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및 독서

벽돌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질문… "어떻게 국가를 운영할 것인가"

Shawn Chase 2017. 12. 11. 19:55

이 책은 최근 3000년이라는 오랜 세월에 걸친 인간의 사상과 행동을 고찰한다.
동시에 그리스 헤로도토스에서 시작해 마키아벨리, 홉스 등 정치학·철학사의 거장들을 추적한다.


입력 : 2017.12.08 07:13

[Books]
 


정치사상사: 헤로도토스에서 현재까지
앨런 라이언 지음
남경태·이광일 옮김
문학동네|1400쪽
5만5000원



"인간은 어떻게 해야 국가를 잘 운영할 수 있을까."

한 질문이 이 벽돌책을 관통한다. 영국 옥스퍼드대, 미국 프린스턴대와 스탠퍼드대에서 서양 정치사상을 강의했던 앨런 라이언 교수는 그리스 헤로도토스에서 시작해 마키아벨리, 홉스, 존 스튜어트 밀 등 정치학과 철학사의 거장을 추적하며 답을 찾는다.

"영영 되살아날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고사(枯死)하는 정치사상은 거의 없다." '정치사상'은 고리타분한 옛이야기가 아니라고 저자는 일갈한다. 과거와는 모든 면에서 달리 살고 있지만 인간이 직면한 딜레마는 거듭됐다는 말이다. 안팎의 적에게 맞서 안전을 지키며 풍족하게 살아가기 위한 제도적 장치, 행정부가 독재로 빠지지 않으면서도 강력한 지도력을 갖추는 방법, 불가피할 경우 전쟁을 일으킬 준비를 하면서도 평화를 유지하는 방법. 이런 것은 인류사 내내 나온 질문이다.

플라톤의 아카데미를 묘사한 1세기경 모자이크화. 그의 정치사상은 지금도 현역이다. /위키피디아

20세기를 건너뛰지 않고 책의 3분의 1가량을 할애한다는 것도 특징이다. 19세기 말쯤 정치사상사를 끝맺는 다른 책과 대조된다. 세계정부, 인도주의적 개입, 종교 근본주의 같은 이 시대의 문제에 대해 과거의 목소리를 빌려 와서 논평한다. 예를 들면 핵 선제공격론에 대해서 타키투스를 인용해 '로마인은 황폐한 세상을 만들어놓고 평화라고 부른다'고 지적하는 식으로.

버트런드 러셀의 '서양철학사',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떠올리게 하는 정직한 제목이다. 앞의 두 책이 해당 분야 필독서로 꼽히고 있다. 책을 쓰면서 저자는 이 책을 필독서로 만들겠다는 야망을 품었을지도 모르겠다. '종횡무진 한국사'를 썼던 남경태 작가·번역가가 2014년 책 절반가량을 번역하던 중 작고했다. 전문 번역가 이광일씨가 나머지를 번역해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