가 자동으로 용의자를 쫓아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농촌 가가호호 감시 ‘쉐량공정’
중국 공산당의 슬로건인 ‘대중의 눈은 눈처럼 밝다(群众的眼睛是雪亮的)’에서 이름을 따온 쉐량 공정은 올 1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추진을 위한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중국 사천성의 경우 이미 쉐량공정의 일환으로 1만4000개 마을에 4만 대 이상의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기도 했다. 중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데이터 통합 대상엔 단순히 길거리 CCTV만이 아니라 가정 내 스마트TV와 개인용 스마트폰 같은 인터넷에 연결된 모든 카메라가 포함될 예정이다.
중국 정부는 이미 상하이에 본사를 둔 보안회사 이스비전과 손잡고 13억 명의 전 국민 얼굴을 3초 안에 구별하는 얼굴인식 시스템 개발도 추진 중이다. 신분증 사진과 실제 얼굴을 대조해 90% 이상의 정확도를 목표로 한다.
기술혁신인가 인권유린인가
메그비의 씨에 부사장은 “정부가 이 기술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지원하기 때문에 기업 활동에 큰 장애물이 없다”며 “미국에서는 (얼굴인식 기술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논의하기에만 바쁘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결국 이러한 기술이 인권 유린을 야기할 거란 비판도 높다. 프란시스 이브(Frances Eve) 중국인권보호네트워크 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는 인권 활동가나 소수 인종을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고, 이러한 기술로 인해 이들이 붙잡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