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사설] 軍 사이버司 무력화돼 北 공세 대응 못 한다니

Shawn Chase 2017. 12. 2. 22:34


입력 : 2017.12.02 03:14

송영무 국방장관이 1일 국회 국방위에서 북한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자금 모금과 세탁에 활용할 가능성에 대해 "사이버사령부가 지난 정권 (정치) 개입 때문에 굉장히 곤욕을 치르는 단계라 아직 깊숙이 관여를 못 하고 있다"고 했다. 국군 사이버사령부는 북한의 디도스 공격에 대한 대응책으로 2010년에 창설된 부대다. 이 부대가 댓글 수사 여파로 지금 구실을 못 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가상화폐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얘기다. 지난달 평양 과기대는 외국 전문가를 불러들여 기존 금융망의 통제를 받지 않는 비트코인 기술에 대한 특강을 수차례 열었다고 한다. 북한이 이러는 이유는 뻔하다. 지금 국제사회의 금융 제재망이 아무리 촘촘해도 가상화폐를 통하면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가상화폐는 자금 추적도 어렵고 익명성도 보장된다. 북한 해커들이 가상화폐 거래소를 공격하고 또 랜섬웨어(시스템을 해킹해 잠근 뒤 몸값을 요구하는 악성 프로그램)로 거액의 가상화폐를 모아 북한으로 들여보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일부 가상화폐는 가격 급등과 함께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실물 화폐로 교환되고 있다.

이런 북을 감시하고 차단해야 할 기관은 두 곳밖에 없다. 그중 하나인 국정원은 검찰의 댓글 수사로 만신창이가 됐고 수사 기능 전부를 거세당할 처지에 있다. 그런데 사이버사령부도 댓글 때문에 사실상 기능 정지라고 한다. 여권 일각에서 사이버사 폐지 주장도 나왔었다. 정상 기능을 하는 게 이상한 상황이다.

군의 정치 개입은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 그러나 사이버사의 경우 문제가 된 댓글은 하루 평균 10개도 되지 않는다. 이것으로 정치에 개입했다는 것 은 지나친 과장이다. 그 때문에 북의 사이버 공격에 대응할 부대가 무력화됐다면 누가 좋아할 일인가. 김정은은 북의 사이버 전력을 핵·미사일과 함께 "만능의 보검"이라고 했다. 사이버전은 적은 비용으로 국가의 인프라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북의 능력은 갈수록 확대·고도화하는데 우리는 그나마 있는 능력도 퇴화시킨다. 머지않아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01/201712010295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