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 박사 김광석 참존 회장 “50년 한우물 팠더니 되레 ‘청개구리’랍니다”
입력 : 2015.07.19 09:18
시작은 작은 약국이었다. 지난 1966년도에 연 ‘피보약국’. 피부를 보호하는 약국이라는 의미다. 그때부터 피부만을 연구했다. 그랬더니 노하우가 생겼다. ‘참 좋은’ 화장품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참존을 세웠다. 반백 년째 피부만 생각하고 있다.
참 고집스럽다. 회사 설립 30년. 남들 다 하는 건데, 결코 안 하겠다는 게 두 가지 있다. 우선은 ‘색조’다. 참존은 색조화장품 없는 회사로 유일하다. 또 하나. 모델이다. 화장품 광고엔 어여쁜 연예인이 나와줘야 한다는 공식, 과감히 깼다. 김광석 참존 회장이 청개구리라고 불리는 이유다.
실제로 광고에도 한동안 청개구리가 나오지 않았나. 김 회장은 “청개구리는 피부가 아주 촉촉하죠. 당시 개구리 가지고 촬영을 했는데, 조명을 조금만 오래 받아도 바짝 말라 죽을 정도였어요. 보습에 민감한 동물이죠. 한 5백 마리 죽었을 거예요. 아, 이러다 청개구리 다 말라 죽이겠다, 해서 청개구리 박사 캐릭터를 쓰기 시작했죠. 그게 곧 저를 의미하기도 하고요. 허허.”
모델을 안 쓰는 이유는 간단하다. 광고제작비 절감을 위해서다. 광고비가 줄어드니 제품단가가 낮아졌다. 그렇다면 왜 기초만 고집하느냐. “기초는 피부를 보호하고, 젊게 해요. 그리고 희게 하죠. 근데 색조는 아니죠. 결국 지워내야 하는 화장품 아닙니까. 그리고 유행기간도 짧습니다. 보통 6개월이에요. 그런데 잘 만든 기초는 그렇지 않습니다. 고객이 계속 찾아요.”
김 회장은 “결국 색조도, 좋은 기초 위에 발라야 빛을 발한다”고 했다. 힘이 실린 그의 말은 “색조는 다른 회사의 몫으로 남겨두겠다, 그런데 그 색조를 쓰기 전에는 참존을 바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여운을 남겼다. 유행이 짧은 색조를 출시하는 데 공을 들이기보다, 그 에너지를 모두 기초 개발에 쏟겠다는 의미다.
‘샘플만 써봐도 알아요’의 재미있는 유래
회사 설립은 30년 됐지만 피부 연구는 50년째다. ‘참존’의 인지도는 이미 대단하지만 김 회장이 약사 출신이란 건 아마 잘 모를 거다.
그는 1966년 성균관대 약대를 졸업하고 약국을 개업했다. 제약회사 입사시험에 낙방한 뒤였다. 서울 인현동 스카라극장 앞 골목에 있는 ‘보건당’에 둥지를 틀었다.
개업만 하면 잘살 줄 알았다. 한데 첫날부터 삐걱댔다. 골목 어귀에 있는 약국 두 군데가 사람들을 다 데려갔다. 외상으로 들여온 약에는 먼지만 쌓여갔다.
골목 안 작은 약국. 잘되려면 차별화가 필요했다. 어떻게 살릴까. 아무리 생각해도 특별한 조제약을 만들어 파는 것밖에 없었다. 고민 끝 결론. 피부병을 고치는 조제약이었다. 그 무렵 1964년 도쿄올림픽에 참가한 사람들이 옮아왔다고 해서 ‘왜옴’이라고 불리던 피부병이 유행하고 있었다. 외용약은 내복약에 비해 위험부담이 적다는 것도 결심을 부추긴 요인이 됐다. 그날부터 아내를 조수 삼아 외용약 개발에 몰두했다. 실험을 하느라 밤을 꼬박 새우는 날도 많았다.
그렇게 첫 외용약이 나왔다. 약국 창문에 ‘피부병에 잘 듣는 조제약 있습니다’라고 붙였다. 보건당이라는 간판은 ‘피보약국’으로 바꿔 달았다. 광고판을 보고 문의를 해오는 손님이 있으면 그 약을 그냥 발라보게 했다. 돈은 안 받았다. 참존의 샘플 전략은 그때 시작됐다.
