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희 기자
입력 : 2017.11.26 18:55
전 세계 TV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하며 1, 2위를 지켜온 우리나라 삼성전자·LG전자의 아성(牙城)이 위협받고 있다. 26일 시장조사업체인 IHS마킷에 따르면 올 3분기 세계 TV시장에서 중국 TCL은 판매량 453만대(점유율 8.3%)를 기록하며 삼성·LG전자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다. 중국 TV 업체가 세계 시장에서 분기 기준 8%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TCL에 이어 하이센스(6.3%)도 4위에 오르며 중국 강세를 이어갔다. 일본 소니(5.9%)도 점유율을 확대하며 옛 명성을 되찾고 있고, 대만에 인수된 샤프는 분기 판매량 200만대를 돌파하며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IHS마킷은 "자국(自國) 시장 성장세가 주춤한 가운데서도 TCL과 하이센스 등 중국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강세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중국 업체 급성장, 일본도 되살아나
중국과 일본 업체의 약진은 세계 최대 시장으로 다시 부상한 북미 시장에서 강세를 보인 덕분이다. TCL과 하이센스는 지난해만 해도 북미 시장에서 3~4% 수준에 그쳤던 점유율을 올 3분기 7% 수준으로 크게 확대했다. 소니도 초슬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본격적으로 출시하면서 점유율을 3%포인트 가까이 끌어올렸다.
중국 업체들이 북미 시장을 발판으로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TV 업체들은 자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75%를 넘어서며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지만 '우물 안 개구리'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북미·유럽 등 해외 시장 점유율은 미미했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북미 시장에서 TCL은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로쿠(Roku)와 함께 내놓은 스마트 TV가 판매량 확대를 이끌었고, 하이센스는 상표권 사용 계약을 맺은 샤프 브랜드를 무기로 분기마다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올 3분기 삼성전자는 1년 전과 비교해 전 세계 판매량이 136만대 이상 줄어들며 점유율이 18%대로 하락했다. 3분기 누적으로는 지난해보다 280만대가량 줄어든 2950만대에 그쳐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TV 판매량이 4500만대를 밑돌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샤프가 일방적으로 삼성에 TV 패널 공급을 중단하면서 판매 감소로 이어진 물량이 연간 500만대 정도"라며 "결국 이 물량이 삼성전자 점유율 하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전략으로 수익성 개선에 초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프리미엄 TV 중심으로 제품군을 재편해 시장 방어에 나선다는 전략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들어 40인치 이하 중·저가 제품 생산량을 10% 이상 줄이는 대신 75인치, 80인치 등 대형 제품을 확대하는 제품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점유율 확대보다는 수익성 중심으로 판매 전략을 수정하는 것.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 세계 60인치 이상 대형 제품에서는 시장의 4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며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 TV 등 프리미엄 제품이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하면서 4분기에는 더 좋은 실적을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초슬림 디자인의 OLED TV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3분기 2500달러 이상의 OLED TV가 약 25만대 팔리며 사상 최대 영업이익률(9.9%)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저가 LCD(액정표시장치) TV 시장에서는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의 공세를 이겨내기 어렵다"며 "삼성전자·LG전자는 기술력을 앞세워 프리미엄 시장에 더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1/26/201711260135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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