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유가하락에도 디젤車.. 아반떼 중 비중도 20%

Shawn Chase 2015. 9. 28. 22:57

이데일리 | 김형욱 | 입력 2015.09.28 06:00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유럽식 디젤자동차의 인기는 각종 악재에도 식지 않았다.

연비와 성능이 좋은 차라는 이미지가 소비자 사이에서 굳어진데다 판매사도 소형차부터 초고성능 차까지 판매 차종을 다변화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도 디젤 승용차 비중이 이미 40%를 넘어선 만큼 이미 가솔린 중심의 미국식에서 디젤 중심의 유럽식으로의 변화가 안착 단계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폭스바겐 디젤 모델의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파장이 앞으로 디젤차 전반에 확산할 우려도 상존한다. 미국은 최근 폭스바겐 디젤차의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정부 인증 때만 작동하도록 조작했다는 사실을 적발했고 이 파장이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유가 하향 안정화에도 판매량 계속 늘어

디젤차가 인기를 끈 결정적인 계기는 유가 급등이었다. 휘발유 소비자가격은 2013년 3월 2000원에 육박하는 평균 1986원까지 치솟았다.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주유비가 싸고 연비가 높은 디젤차를 찾기 시작했다. 2010년 18%이던 국내 디젤 승용차 비중이 2013년 35.7%, 지난해 40.7%까지 치솟은 것은 이 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유가가 내려 올 3월부터 가솔린 가격이 꾸준히 1500원대를 유지하는 상황에서도 디젤 모델의 인기는 여전하다. 올 들어서도 디젤 승용차 비중은 계속 늘어 연말이면 45%를 무난히 넘어설 전망이다.

업계는 디젤차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바뀌어 온 데다 제조·판매사도 상품성 높은 디젤 모델을 꾸준히 내놓으며 ‘대세 굳히기’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제공

◇아반떼·쏘나타마저 디젤 비중 20% 육박

독일 고급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는 최근 1년 새 A·CLA·GLA 등 소형 해치백·SUV 라인업을 연이어 국내 출시했다. BMW와 아우디도 1시리즈와 A3 등 소형 모델을 내세워 맞불을 놨다. 프랑스 푸조는 지난해 말 높은 연비를 자랑하는 소형 SUV 2008을 내놓으며 내수 판매량을 크게 늘렸고 영국 재규어도 지난달 첫 중형 모델 XE를 내놓고 시장 확대에 나섰다.

국산차도 달라졌다. 올 하반기 쌍용차 티볼리 디젤, 쉐보레 트랙스 디젤 등 소형 SUV 디젤 모델이 추가됐을 뿐 아니라 현대차 쏘나타, 기아차 K5 같은 전통적인 가솔린 세단에도 디젤 엔진을 달기 시작했다.

현대차가 지난 9일 출시한 6세대 신형 아반떼(아반떼AD)의 경우 전체 계약의 15.4%가 1.6 디젤 모델이었다. 이 비중은 계속 늘고 있어 궁극적으론 25~30%에 달할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하고 있다.

아반떼는 이전부터 디젤 모델을 운영해 왔으나 수요는 극소수에 그쳤다. 그러나 소음·진동 품질에 대한 신뢰가 높아진데다 국산 동급 최고인 공인 복합연비 18.4㎞/ℓ의 경제성이 적잖은 소비자에게 어필한 것이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국산 디젤차는 상용차나 SUV의 전유물이었다. 연비는 좋지만 가솔린차보다 시끄럽고 진동이 심해 세단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인식했다.

그러나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아우디, 폭스바겐 같은 독일차를 중심으로 고급 디젤 모델이 차례로 소개되며 디젤차에 대한 소비자의 부정적인 시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이에 기술력을 키운 국산차도 차츰 도전에 나섰고 최근 빛을 보기 시작했다.

◇‘폭스바겐 사태’에 각종 규제강화 변수

그러나 계속 유럽식 디젤차의 인기가 이어지리란 보장은 없다. 유가 하락으로 상대적인 디젤차의 연비 이점이 희석된데다 각종 악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폭스바겐 파장도 결국 폭스바겐이 디젤 엔진에 대한 배출가스 규제가 다른 지역보다 큰 미국 시장에서 상품성을 유지하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내의 배출가스 규제도 계속 강화하는 만큼 같은 조건의 디젤차라면 모두 폭스바겐과 같은 딜레마를 안고 있다.

국내에서도 당장 9월부터 이전보다 강화된 배기가스 규제 유로6가 의무 도입됐다.

여기에 국회에서는 법인차 소비자가격 상한을 3000만~4000만원으로 규제하고, 현재 배기량 기준으로 매기는 자동차세를 소비자가격 기준으로 부과하는 내용의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수입차만 제한하는 법안은 아니지만 수입차의 절반이 법인차로 판매되고 이중 대부분이 4000만원 이상인인 만큼 법안 통과와 함께 타격이 불가피하다. 수입차에 타격인 만큼 전체 수입차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유럽산 디젤차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디젤차는 유가와 유럽차 중심의 이미지 개선으로 국내 시장에서도 빠르게 성장해 왔다”며 “폭스바겐 사태라는 변수가 생겼지만 이미 많은 회사가 디젤로 중심 축을 이동해 놓은 만큼 파장이 더 확산하지 않는다면 국내에서의 디젤 강세는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자동차가 지난 9일 출시한 6세대 신형 아반떼(아반떼AD).회사는 디젤 모델 판매 비중이 이전보다 많은 25~30%에 육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쌍용자동차가 지난 7월 출시한 티볼리 디젤. 쌍용차 제공
메르세데스-벤츠 A 45 AMG. 벤츠는 최근 내수 시장에 A클래스를 비롯해 CLA·GLA 클래스 등 소형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단순히 소형 모델 판매를 늘리는 것뿐 아니라 고성능 서브 브랜드 AMG 모델도 함께 선보이는 방식으로 고객 선택폭을 극대화하고 있다. 벤츠코리아 제공
메르세데스-벤츠의 소형 SUV GLA클래스. 벤츠코리아 제공

김형욱 (nero@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