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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감히 명함을 내밀어?" 22조원 영국 원전 인수전 비하인드 스토리

Shawn Chase 2017. 12. 8. 15:30

이윤정 기자



입력 : 2017.12.08 10:49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조선DB



총사업비 22조원 규모의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인수전에서 막판 중국의 거센 추격을 따돌리고 우선협상권을 따낸 한국전력공사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공개됐다.

8일 매일경제에 따르면,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지난 7일 서울 광화문 KT빌딩에서 열린 북방경제협력위원회 회의 후 인터뷰에서 "4년 전 처음 영국 원전 수주에 관심을 보일 때만 해도 현지에서 한국을 철저히 무시하는 분위기였다. 영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한국이 감히 여기 와서 명함을 내미느냐'는 식의 모욕도 받았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그러나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로 한국 원전 기술력이 증명되자 한국의 위상이 급격히 올랐다. 조 사장은 "UAE 원전 건설이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영국의 태도가 달라졌다"며 "급기야 지난해 영국 정부 관계자가 한국을 직접 방문해 원전 시설을 둘러본 후 감탄을 쏟아냈고, 이들이 돌아간 직후부터 협상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고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중국 국영 원전기업 광허그룹(CGN)이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막대한 자본력을 내세워 무어사이드 프로젝트 사업자인 누젠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일본 도시바와 영국 측 환심을 사려 한 것이다. 반면 한국은 탈원전 정책으로 돌아서며 정부의 지원 여부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줄줄이 백지화되고, 건설 중이었던 신고리 5·6호기마저 공사가 일시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러나 다행히 정부가 "탈원전과 원전 수출은 별개"라며 투트랙 전략을 통해 지원에 나섰고, 때마침 신고리 5·6호기 공사도 재개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우리 기술력으로 자체 개발해 UAE에 수출한 한국형 원전 APR-1400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 획득에 성공한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조 사장은 "중국이 단순히 자금력만 앞세운 게 아니라 우수한 엔지니어와 협상력을 갖췄다고 느꼈다"며 "다행히 이번에는 우리가 이겼지만, 다음 수주전에서 맞붙을 때는 좀 더 긴장하고 대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사장이 영국 원전 수주전에 더욱 독하게 매달렸던 데엔 어머니의 사망 소식도 작용했다. 조 사장은 한국경제와 인터뷰에서 "지난해 12월 14일 원전 수주 논의를 하기 위해 영국 공항에 도착했는데 동생한테 전화가 왔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공항에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표를 끊었는데 기다리는 몇 시간 동안 아무 생각이 안 났다"며 "어머니의 임종을 하지 못한 것에 오기가 생겨 더 독하게 원전 수주전에 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2년 반 동안 끊었던 담배를 이때부터 다시 피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수주전 막판에 중국과 세게 붙었다. 영국에 사진 세 장을 가지고 갔다. UAE 원전 4기를 건설하고 있는 사진, 원전의 메인 컨트롤센터가 완전히 디지털화돼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진, 내가 헬멧을 쓰고 작업복 입고 건설 현장을 지휘감독하는 사진이었다. 'Seeing is believing(직접 보면 믿게 된다)'이라고, 이런 점들이 영국 측을 사로잡은 것 같다"고 전 했다.

조 사장은 영국 원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 퇴임 소식을 알렸다. 그는 "이미 2주 전 영국 출장을 떠날 무렵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사의를 밝혔다"며 "자발적으로 사임하는 것이고 오히려 정부의 배려가 있었다. 영국 원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 그만두려고 마음먹고 있었다"고 했다. 조 사장의 퇴임식은 전남 나주 한전 본사에서 열린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08/201712080119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