“약국을 찾는 손님 가운데 70%는 여성이었어요. 그중 70%는 피부병이 아닌 기미나 주근깨, 여드름, 주름살 때문에 찾아왔죠.” 그런 손님들을 상대하다 보니 여성의 피부에 대해서는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을 갖추게 됐다. 국내 최고의 피부 전문 조제약국이라는 명성도 함께 얻었다.
세계 제일의 크림을 만들겠다는 포부는 이 무렵 가졌다. 45세. 세간에서 ‘늦었다’고 말하는 나이에 화장품 회사를 세웠다. 약국 운영 20년 동안 축적한 30만 명 이상의 피부 난치성 환자들의 치료 데이터를 분석해낸 노하우가 원동력이었다. 임차료, 전기요금이 밀릴 때도 있었지만 얼마 가지 않았다. 설립 3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었고, 5년 만인 1988년에는 300%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1992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다는 일본 후생성의 화장품 판매허가를 획득했고, 1994~1995년에는 국산 화장품으로는 최초로 아시아나와 대한항공의 기내 면세품목에 올랐다. 전 세계 20여 개 나라에 진출했고, 국내 최고 화장품 회사가 됐다.
피부 연구 반백 년의 결과, ‘DR. 프로그’
김 회장은 기초화장품 중에서도 ‘크림’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기초화장품에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그중 빼놓아서 안 될 게 바로 크림이에요. 실제로 세계 유명 화장품 회사들이 크림 하나로 실력을 겨룹니다. 그 안엔 모든 게 다 들어 있어요. 가장 고가의 제품이기도 하죠.”
“품질이 안 좋으면 내놓지 않아요. 50년을 분석해보니 답이 딱 나옵니다. ‘DR. 프로그’에는 42가지 주요 성분이 들어 있어요. 믿기 힘들 거예요. 이게 쉬운 것 같지만, 그렇지 않거든요. 예를 들어 찌개에 42가지 조미료를 넣는다고 해보세요. 맛을 봤을 때, 42가지 맛이 다 느껴지게 하려면 얼마나 힘듭니까. 특히 약 같은 경우엔 서로 다른 성분에는 엄청 저항을 하거든요. 그렇게 42가지의 다른 성분을 서로 어우러지게 하는 데 50년이 걸린 겁니다.”
남자가 써도 좋다.
“인체는 우리가 먹은 음식물에서 얻은 영양소로 구성돼요. 지방, 탄수화물, 단백질…. 남녀든, 동서양이든 피부가 필요로 하는 영양분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거죠. 그래서 ‘DR. 프로그’는 남녀 공용입니다.”
그래서 ‘DR. 프로그’가 어떻느냐고? 궁금하면 발라보라. 샘플만 써봐도 안다.
반백 년 연구의 결실, ‘DR. 프로그’는 새로운 제품군을 추가해서 확장할 예정이다.
빠르면 7월경에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주력 시장인 중국에서의 반응이 뜨거울 거라고 예상한다.
화장품 회사 회장도 자사 제품을 쓸까?
김 회장은 올해 77살이다. 슬하엔 40대가 된 아들 셋을 뒀다. 그래도 아직까지 “제2의 청개구리는 없다”고 잘라 말하는 그다.
반년 남은 올해 계획을 물었다. “계획을 세운다기보다 다만 초심으로 돌아갈 생각입니다. 흥하고 망하는 게 제 맘대로 되나요. 분수에 맞게 키워갈 예정이에요. 참존이라는 회사. 정말 저한테는 큰 재산입니다. 그간 영화도 많이 누렸지만, 쓴맛도 많이 봤어요. 초심으로 돌아가 서서히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갈 생각입니다.” 그는 종국에 “나를 아는 많은 사람에게 ‘역시 청개구리’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고 했다.
인터뷰 말미에 괜히 궁금해졌다. 그도 참존 화장품을 쓸까. “어디 저뿐인가요. 아내고 아들이고, 사돈의 팔촌까지 다 쓰죠. 우리 회사 직원도 마찬가지고요. 다른 건 안 맞는대요. 허허허.” 여든에 가까운 나이가 무색해 보이는 피부 비결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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